THE FACT

검색
스포츠
6경기 뒤가 진짜 승부다…한국축구, ‘마스터 감독’을 찾아라 [이영규의 비욘더매치]
정식 감독 선임을 백년대계 출발점으로
허울뿐인 MIK 넘어 대표팀·유소년 하나의 게임모델 구축 필요


현영민 위원장(맨 오른쪽)이 이끄는 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회가 차기 대표팀 감독 선임을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KFA제공
현영민 위원장(맨 오른쪽)이 이끄는 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회가 차기 대표팀 감독 선임을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KFA제공

[더팩트 | 이영규 전문기자] 한국축구가 갈 길을 찾지 못한 채 헤메고 있다. 협회장 선거는 기약이 없고, 차기 대표팀 감독 선임 작업도 임시감독 구하는데 급급하다. 더 큰 문제는 현장에 있다. 총체적 리더십 부재는 일선 현장의 방향성 상실로 직결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가 야심 차게 내놓았던 기술철학 'MIK'는 발표 후 2년이 지난 지금, 현장 지도자들로부터 "방향은 그럴싸한데 정작 무엇을 가르쳐야 할지 디테일이 없다"는 성토를 받고 있다. 결국 ‘빠르고, 용맹하게, 주도하는’이라는 방향성만 제시됐을 뿐, 이를 실제 선수 육성과 훈련 현장에서 구현할 구체적인 콘텐츠와 방법론은 충분히 제시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답을 줘야할 축구협회 기술발전위원회는 묵묵부답이고 전력강회위원회는 임시감독 찾는데 벌써 한달여를 소비하고 있다. 정작 한국축구의 방향성이나 기본 철학, 이를 구현할 정식 감독 선임에는 신경도 못쓰고 있다. 축구협회가 한국축구의 장기적인 방향을 고민할 여유조차 갖지 못하는 모습이다.

더욱 아쉬운 점은 북중미 월드컵 이후 한국축구가 다시 서기 위해서는 새로운 철학과 방향성을 먼저 정립하고 그에 맞는 감독을 뽑아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이어졌음에도, 전력강화위원회가 이러한 밑작업은 도외시한 채 단기적인 감독 선임과 단편적인 인물 평가에만 온 힘을 쏟는 듯한 모습이다.

스페인 축구대표팀 루이스 데 라 푸엔테 감독이 3일(한국시간) 열린 2026북중미월드컵 32강 오스트리아와의 경기 도중 팀 멤버와 전술에 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 LA(미 캘리포니아주)=신화 뉴시스
스페인 축구대표팀 루이스 데 라 푸엔테 감독이 3일(한국시간) 열린 2026북중미월드컵 32강 오스트리아와의 경기 도중 팀 멤버와 전술에 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 LA(미 캘리포니아주)=신화 뉴시스

◆ 우리에게 없는 것은 인정하고, 외부에서 답을 찾자

스스로 기술철학을 정립하고 이를 유소년 현장에 이식할 구체적인 방법론까지 만들어내지 못했다면, 우리에게 없는 것을 인정하는 것부터가 개혁의 출발이다. 이미 세계 축구에서 오랜 시간 축적된 유럽 선진축구의 선수 육성과 지도자 교육, 게임모델 구축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배우고 주체적으로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자존심을 내세우며 우리 힘만으로 해결하려 시간을 허비하기보다, 부족한 전문성은 세계 수준의 외부 전문가를 통해 과감하게 수혈하는 것이 훨씬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 A대표팀 감독을 넘어 ‘마스터 감독’으로

본질적인 구조 개혁은 미뤄둔 채 고작 몇 경기를 치를 임시방편에 매달리는 행태에서 벗어나, 이제는 차기 감독 선임을 한국축구의 백년대계를 다시 설계하고 실행할 ‘마스터 감독’을 찾는 기회로 삼아보면 어떨까 싶다. 시간적으로 A매치 6경기를 임시감독 체제로 치를 수밖에 없다면 이후 정식 감독 선정은 좀 더 장기적 관점에서 기준을 달리해야 한다.

단순히 A대표팀의 경기만 지휘하는 감독이 아니라, 한국축구가 나아갈 새로운 기술철학과 게임모델의 방향을 제시하고 이를 A대표팀에서 구현하는 동시에 연령별 대표팀과 유소년 현장으로 연결하는 기술적 구심점, 이른바 ‘마스터 감독’이 필요하다.

가장 현실적인 벤치마킹 대상은 스페인을 연령별 대표팀부터 차근차근 경험하며 A대표팀 정상까지 이끈 루이스 데 라 푸엔테 같은 모델이다. 이번 월드컵 우승이 보여주듯, 이미 세계축구에서 스페인 축구의 경쟁력은 다시 한번 입증됐다. 연령별 대표팀과 A대표팀, 기술개발과 지도자 교육을 연결하는 스페인의 시스템에서 힌트를 얻어 A대표팀과 유소년 육성을 하나로 연결할 ‘마스터 감독’ 체제를 구축해보자는 것이다.

2026북중미월드컵 출전을 앞두고 지난 5월26일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 차린 사전캠프에서 홍명보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당일 훈련 내용을 공유하고 있다./KFA
2026북중미월드컵 출전을 앞두고 지난 5월26일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 차린 사전캠프에서 홍명보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당일 훈련 내용을 공유하고 있다./KFA

◆ 감독 한 명이 아니라 ‘기술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스페인 등 선진 축구 현장에서 기술 철학 수립과 연령별 대표팀 운영을 경험한 베테랑 지도자를 A대표팀 감독으로 영입하고, 선수 육성·인지훈련·전술·지도자 교육 등에 전문성을 가진 해외 전문가들과도 장기적인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방안을 고려할 만하다.

