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성수지 시장 사업자 4곳에서 3곳…"과점 심화·가격 협조 우려"

[더팩트ㅣ세종=박병립 기자] 석유화학 업계 사업재편의 첫 기업결합인 '대산 1호' 프로젝트가 조건부로 승인됐다. 합병으로 일부 합성수지 시장에서 가격 인상과 공급 축소 우려가 있다고 보고 앞으로 5년간 가격·공급 제한 등의 시정조치가 내려졌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일 롯데케미칼·롯데대산석화·HD현대오일뱅크·HD현대케미칼이 추진하는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했다고 밝혔다. 가격 인상·인하율 제한, 공급 유지 의무, 정보교환 금지, 임직원 인사 제한 등의 시정조치를 함께 부과했다.
HD현대케미칼이 롯데대산석화를 흡수합병하고, 롯데케미칼이 HD현대케미칼 주식을 추가로 취득하는 기업결합으로 롯데대산석화는 지난 6월 롯데케미칼 대산공장을 물적분할해 신설된 회사다.
결합이 완료되면 롯데케미칼과 HD현대오일뱅크가 HD현대케미칼 지분을 각각 50%씩 보유해 공동 지배하게 된다. 충남 대산 산업단지에 위치한 양사의 나프타분해설비(NCC)와 석유화학제품 생산시설도 통합 운영된다.
공정위는 지난해 11월26일 임의적 사전심사 신청을 받은 후 20개 석유화학 제품의 생산·판매·수출입 현황 등을 분석했다. 광범위한 시장 현황 파악 후 이 가운데 양사가 공통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두 합성수지 제품에서 경쟁제한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시정조치를 내렸다.
문제가 되는 시장은 종이컵 코팅, 식품용기 등에 사용되는 저밀도 폴리에틸렌(LDPE)과 신발 밑창 등에 쓰이는 에틸렌 비닐아세테이트(EVA) 제품이다.
이번 기업결합으로 두 합성수지 시장의 과점이 심화돼 경쟁사업자 간 가격 등 협조가 용이해지는 등 경쟁이 실질적으로 제한될 우려가 있다고 공정위는 판단했다. 또 두 제품은 범용 제품으로서 동질성이 높아 가격 협조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도 봤다.
기업결합 이후 두 시장의 사업자는 한화·LG·롯데·HD현대 등 4곳에서 한화·LG·HD현대 등 3곳으로 줄어든다. 생산능력 기준으로는 3개 사업자가 약 50대 25대 25의 비율로 시장을 나눠 갖게 된다. 판매량을 기준으로 한 3사의 합산 시장점유율도 LDPE는 82%, EVA는 95%다.
공정위는 결합 후 저수익·저가 그레이드 생산과 공급을 중단할 우려가 있다고 봤다. 이는 국내 시장의 제품 다양성을 축소시켜 전반적인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국내 구매자는 대부분 중소 플라스틱 가공업체인데, 공급자가 3곳에 불과하고 경쟁사 설비 가동률도 95~100%에 달해 대체 공급처를 찾기가 제한적이다.
또 현재 추진 중인 '여수 1호' 사업재편도 고려됐다. 사업재편이 계획대로 진행되면 롯데케미칼을 매개로 관련 제품을 생산하는 합작법인 간 지분 연계가 발생해 경쟁사업자 간 협조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고 공정위는 판단했다.
이에 공정위는 향후 5년간 두 제품의 국내가격 변동률을 수출가격 변동률과 연동하도록 했다. 직전 3개월 대비 수출가격이 오르거나 동결되면 국내가격 인상률을 수출가격 인상률 이하로 제한하고, 수출가격이 내려가면 국내가격 인하율을 수출가격 인하율 이상으로 적용해야 한다.
전성복 공정위 기업거래결합심사국장은 "석유화학 사업재편 제1호 기업결합을 신속하게 심사해 산업 구조조정이 차질 없이 추진되도록 뒷받침하면서도 경쟁제한 우려가 큰 시장에는 실효성 있는 시정조치를 부과해 중소거입이 대부분인 국내 수요자들의 피해를 예방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시정조치 이행 여부를 철저히 점검하고 여수 1호 등 이어지는 석유화학 기업결합도 시장 경쟁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검토해 국내 석유화학 시장에서의 경쟁을 보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rib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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