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지우 코스타, 이름값보다 쓰임새 주목, 효율성 극대화에 진심

[더팩트 | 이영규 전문기자] 강등 위기에 몰렸던 팀을 정교한 전술과 규율로 재건해 지난해 반전 우승을 이끌어낸 거스 포옛 감독의 전북현대사례처럼, 올해 K리그1 후반기 판도의 주인공은 단연 세르지우 코스타 감독의 제주 유나이티드다. 지난해 강등권 다툼을 벌이며 가까스로 살아남았던 제주는 후반기 들어 치른 9경기에서 4승 5무(승점 17점)로 무패 행진을 달리며 상위권(5위) 경쟁의 중심에 섰다.
비록 주중 코리아컵 혈투 여파로 22일 김천상무전에서는 선수들의 체력이 떨어져 0-0으로 비겼지만, 후반기 성적만 따지면 동기간 1위 FC서울(5승 3무 1패, 승점 18점)에 이어 단독 2위다. 제주의 반등은 단순한 상승세가 아니다. 지난해 포옛에 이어 올해 코스타까지, K리그에서 외국인 감독의 전술적 접근법이 실제 성과로 이어지는 장면이 잇따르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 이름값보다 역할, 감각보다 시스템… 구조적 효율성
외국인 감독들이 보여주는 첫 번째 차이는 선수의 이름값이나 과거의 경력보다 현재의 역할과 전술적 적합성을 우선한다는 데 있다. 개인의 능력을 팀의 구조 안에 배치하고, 그 구조가 만들어내는 효율을 극대화한다.
제주의 올시즌 K리그1 평균 점유율은 45.1%로 리그 10위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후반기 9경기에서 4승 5무를 기록하며 승점을 쌓는 효율은 리그 최고 수준이다. 점유율을 지배하지 않아도 경기의 결정적 순간을 지배하는 ‘효율의 축구’가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그 효율성의 바탕에는 탄탄한 수비 구조가 있다. 제주는 전반기에도 경기력에 비해 골운이 따라주지 않아 순위가 가라앉았지만, 수비 조직 자체는 쉽게 흔들리지 않았다. 경기당 실점 기준 전체 4위 수준의 안정적 수비를 유지했다. 지역 방어를 기본으로 하면서 상대의 패스가 끊기거나 전개가 지연되는 순간에는 즉각 대인 압박으로 전환한다. 무작정 상대를 몰아붙이기보다 상대의 실수를 유도하고, 그 순간을 공격으로 연결하는 구조가 후반기 승점 효율을 끌어올리는 기반이 됐다.

◆ ‘디테일한 가변형 블록’: 상대를 읽는 전술 분석
포옛이 선이 굵고 힘있는 직선형 빠른 공격 전개와 빈공간을 활용한 세컨볼 지배로 팀의 색깔을 바꿨다면, 세르지우 코스타는 상대에 따라 수비 블록의 높이와 압박 방식을 달리하는 ‘가변형 구조’로 제주를 재편했다.
전반기를 5승 3무 7패(8위)라는 다소 아쉬운 성적으로 마감했던 제주는 월드컵 브레이크 이후 한층 더 날카로워졌다. 코스타 감독은 시즌 초부터 '주도하고 압도하는 축구'를 지향해 왔지만, 후반기 들어서야 비로소 정교한 전술 분석과 압박 디테일이 결합하며 결실을 맺기 시작했다.
상대의 압박 구조와 공격 숫자에 따라 3-4-3, 4-2-3-1, 4-1-4-1 등으로 형태를 달리한다. 볼을 소유했을 때와 소유하지 않았을 때의 구조도 달라진다. 상대의 빌드업 특성과 약점을 분석해 경기마다 압박의 방향과 강도를 조율하고, 상황에 따라 수비 블록의 형태까지 바꾸는 것이다. 이러한 전술적 유연성이 상대의 공격 경로를 제한하는 핵심 요소다.
수비에서도 피지컬을 앞세운 센터백 줄리앙 세레스틴을 중심으로 한 1차 대인 경합과 백라인의 협력 수비가 자리를 잡으며 '실속 있는 공수 전환'의 기틀이 완성됐다.

