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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빌리티 美상장 검토 하루 만에 인적분할…카카오 주주들 '상장 트라우마'
카카오모빌리티 ADR 검토 공개 다음날 카카오AI·카카오X 분할 공언
공매도 10배 급증·증권사 목표가 줄하향…시장 불신 확산


카카오는 카카오AI와 카카오X로 회사를 나누는 인적분할을 추진한다. 지난 21일 인적분할 발표 직후 카카오 주가는 장중 13% 넘게 급락했다. /더팩트 DB
카카오는 카카오AI와 카카오X로 회사를 나누는 인적분할을 추진한다. 지난 21일 인적분할 발표 직후 카카오 주가는 장중 13% 넘게 급락했다. /더팩트 DB

[더팩트|윤정원 기자] 카카오모빌리티의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 검토 사실이 공개된 지 하루 만에 카카오가 본체를 인적분할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쪼개기'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이번에는 물적분할이 아닌 인적분할을 택했지만 주가는 장중 13% 넘게 급락했고, 증권사들도 목표주가와 투자의견을 잇달아 낮추며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 물적분할 아닌 인적분할이라지만…주주들 '쪼개기' 데자뷔

카카오는 지난 20일 한국거래소 조회공시 요구에 대한 답변을 통해 카카오모빌리티의 미국 ADR 상장 검토 사실을 공개했다. 검토 대상은 카카오모빌리티 2대 주주인 텍사스퍼시픽그룹(TPG)이 보유한 지분이다. TPG가 과반 의석을 확보한 주주가치제고위원회가 재무적투자자(FI)의 투자금 회수 방안 중 하나로 ADR 상장을 검토하고 있다.

단순한 아이디어 단계에만 머문 것은 아니다. 주주가치제고위원회는 지난 7월 2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ADR 상장 공모 관련 등록신청서(Form F-1)를 비공개 제출했다. 다만 카카오는 이사회에서 해당 사안과 관련해 결정한 사항은 없으며 발행 규모 등도 확정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불과 하루 뒤인 지난 21일에는 카카오 본체를 둘로 나누는 계획이 발표됐다. 카카오는 이사회를 열고 회사를 신설법인 카카오AI와 존속법인 카카오X로 인적분할하기로 결의했다. 공시 순서만 놓고 보면 카카오모빌리티의 미국 상장 검토 사실이 알려진 이튿날 카카오 본체의 분할·재상장 계획까지 등장한 것이다.

두 사안의 의사결정 주체와 목적은 다르다. 카카오모빌리티 ADR은 TPG 측이 주도하는 FI 투자금 회수 방안이고, 카카오 인적분할은 카카오 이사회가 결정한 지배구조 개편이다. 하지만 주주 입장에서는 하루 사이 카카오모빌리티의 해외 상장 가능성과 카카오 본체의 분할 계획을 연이어 받아들게 됐다.

이번 분할은 과거 자본시장에서 논란이 됐던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과는 구조가 다르다. 분할비율은 순자산을 기준으로 카카오AI 약 36.5%, 카카오X 약 63.5%다. 기존 카카오 주주는 이 비율에 따라 양사의 주식을 모두 받는다. 카카오는 오는 12월 17일 임시주주총회를 거쳐 내년 1월 1일 분할하고 같은 달 27일 카카오AI 재상장과 카카오X 변경상장을 추진한다.

카카오AI에는 카카오톡을 비롯해 AI·광고·커머스 사업을 담는다. 카카오X는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모빌리티 등 주요 계열사 지분과 투자자산을 보유한다. 사업회사와 투자회사를 분리해 자본 배분과 의사결정 효율성을 높이고 기존 카카오에 적용되던 '복합기업 할인'을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시장의 첫 반응은 냉랭했다. 카카오는 지난 21일 전 거래일 대비 7.49% 내린 3만5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3만3600원까지 고꾸라지며 낙폭이 13.18%까지 확대됐다. 하루 사이 시가총액도 17조1434억원에서 15조8587억원으로 약 1조2847억원 줄었다.

