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 앞당겨달라…원청 지시로 사고"
정몽원 회장 의사 개입 가능성도 제기

[더팩트 | 박성호 기자]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가 하청업체 직원의 사망 사고에 HL만도와 정몽원 HL그룹 회장이 개입돼 있다며 처벌을 촉구하고 나섰다.
사측이 책임을 회피하는 데다가 생산 차질을 노조의 책임으로 돌리자 노조는 크게 분개하고 있다. 이에 정몽원 회장을 중대재해처벌법으로 고소하는 등 회사를 본격 압박하는 모양새다.
금속노조는 27일 국회 소통관에서 'HL만도 본사 압수수색, 정몽원 회장 처벌 촉구 국회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정혜경 진보당 국회의원 등은 정 회장이 안전보건 관련 예산과 조직에 최종 의사결정권을 행사해 온 만큼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에 해당한다며 수사를 촉구했다.
나아가 정 회장이 실질적 지시를 내린 증거가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HL만도가 'HJN 부재중 데일리 주요 업무 보고' 지침을 통해 HJN가 반드시 인지하거나 의사 결정할 내용을 매일 보고해달라고 요청한 사실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노조는 정 회장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함께 고소하고, HL만도 판교글로벌R&D센터와 기흥사업장의 정 회장 집무실 등을 강제수사 해달라고 촉구했다.
또한 HL만도 전체 사업장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하고 평택공장에 내려진 작업중지명령도 확대해달라고 고용노동부에 요구했다.
◆"원청 요구로 무리하다 중대재해 발생"…문제 하청업체·노조 떠넘기기에 갈등 확산
이번 사고는 HL만도 평택공장에서 설비 보전 외주업체 피아로딕스 소속 고 김승모 씨가 홀로 작업하다 발생했다.
노조는 이번 사고가 원청의 무리한 요구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본다. 해당 작업은 근로자의 안전을 위해 2인 1조로 진행돼야 한다. 그러나 원청 직원이 작업을 앞당겨달라는 부탁에 무리하게 진행된 점을 확인했다.
노조에 따르면 2인 1조가 사고가 발생한 주에 배정받은 일정은 11호기 유지·보수였다. 하지만 원청 직원이 다음 주로 예정됐던 12호기 작업을 앞당겨달라고 요구했고, 1인 1조로 작업하다 사고가 발생했다.
게다가 설비는 안전장치인 '인터록' 장치도 적용돼 있지 않았다. 사람이 내부에 있으면 가동하지 않아야 하는데 기본 안전 장치조차 설치하지 않아 발생한 사고라는 지적이다.
노조는 사측이 설비 보전 인력을 외주화한 점도 비판했다. 지난 2013년 이후 정규직 신규채용은 사실상 중단했고, HL만도에서 설비보전 업무를 맡던 희망퇴직자가 차린 개인 회사에 동일 업무를 맡겨 사용자 책임을 회피했다고 본다.
해당 사고로 HL만도 평택공장의 4라인은 고용노동부의 중대재해 시 작업중지 명령에 따라 가동 중지 상태다. HL만도는 공장 재가동을 위해 안전장치 설치를 시도하다 노조의 반발로 실패했다. 노조는 "이렇게 빠르게 해결할 수 있던 문제를 20년간 방치했다"며 분개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금속노조의 개입으로 라인 가동 재개는 물론 회사에 타격을 입혔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금속노조는 유가족으로부터 합의 권한을 넘겨받았다. 노조가 해당 의제를 활용해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에서 정년연장 등 요구를 관철하려 한다는 우려다.
이에 금속노조는 성명문을 배포하며 적극 반발하고 있다. 임단협 요구안을 사측에 제출한 것은 지난 7월 7일이고 중대재해 발생일은 22일로 선후 관계가 맞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임단협을 들어주면 작업중지를 해제하겠다는 요구도 한 적이 없다고 꼬집었다. 중대재해 재발방지대책을 논의하는 테이블은 산업안전보건위원회로 임단협 교섭과 별도로 이뤄진다고 지적했다.
중대재해를 둘러싼 HL그룹과 노조 간 갈등이 극으로 치닫는 모습이다. 업계는 이번 갈등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한다.
정혜경 진보당 국회의원은 "사업장에서 사망재해가 발생한 것 자체가 문제겠지만 꼬리자르기 식으로 사고를 축소·은폐하거나 책임을 회피하는 것은 더 큰 범죄"라며 "국정감사 기간이 다가오고 있고 정몽원 회장은 국회 출석이 필요해 보이며, 부실수사 의혹에 놓인 노동부도 추궁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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