◆ '균열'과 '해결': 네게바와 아이아스가 완성한 공격 마침표
수비가 안정되자 공격의 파괴력도 살아났다. 단조로운 크로스에서 벗어나 하프스페이스 점유와 컷백 공격을 늘렸고, 수비 성공 직후 빠른 전진 패스로 상대의 빈 공간을 타격했다.
이 전개 과정의 마침표를 찍는 인물이 네게바와 아이아스다. 측면과 하프스페이스를 특유의 가속도로 허무는 네게바가 상대 수비진에 균열을 내면, 박스 안 포지셔닝과 원터치 마무리가 뛰어난 아이아스가 적은 기회도 골로 연결하는 '원샷원킬'의 효율을 보여준다.
여기에 2선과 3선 자원들의 적극적인 침투까지 어우러지며 득점 루트가 다변화됐다. 지난 15일 안양전에서 신상은의 선제골에 이어 오른쪽 풀백 유인수가 튕겨 나온 볼을 강력한 발리슛으로 연결해 2-0 승리를 완성한 장면이 대표적이다. 비록 22일 김천전은 체력적 피로로 공격력이 무뎌지며 무득점에 그쳤으나, 집중력 있는 수비로 실점 없이 버텨내는 실속을 보였다. 전반기 15경기 13골에 그쳤던 골빈곤을 씻어내고 후반기 9경기에서 14골을 몰아친 비결은, "훈련장에서 마무리 세션을 정교하게 다듬으며 찬스 대비 효율성을 높였다"는 코스타 감독의 말처럼 구조적 완성도에 있다.

◆ 이름값보다 쓰임새… 스쿼드 뎁스의 재발견
코스타 감독의 또 다른 강점은 기존 자원의 새로운 쓰임새를 찾아내는 데 있다. 한 포지션의 주전과 백업을 명확히 구분하기보다 상대와 경기 상황에 따라 멀티 자원의 위치를 바꾸고, 그 과정에서 기존 선수들의 새로운 쓰임새를 찾아낸다. 정운, 임창우, 유인수 같은 멀티 자원은 이러한 가변성을 뒷받침하는 핵심 자원이다. 이러한 자원들을 바탕으로 한 주전급 로테이션 가동은, 원정 거리와 혹서기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경기 후반 체력적 우위를 점하며 무패 흐름을 지켜내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까지 센터백으로 뛰었던 장민규를 올 시즌 중원의 중심축으로 활용하면서 이탈로와 이창민 등 미드필더진의 활동폭과 공격 가담이 한층 살아났다. 중원에서 안정적인 연결고리가 생기면서, 팀은 볼을 빼앗긴 직후에도 물러서기보다 즉각 재탈취에 나서고 이를 빠른 공격 전환으로 연결하고 있다. 기존 선수의 익숙한 쓰임새에 머물지 않고 새로운 역할을 부여하면서 팀 전체의 잠재력을 끌어올린 것이다. 지난해까지 큰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선수들이 코스타 감독의 전술적 설계 안에서 자신들의 가치를 새롭게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 '감(感)'의 축구에서 '구조(Structure)'의 축구로: K리그에 던진 전술적 화두
작년의 거스 포옛, 그리고 올해의 세르지우 코스타. 외국인 감독의 장점은 국적 그 자체에 있지 않다. K리그 내부의 익숙한 관성과 평가 기준에서 한발 떨어져 선수와 팀을 바라볼 수 있는 ‘외부자의 시선’에 있다. 선수의 이름값이나 과거의 경력보다 현재의 전술적 역할과 훈련 성과를 기준으로 판단할 여지가 크다는 것이다.
제주의 9경기 연속 무패라는 결과보다 더 주목해야 할 것은 그 결과를 만들어낸 과정이다. 점유율보다 효율을, 이름값보다 역할을, 감각보다 구조를 앞세운 축구. 세르지우 코스타의 제주는 이제 단순한 '돌풍의 팀'을 넘어 리더십 변화를 통해 K리그 전체에 강력한 화두를 던지고 있다.
K리그의 다음 경쟁력은 누가 더 이름값 있는 선수를 데려오느냐가 아니다. 이미 가진 선수들에게 어떤 역할을 부여하고, 그들을 어떤 구조 안에서 움직이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포옛에서 코스타로 이어진 두 번의 반전은 K리그에 그 질문을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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