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통합 제련소 투자 본격화, 배터리 등 신사업도 매출로 이어져

[더팩트 | 문은혜 기자] 고려아연과 영풍의 경영권 분쟁이 2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실적 부분에서 양사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고려아연은 올해 상반기에 창사 이래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성장세를 이어간 반면 영풍은 지난 1분기 반등했던 영업이익이 2분기 다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려아연은 기존 제련사업의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핵심광물과 이차전지 소재, 자원순환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미국 통합 제련소 건설까지 본격화한 최윤범 회장의 경영 전략이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올해 2분기 연결기준 매출 6조3730억원, 영업이익 587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66.6%, 영업이익은 126.8% 증가했다. 상반기 누적 매출은 12조4450억원, 영업이익은 1조3330억원으로 모두 창사 이래 최대 규모다.
상반기 실적을 뒷받침한 것은 본업인 제련사업이다.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의 올해 상반기 가동률은 100%를 유지했다. 아연과 연, 금·은·동과 각종 희소금속 등 다품종 생산 구조를 바탕으로 한 금속 가격 상승과 판매량 증가가 실적에 반영된 것이다. 특히 은 판매 확대가 두드러졌다. 고려아연의 올해 상반기 은 판매액은 4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같은 기간 영풍의 실적은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지난해 상반기 영업적자를 기록했던 영풍은 올해 상반기 누적 영업이익 448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는 성공했다. 그러나 지난 1분기에 기록한 433억원의 영업이익이 2분기에 15억원으로 고꾸라지며 분기 실적이 엇갈렸다. 아연 제련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탓에 업황에 따른 기복이 컸다는 분석이다.
핵심 생산기지의 가동률에서도 차이가 났다. 고려아연 온산제련소가 올해 상반기 100% 가동을 유지한 반면 영풍 석포제련소 가동률은 1분기 57.23%에서 2분기 51.7%로 더 떨어졌다.
양사의 이같은 실적 격차는 경영권 분쟁이 장기간 이어지는 상황 속에서 더 주목된다. 고려아연과 영풍은 오랜 기간 공동으로 제련사업을 영위해왔으나 현재는 최윤범 회장 측과 영풍·MBK파트너스 측이 갈라져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놓고 대립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최윤범 회장은 기존 제련사업의 수익성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고려아연의 사업 영역을 핵심광물 공급망 확보와 미래 소재·에너지 분야로 확장하는 전략을 추진하는 중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 통합 제련소 프로젝트인 '프로젝트 크루서블'이다. 고려아연은 오는 2029년까지 총 74억달러(약 11조원)를 투자해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빌에 연간 약 110만t의 원료를 처리할 수 있는 통합 제련소를 건설할 계획이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미국의 핵심광물 공급망을 현지에 구축하는 것이 프로젝트의 핵심이다.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투자 계획을 넘어 실제 실행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고려아연은 올해 미국 현지에서 '크루서블 징크'를 출범시키며 프로젝트를 본격화했고 최 회장도 직접 미국을 찾아 현장을 점검했다. 지난 5월에는 테네시강유역개발공사(TVA) 이사회 의장 등과 만나 제련소 건설에 필요한 초기 전력 수요와 안정적인 전력 공급망 확보 방안을 논의했다.
미국 뿐 아니라 지난 6월에 최 회장은 호주를 찾아 앤서니 앨버니지 총리와 핵심광물 공급망 및 제련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고 7월에는 칠레에서 핵심광물과 청정에너지를 중심으로 한·칠레 협력 모델을 제시했다.
아울러 최 회장이 지난 2022년부터 추진한 신사업 전략인 '트로이카 드라이브(신재생에너지·배터리 소재·자원순환)'도 구체적인 사업으로 넘어가는 단계다. 최근에는 고려아연의 이차전지 소재 자회사인 케이잼이 배터리용 동박 양산에 들어가 글로벌 배터리 업체에 처음으로 제품을 공급했다. 그간 신사업으로 추진해온 이차전지 소재 사업이 실제 매출로 이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원 민족주의가 확산하면서 아연, 연, 니켈, 알루미늄, 희소금속 등 주요 비철금속 가격이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더불어 미국 정부가 주요 희토류 업체에 대한 지분 투자에 나서면서 고려아연이 희소금속 생산업체로서의 전략적 가치가 부각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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