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현장선 '자치구 인허가 지연' 호소"
국토부 장관 정비구역 지정 법안도 논란

[더팩트|황준익 기자] 정부·여당이 서울시의 정비사업 관련 권한을 분산시키는 법안을 잇달아 추진하면서 '서울시 패싱' 논란이 일고 있다. 여권에서는 정비사업의 인허가가 서울시에 집중돼 병목현상을 해소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서울시는 오히려 난개발과 사업 속도가 더 늦어질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지난 23일 고위당정협의회를 갖고 '서울 500가구 이하 재개발·재건축 권한 자치구 이양' 방안을 논의했다. 자치구로 권한을 넘겨 인허가 과정에서 발생하는 병목현상을 줄이고 정비사업 속도를 높이겠다는 취지다.
현재 재개발·재건축의 시작인 정비구역 지정은 서울시가 맡고 있다. 자치구가 정비계획을 입안해 정비구역 지정을 신청하면 서울시는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지정·고시한다.
정비구역 지정 이후 조합설립인가, 사업시행계획인가, 관리처분계획인가 등은 자치구가 맡는다. 당정에서는 정비구역 지정 등 자치구 권한이 확대되면 자치구가 인허가 절차를 연속적으로 처리할 수 있어 사업 속도가 앞당겨질 수 있다고 본다.
서울시는 즉각 반발했다. 이미 정비사업 전체 9개 인허가 권한 중 조합설립·사업시행·관리처분 등 7개 권한이 자치구에 있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시가 행사하는 권한은 구역 지정을 위한 심의, 사업시행을 위한 통합심의 2가지뿐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2가지 심의 소요기간은 약 4개월에 불과하고 이는 정비사업 전체 기간을 12년으로 본다면 서울시 처리 기간은 2.7%에 그친다.
서울시는 오히려 법적 요건을 충족했음에도 일부 자치구에서 사업시행자 지정 승인을 보류하거나 통합심의를 통과한 사업장에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는 등 자치구 단계에서 행정을 지연시키는 사례가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 서대문구 북아현3구역의 경우 2008년 2월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이후 2011년 9월 사업시행계획인가까지 순항했지만 18년째 표류 중이다. 서대문구와의 갈등이 영향을 미쳤다. 조합은 사업시행계획 변경인가를 추진했지만 서대문구가 반려했고 이에 대한 행정심판에서도 지난해 8월 패소했다. 이 여파로 조합장은 사퇴했고 전문조합관리인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도 조합원 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김동구 서울시 건축기획관 직무대리는 "정비구역 지정이나 통합심의를 직접 경험한 자치구 직원이 거의 없다"며 "권한이 이양될 경우 자치구 조직이 이를 감당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여권은 국토교통부 장관의 부동산 관련 권한을 확대하는 법안도 추진하고 있다. 안태준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0명은 지난 1월 '정비구역 지정이 지체돼 정비사업의 시행에 중대한 차질이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국토부 장관이 정비구역을 지정·해제할 수 있도록 하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지난 4월 국토교통위원회에 상정돼 한 차례 논의를 거쳤다.
현행법상 정비구역의 지정 권한은 특별시장·광역시장 등 광역지방자치단체장에 있다. 개정안은 정비구역 지정 권한이 광역지방자치단체장에게 집중돼 있어 병목현상으로 인해 정비사업 추진이 지체되고 있다고 본다. 이에 국토부 장관이 정비구역을 지정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정비사업의 원활한 추진에 기여하겠다는 취지다.
이 역시 서울시는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서울시는 "정비구역의 지정 권한이 시·도지사에 집중돼 병목이 발생한다는 잘못된 지적에 근거하고 있어 입법의 실익이 없고 국토부 장관이 정비구역을 지정할 경우 오히려 정비사업이 지연되고 사업의 불확실성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시민들도 반대 목소리가 크다. 지난 6월 16일 올라온 '부동산거래신고법·주택법 등 개정안의 본회의 의결 반대' 청원은 1달 동안 5만명 넘게 동의했다.
청원인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정비구역 지정, 조합 감독 등 부동산 정책 권한은 해당 지역의 현장 상황과 주민 수요를 가장 잘 파악하는 지자체가 행사할 때 실효성이 높다"며 "부동산 정책 권한을 국가 단일 기관에 집중시키는 것은 시장의 다양성과 지역별 특수성을 무시하는 획일적 통제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의 한 재건축 조합장은 "구청장이 정비구역 지정까지 행사하면 구청장 성향, 역량에 따라 속도가 크게 차이 날 것"이라며 "정비구역 지정이 늦어지는 건 소유주 동의 절차에 긴 시간이 소요되는 게 가장 큰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지 않고 권한이 충돌하면 오히려 행정 절차가 복잡해져 조합원 간 갈등만 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plusi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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