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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내리면 안 되나요?"…항공기 '자발적 하기' 절차 뜯어보니
박수홍 가족 하차 의사 밝혔다 철회…'자발적 하기' 관심
운항 중지·보안검색·수하물 하기 거쳐 최소 1~2시간 소요


항공기 '자발적 하기'는 운항 중지와 수하물 처리, 보안검색 등 복잡한 절차가 뒤따라 최소 1~2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인천국제공항=김성렬 기자 (현장풀)
항공기 '자발적 하기'는 운항 중지와 수하물 처리, 보안검색 등 복잡한 절차가 뒤따라 최소 1~2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인천국제공항=김성렬 기자 (현장풀)

[더팩트ㅣ황지향 기자] 방송인 박수홍 가족이 대한항공 여객기에서 출발 전 하차 의사를 밝혔다가 철회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자발적 하기'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승객 한 명이 항공기에서 내리는 단순한 문제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운항 중지부터 수하물 처리, 보안검색까지 복잡한 절차가 뒤따른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박수홍 가족은 지난 23일 인천국제공항에서 괌으로 향하는 대한항공 KE415편에 탑승한 뒤 자녀가 울음을 그치지 않자 승무원에게 하기 의사를 밝혔다. 이후 자녀가 진정되면서 하기 의사를 철회했다. 실제 항공기에서 내리지는 않아 재탑승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자발적 하기는 출국 수속을 마치고 항공기에 탑승한 승객이 본인의 의사로 비행을 포기하고 항공기에서 내리는 것을 말한다. 건강 문제나 갑작스러운 가족의 변고, 분실물, 단순 변심 등 이유는 다양하다.

하지만 일단 항공기에 탑승했다면 승객이 원한다고 곧바로 내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항공보안법 시행규칙은 '항공기 이륙 전 항공기에서 내리는 탑승객 발생 시 처리절차'를 각 항공사가 마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국가항공보안계획에 따라 항공사는 승객의 자발적 하기가 발생하면 관계기관과 협조해 하차 사유를 파악하고 필요한 보안 조치를 해야 한다.

대한항공도 이를 토대로 자체보안계획을 운영하고 있다. 대한항공의 자발적 하기 절차를 보면 승객이 하차를 요청할 경우 승무원이 먼저 다른 승객에게 미치는 영향과 이후 절차를 안내한다. 그래도 하차 의사를 유지하면 항공기 운항을 중지하고 위탁수하물이 있는 경우 해당 수하물을 내리는 등 하기 절차를 진행한다.

항공기가 이미 탑승구를 떠나 계류장에서 이동하고 있다면 다시 탑승구로 돌아가야 할 수도 있다.

항공보안법상 이륙을 앞둔 항공기에서 승객이 실제로 내리게 되면 이후 절차는 더욱 까다로워진다. 항공사는 공항상황실에 상황을 통보하고 공항상황실은 공항테러보안대책협의회에 이를 보고한다. 협의회는 국가항공보안계획에 따라 상황에 맞는 보안 조치를 항공사에 지시한다.

보안 조치 수준은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테러 등 보안 위협이 의심되는 경우 폭발물처리반 등이 투입될 수 있으며 모든 승객과 수하물을 대상으로 보안검색을 다시 실시할 수도 있다. 이 경우 탑승객 전원이 항공기에서 내려야 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인천국제공항 대한항공 화물터미널 모습. /인천국제공항=남윤호 기자(현장풀)
인천국제공항 대한항공 화물터미널 모습. /인천국제공항=남윤호 기자(현장풀)

모든 보안 조치를 마친 뒤에는 항공사가 이상 유무를 공항상황실에 보고한다. 이후 처리 결과가 관제기관에 전달되고 관계기관이 운항 재개 여부를 결정해야 다시 출발 준비에 들어갈 수 있다.

이 같은 절차를 모두 거치는 데는 최소 1~2시간이 걸릴 수 있다. 출발과 도착 지연뿐 아니라 환승객이 연결 항공편을 놓치는 등 다른 승객의 일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처럼 까다로운 절차에도 다소 황당한 사유로 자발적 하기를 요구하는 사례는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2019년 김해공항에서는 김포행 항공기에 탑승한 한 승객이 출발 직전 "저비용항공사(LCC)보다 요금이 비싸다"는 이유로 내리겠다고 요구했다. 2018년 홍콩에서는 중국인 2명과 홍콩인 1명 등 승객 3명이 아이돌 그룹을 가까이에서 보기 위해 서울행 대한항공 여객기에 탑승했다가 이륙 직전 하차를 요구하기도 했다.

과거에는 남자친구와 통화하다 싸워 만나러 가야 한다거나 다른 항공편에 일행이 있어 갈아타고 싶다는 이유, 좌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 등으로 하차를 요구한 사례도 있었다.

다만 승객의 의도와 무관하게 하차하게 된 경우에는 절차가 달라질 수 있다. 시스템 오류에 따른 탑승권 발급이나 예약 초과에 따른 좌석 부족 등 승객에게 책임이 없는 것이 명백한 경우에는 탑승객 전원이 항공기에서 내려 다시 보안 절차를 밟는 과정 등을 생략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승객이 이미 항공기에 탑승한 이후에는 보안과 수하물 처리 등 여러 절차가 연결돼 있다"며 "승객 한 명의 하차라도 항공편 전체 운항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hya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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