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의 의미 깨달은 작품"

[더팩트ㅣ최수빈 기자] 배우 황인엽에게 '그대에게 드림'은 하나의 새로운 출발점이 됐다. 처음으로 로맨틱 코미디에 도전한 그는 그동안 보여주지 않았던 새로운 얼굴까지 꺼내보였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상대와 호흡하며 만들어가는 연기의 재미도 새롭게 깨달았다. 황인엽에게 이번 도전은 단순한 작품이 아닌 다음을 기대하게 만드는 또다른 시작이 됐다.
배우 황인엽이 최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ENA 월화드라마 '그대에게 드림'(극본, 연출) 종영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극 중 영화감독 우수빈 역을 맡은 그는 이날 작품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대에게 드림'은 꿈을 이루고 돌아온 천재 영화감독 우수빈(황인엽 분)과 꿈을 잊은 채 사는 생계형 리포터 주이재(이혜리 분)의 재회 후일담을 그린 로맨틱 코미디다. 총 12부작으로 지난 18일 종영했다.
황인엽은 "처음부터 끝까지 과정이 너무 좋았기 때문에 아쉽기도 하다"며 "개인적으로 제 첫 '로코(로맨틱 코미디)'이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다"고 종영 소감을 밝혔다.
다만 작품은 최고 시청률 2.9%(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를 기록하며 수치상으로는 다소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그럼에도 황인엽은 "드라마 자체는 끝이 났지만 찾아볼 수 있는 곳이 많이 있다"며 "지금부터 몰아서 볼 수 있으니 많이 찾아봐 주셨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황인엽은 이번 작품을 통해 첫 로맨틱 코미디에 도전했다. 그 출발로 '그대에게 드림'을 선택한 이유는 작품이 품고 있는 따뜻한 정서에 있었다. 특히 '꿈을 돌려준다'는 표현이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황인엽은 "우수빈과 주이재가 서로의 첫사랑인 상태에서 같은 꿈을 꾸고 그 꿈을 돌려주기 위해 공동 연출을 한다는 점이 굉장히 자극적으로 다가왔다"고 작품 선택 계기를 밝혔다.
"수빈이의 대사가 굉장히 서정적이고 시적인 표현이 좀 있어요. 평소에는 잘 쓰지 않는 예쁜 표현이 많아서 이런 말을 제 것처럼 이야기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수빈이를 보면서 '다정한 남자구나'라는 것도 느껴졌어요. 충분히 멋있고 매력적이라고 생각해서 대본을 보자마자 하고 싶었어요."