이를 바탕으로 신임 감독을 중심으로 국내외 기술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상설 기술지원 체계를 구축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이 기술지원 체계가 중심이 되어 새로운 연령별 통합 게임모델과 선수 육성 기준, 지도자 교육 프로그램을 처음부터 다시 설계하고, 이를 각급 대표팀과 K리그 유소년 현장에 단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이다. 그렇게 한다면 외국인 감독 개인에게 한국축구의 미래를 몽땅 맡기는 위험 부담도 크게 덜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신임 감독에게는 단순한 대표팀 경기력 이상의 역할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 A대표팀 감독이면서 동시에 한국축구의 새로운 기술철학을 현장에서 구현하고, 이를 연령별 대표팀과 유소년 현장까지 전파하는 ‘마스터 감독’의 역할을 맡기는 것이다.

계약 조건에 A매치 준비 외의 일정 비율을 지도자 교육에 할당하도록 명시하는 것도 방법이다. 시즌 중 전국 K리그 유스 아카데미와 지역 거점을 순회하는 '협회 로드쇼'를 정례화하는 것이다. 감독과 전문가들이 현장 지도자들에게 선수의 지각과 판단, 의사결정을 게임 속에서 끌어내는 훈련법과 디테일한 공간 창출 지도법 등을 직접 전수할 수 있다면, 외부에서 가져온 전문성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한국 지도자들의 역량으로 축적될 수 있다.

2018년 파주프레이닝센터에서 열린 KFA골든에이지 지역지도자 교육 장면/KFA
2018년 파주프레이닝센터에서 열린 KFA골든에이지 지역지도자 교육 장면/KFA

◆ ‘마스터 감독’이 뿌리내리기 위한 세 가지 조건

이러한 스페인 등 선진축구 시스템과 외부 전문성이 한국축구라는 토양에 뿌리를 내리고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세 가지 필수적인 전제 조건이 뒷받침돼야 한다.

첫째, 당장의 성적에 흔들리지 않는 장기적인 임기와 정책적 보호막이다. 유소년 체질 개선과 새로운 기술철학의 정착은 단기간에 이뤄질 수 없기에, 최소 4년에서 6년 이상의 장기 임기를 보장해 감독과 전문가 그룹이 소신 있게 장기 프로젝트를 추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물론 장기 임기가 무조건적인 신임을 의미해서는 안 된다. A대표팀 성적뿐 아니라 새로운 게임모델 구축, 연령별 대표팀 적용, 지도자 교육, 유소년 현장 확산 등 장기적인 기술혁신의 성과를 단계적으로 평가하는 시스템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둘째, 지도자를 가르치는 지도자 교육의 체계화다. 외국인 감독 한 명이 모든 유소년을 직접 가르칠 수는 없다. 감독과 전문가 그룹이 선진 지도법과 훈련 세션의 디테일을 한국의 현장 지도자들에게 직접 전수하고 이들을 양성해야만, 먼 훗날 그들이 떠난 뒤에도 한국축구에 단단한 시스템과 지식이라는 자산이 남게 된다.

셋째, 외부의 전문성을 한국축구에 맞게 재해석하는 주체성이 필요하다. 스페인 축구가 강점을 보여온 공간 활용과 패스워크, 게임 속에서 선수의 판단과 의사결정을 이끌어내는 방법론을 그대로 복제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한국 선수들의 특성과 K리그 현장의 경쟁 환경, 그리고 우리가 그동안 축적해온 지도 경험을 면밀히 분석해 무엇을 취하고 무엇을 버릴 것인지부터 결정해야 한다. 외부의 선진 시스템을 가져오는 목적은 스페인 축구를 복제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 선수들에게 가장 효과적인 게임모델을 찾아내는 데 있기 때문이다.

이 구체적인 접점을 찾아낼 때 비로소 세계 축구에서 검증된 다양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진짜 ‘한국형 게임모델’이 완성될 수 있다.

정해성 전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장이 2024년2월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한축구협회 축구회관에서 3차 전력강화위원회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더팩트DB
정해성 전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장이 2024년2월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한축구협회 축구회관에서 3차 전력강화위원회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더팩트DB

◆ 이번 감독 선임을 한국축구의 전환점으로

전력강화위원회나 축구협회가 진정으로 한국축구의 미래를 걱정한다면, 지금 당장 눈앞의 불을 끄기 위한 임시방편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미 한계를 드러낸 MIK를 억지로 붙들고 있을 것이 아니라, 이를 과감히 내려놓고 한국축구의 기술철학부터 다시 설계해야 한다.

축구철학의 재정립과 A대표팀 감독 선임을 하나로 묶어, 한국축구 저변의 유소년 시스템까지 송두리째 바꿀 수 있는 전환점으로 삼아야 한다.

이번 A대표팀 감독 선임을 단순한 사령탑 인선으로 끝내지 말고, 한국축구의 새로운 기술철학을 설계하고 현장에서 구현할 ‘마스터 감독’을 선임하는 계기로 삼아보는 것이 어떨까.

이영규 수정 배너
이영규 수정 배너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인기기사
회사소개 로그인 PC화면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