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도 급증했다. 지난 21일 카카오의 공매도 거래대금은 802억원으로 직전 거래일 81억원의 10배 가까이 불어났다. 전체 거래량에서 공매도가 차지한 비중도 9.78%에서 22.87%로 두 배 넘게 뛰었다. 결국 카카오는 공매도 과열종목으로 지정돼 24일 하루 공매도가 금지됐다. 주가 하락과 동시에 하락 베팅까지 집중되면서 인적분할 발표를 바라보는 시장의 경계심이 수치로 확인된 셈이다.

통상 기존 주주가 신설회사 주식을 함께 받는 인적분할은 물적분할보다 주주가치 훼손 논란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그럼에도 주가와 공매도 모두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분할 방식보다 카카오의 과거 계열사 상장 전력에 대한 불신이 투자심리를 짓누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 '주주가치 제고'라는데 증권가는 목표가 줄하향…"새 할인 우려"

카카오 주주들의 경계심에는 과거 경험이 자리하고 있다. 카카오게임즈가 2020년 9월 코스닥시장에 입성한 데 이어 카카오뱅크가 2021년 8월, 카카오페이가 같은 해 11월 각각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주요 계열사들이 잇달아 증시에 입성하면서 카카오그룹은 '문어발 상장'과 중복상장 논란의 중심에 섰다.

카카오 측은 이번에는 추가적인 주주가치 훼손 가능성에 선을 긋고 있다. 김도영 카카오X 대표 내정자는 지난 21일 설명회에서 "카카오X를 지주사로 전환할 계획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계열사 추가 상장과 관련해서도 현재 추가적인 지배구조 개편이나 합병 계획은 없으며 향후 상장 시 중복상장 가이드라인을 준수하고 주주가치가 훼손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분할 발표 이후 처음으로 증권사 리포트가 쏟아진 24일 시장의 눈높이는 오히려 낮아졌다. 이날 카카오 관련 보고서를 낸 증권사 가운데 하나증권·키움증권·삼성증권·메리츠증권·다올투자증권 등 5곳이 목표주가를 하향했다. 키움증권은 기존 11만원에서 7만원으로 낮췄고, 메리츠증권은 5만2000원에서 3만7000원, 다올투자증권은 6만원에서 4만5000원, 삼성증권은 4만9000원에서 4만원, 하나증권은 5만8000원에서 5만원으로 각각 눈높이를 낮췄다. 삼성증권과 메리츠증권은 투자의견까지 '매수'에서 '보유'로 내렸다.

증권가가 우려하는 대목은 카카오가 기존 복합기업 할인을 없애기 위해 회사를 둘로 나눴지만, 카카오X에는 오히려 지주회사 할인이 부각될 수 있다는 점이다. 삼성증권은 카카오X에 기본적으로 30%의 지주회사 할인율을 적용해 기업가치를 10조8000억원으로 평가했다. 할인율이 50%까지 확대될 경우 카카오 전체 적정주가가 3만3000원 수준까지 낮아질 수 있다고 추산했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카카오톡 플랫폼과 자회사 서비스 연결이 악화돼 시너지가 제한되고 이해 상충 이슈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카카오모빌리티까지 상장될 경우 카카오X 기업가치에서 상장 자회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더 커지면서 할인율 확대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그는 분할 이후 기업가치 향방을 두고 "카카오AI의 리레이팅 폭과 카카오X의 디레이팅 폭 간의 싸움"이라고 평가했다.

카카오AI 역시 당장 높은 성장 프리미엄을 인정받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카카오는 현재 약 2조8000억원인 카카오AI 매출을 2030년 6조원 이상으로 키우고 AI에서만 1조원 이상의 매출을 내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그러나 실제 이용자 확대와 AI 수익화 모델은 아직 검증이 필요한 단계라는 지적이다.

이효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에이전틱 커머스 등 AI 수익화 전략은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면서 "투자자의 공감을 얻을 새로운 사업전략이 입증될 때까지 당분간 보수적인 접근이 유효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카카오X 주요 자회사 지분의 실효가치를 약 11조1000억원으로 평가하면서도 국내 지주회사에 통상 30~60% 수준의 할인이 적용되는 점을 고려하면 현 주가 대비 상승 여력이 제한적이라고 봤다.

이준호 하나증권 연구원도 "카카오AI의 AI 성장 스토리는 2028년부터 숫자로 증명될 전망"이라며 "단기간에 상장 자회사들의 가치 상승을 제외하고는 리레이팅 요인은 부재하기에 보수적인 접근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garde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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