황인엽이 분한 우수빈은 과거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첫사랑이자 자신의 진짜 꿈이었던 주이재 곁으로 돌아온 천재 영화감독이다. 부모가 설계한 세상 안에서 살아가던 그는 10대 끝자락 주이재를 만나 처음으로 자신만의 꿈을 갖게 되고 치열하게 달려온 끝에 영화감독이라는 목표를 이룬다.
황인엽은 꿈이 없던 소년이 주이재의 반짝이는 모습을 동경하고 사랑하게 되는 과정부터 성인이 된 뒤에도 한 사람을 향한 마음을 간직하는 모습까지 긴 호흡으로 그려냈다. 능청스러운 설렘과 애틋한 순애보를 유연하게 오가며 우수빈이 가진 다정함을 설득력 있게 쌓아 올렸다.
이처럼 '그대에게 드림'을 통해 첫 로맨틱 코미디 도전을 성공적으로 이뤄낸 황인엽. 그는 "로맨틱 코미디는 서로의 좋은 호흡에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해서 혜리 씨와의 관계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며 "수빈이와 이재가 처음에는 어색하다가 점점 친해지는데 실제로 저와 혜리 씨도 이번 작품에서 처음 만났다. 관계가 쌓여가는 과정이 비슷하게 느껴져서 신기했다"고 떠올렸다.
"로맨틱 코미디에서 제가 어디까지 연기할 수 있느냐는 제가 얼마나 혜리 씨에게 마음을 맡기느냐에 달려 있던 것 같아요. 제가 온전히 표현할 수 있도록 혜리 씨가 기댈 수 있는 사람으로 있어 줘서 로맨틱 코미디의 매력을 더 느낄 수 있었어요. 상대 파트너를 통해 제가 얼마만큼 보여줄 수 있는지를 새롭게 알아가는 장르였던 것 같아요."
상대와의 호흡이 로맨틱 코미디의 중심을 잡아갔다면 15년에 걸친 우수빈의 감정 변화는 황인엽이 풀어야 할 또 다른 숙제였다. 극 중 우수빈은 10대부터 30대까지 긴 시간을 지나며 사랑의 의미를 조금씩 배워간다. 황인엽은 외적인 변화에 힘을 주기보다 세월을 지나며 달라지는 사랑의 방식에 집중했다.
"과거에는 사랑이 뭔지 잘 몰랐을 거 아니에요. 정말 말 그대로 첫사랑이니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게 우수빈의 사랑이었던 것 같아요. 사랑이 뭐냐고 물었을 때 제대로 대답할 수 없는 어린아이가 제가 표현하고자 했던 10대의 모습이었죠. 어른이 된 뒤에는 '내가 알고 있는 너로 돌아가게 해주고 싶다'는 희생의 마음으로 연기했던 것 같아요."

다만 우수빈의 사랑이 완전했던 것만은 아니다. 황인엽은 "우수빈 입장에서는 자신이 가진 걸 다 주는 게 큰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이었을 것"이라며 "받아들이는 사람에게는 그게 이기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는 걸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 부분이 우수빈의 트라우마이자 결핍이고, 사랑에 대해 이 사람이 가진 색깔이라고 생각했어요. '내가 너를 좋아하고 이렇게까지 해주는데 뭐가 문제지?'라는 마음을 표현하려고 했죠. 그게 우수빈의 결핍이지 않을까 싶었어요."
그렇기에 황인엽에게 우수빈의 선택 가운데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은 없었단다. 그는 "우수빈은 주이재가 자기 때문에 다쳤기 때문에 그 힘듦을 자신이 대신하려고만 했던 것 같다"며 "그런 부분에서 미성숙한 사랑의 모습을 보여준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황인엽은 첫 로맨틱 코미디에서 마냥 달콤하지만은 않은 인물을 만났다. 풋풋한 첫사랑과 재회의 설렘을 표현하는 동시에 트라우마와 결핍, 미성숙한 사랑과 성장까지 담아내야 했다. 그럼에도 그는 우수빈의 시간을 차근차근 쌓으며 캐릭터의 감정선을 설득력 있게 완성했다. 황인엽은 "이번 작품을 하면서 상대에게 100% 의지하면 더 좋은 게 나올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물론 제 대사는 외우지만 상대와 대화할 때는 제가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이 나오기도 해요. 상대를 100% 바라보면 전혀 다른 표현이 나오기도 하고요. 제 생각도 중요하지만 상대를 바라보고 상대를 보고 듣고 연기했을 때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된 작품이에요."
첫 로맨틱 코미디는 그렇게 황인엽에게 단순한 장르 확장 이상의 경험으로 남았다.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배우로서 상대와 호흡하는 방식을 다시 돌아보게 만들었다. 그는 "이번 작품을 하면서 서로 상호작용하며 촬영하는 게 얼마나 좋은 일인지 소통의 의미를 다시 한번 깨달았다"고 강조했다.
"이번에 로맨틱 코미디를 해봤으니 다음에는 조금 더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단단해진 근육 같은 거요.(웃음) 예전보다 더 나아진 지점이 있어야 시청자분들께서도 볼 이유가 생긴다고 생각해요. 연기적인 부분이 됐든 다른 어떤 부분이 됐든 무언가 하나 더 추가된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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