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논쟁에 직접 참여"…국정원 정치중립 위반

[더팩트ㅣ설상미 기자] 12·3 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알고도 국회에 보고하지 않은 혐의 등으로 기소된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이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1심에서 무죄로 본 국정원법 위반 혐의 등을 유죄로 뒤집고 형을 1년 가중했다.
서울고법 형사1부(윤성식 부장판사)는 19일 직무유기, 국회 증언감정법 위반, 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 등 혐의로 기소된 조 전 원장에게 징역 2년 6개월과 자격정지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1심 징역 1년6개월보다 무거운 형량이다.
2심 재판부는 1심에서 무죄로 판단한 일부 국가정보원법 위반과 증거인멸, 국회 증언감정법 위반 혐의 등을 유죄로 뒤집었다.
조 전 원장은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윤석열로부터 방첩사를 지원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방첩사가 이재명, 한동훈을 잡으러 다닌다'는 보고했지만 뜬 소문을 전하는 것으로 받아들였고 이 때문에 국회에서 정치인 체포 지시를 받은 적 없다고 밝혔다고 주장해왔다.
1심은 이를 인정했지만 2심은 "국정원장인 피고인이 여야 주요 정치인에 대한 체포와 같이 정치적·사회적으로 중대한 사항을 국정원 제1차장이 보고하는데도 단지 뜬소문으로 받아들였다는 것은 경험칙에 현저히 반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정치인 체포 관련 보고를 받고도 국회에서 기억에 반하는 진술을 한 국회 증언감정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계엄 직후 기자회견과 인터뷰 등을 통해 윤 전 대통령의 정치인 체포 지시가 없었다는 취지로 밝힌 행위도 국정원법상 정치 관여 행위라고 봤다.
재판부는 "홍장원으로부터 정치인 체포 지시에 관한 보고를 받았음에도 허위의 내용을 반복해 외부에 전달했다"며 "대통령 탄핵 소추를 둘러싼 정치적 논쟁에 직접 참여한 것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고, 그 내용도 특정 정치인 또는 정당에 유리한 내용으로 볼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국정원 국가정보법의 규정 내용과 취지에 정면으로 반할 뿐만 아니라, 국정원이 신뢰받는 정보기관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하는 국민의 신뢰를 크게 배신한 것으로 보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홍 전 차장의 대통령경호처 비화폰 통화기록 등을 삭제한 증거인멸 혐의도 1심 무죄를 뒤집었다.
조 전 원장이 비화폰 사용자 계정을 삭제하면 통화기록 등이 삭제된다는 사실을 알고도 박종준 전 대통령경호처장의 조치에 동의했다며 두 사람의 공모관계를 인정했다.

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 혐의도 일부 판단이 뒤집혔다.
1심은 조 전 원장이 윤 전 대통령이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계엄 관련 문건을 받고도 받지 않았다는 취지의 허위 답변서를 작성해 국회에 제출했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반면 2심은 조 전 원장이 받은 문건이 '계엄 관련 지시 문건'이 아닌 '계엄 관련 일반 문건'이라며 무죄로 판단했다.
반면 직무유기 혐의는 1심과 같이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정치인 체포 지시가 국가안전보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상황일 수 있다고 봤지만 홍 전 차장에게 보고받은 즉시 국회 보고 의무가 발생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특히 보고 이후 불과 1시간 남짓 만에 국회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돼 보고하지 않아 국가 기능이 저해되거나 국민에게 피해가 발생할 구체적 가능성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앞서 1심은 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와 위증 혐의 등을 유죄로 판단해 조 전 원장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직무유기와 국가정보원법 위반, 증거인멸, 국회 증언감정법 위반 혐의 등은 무죄로 판단했다.
조 전 원장은 홍 전 차장에게 윤 전 대통령의 정치인 체포 관련 지시를 보고받고도 국회에 알리지 않고, 계엄 이후 정치인 체포 지시가 없었다는 취지의 허위 사실을 유포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윤 전 대통령의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국정원 내부 폐쇄회로를 선별적으로 제공하고 정치중립 의무를 저버렸다는 혐의 등도 적용됐다.
계엄 관련 문건을 들고 나오는 모습이 CCTV에 포착됐는데도 문건이나 지시를 받은 적이 없다고 국회와 헌법재판소에서 허위 진술한 혐의도 받는다.
앞서 조은석 특별검사팀(내란특검)은 결심 공판에서 조 전 원장에게 징역 7년을 구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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