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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제발 하지 마라” 이정효의 일갈...‘쇼츠 축구’를 경계한다 [박순규의 창]
이미지·댓글 의식하다 도전과 책임 사라질라…'좋아요'는 '승점'이 아니다
프로선수의 진짜 무대는 90분의 피치


수원 삼성의 이정효 감독은 15일 격렬했던 수원FC와 '수원 더비'를 마친 후 인터뷰에서 선수들의 보여주기용 SNS 활동에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K리그
수원 삼성의 이정효 감독은 15일 격렬했던 수원FC와 '수원 더비'를 마친 후 인터뷰에서 선수들의 보여주기용 SNS 활동에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K리그

[더팩트 | 박순규 기자] 알렉스 퍼거슨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은 2011년 선수들의 트위터 사용 문제를 이야기하다 "Twitter is a waste of time(트위터는 시간 낭비)"이라고 일갈했다. 국내에서는 이후 이 말이 ‘SNS는 인생의 낭비’라는 훨씬 강렬한 표현으로 변주돼 하나의 경구처럼 자리 잡았다.

수많은 축구 스타가 그라운드에서 수년간 쌓아 올린 명성을 손가락 몇 번의 잘못된 움직임으로 무너뜨릴 때마다 되살아나는 말이다. 15년 전 퍼거슨이 던졌던 경고가 지금 K리그 그라운드에 다시 서늘한 울림을 주고 있다.

피치 위에서 땀과 실력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 할 프로 선수들이 가상공간의 ‘좋아요’와 타인의 평가, 순간적인 이미지에 매몰되면서 스포츠의 본령마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축구는 원래 숨길 수 없는 스포츠다. 90분 동안 뛰면 누가 준비했는지, 누가 책임을 피하는지, 누가 동료를 위해 한 발 더 뛰는지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래서 그라운드는 잔인할 만큼 정직하다.

그런데 요즘 축구선수들에게 또 하나의 경기장이 생겼다.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각종 SNS다. 이곳에서는 90분을 잘 뛰지 않아도 몇 초짜리 영상 하나로 박수를 받을 수 있고, 자신의 좋은 장면만 골라 ‘괜찮은 선수’로 포장할 수도 있다. 문제는 두 번째 경기장이 첫 번째 경기장보다 중요해질 때다.

최근 K리그에서는 공교롭게도 SNS를 둘러싼 두 장면이 잇따라 나왔다. 충북청주FC의 포르투갈 출신 수비수 반데이라는 지난 1일 수원 삼성과의 K리그2 경기 후 자신의 SNS에 심판 판정에 대한 부정적 언급과 함께 바나나와 영장류 표현이 담긴 게시물을 공유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상벌위원회는 축구계에서 바나나와 영장류 표현이 특정 인종을 차별하거나 비인간화하는 의미로 사용돼 왔다는 점에서 선수의 책임을 인정해 제재금 200만원을 부과하고 SNS 사용에 주의를 당부했다. 다만 직접적인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았고 지인의 게시물을 단순 공유한 정황 등을 감안해 비난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반데이라에게 인종차별 의도가 있었느냐만 따지는 것으로 이 사건의 교훈을 모두 설명하기는 어렵다.

프로선수에게 SNS는 더 이상 개인의 일기장이 아니다. 게시 버튼을 누르는 순간 수천, 수만 명에게 전달되는 ‘공적 메시지’가 된다. 의도가 없었다고 해도 결과에 대한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다.

15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수원 삼성과 수원FC의 '수원 더비'./K리그
15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수원 삼성과 수원FC의 '수원 더비'./K리그

그리고 하루 뒤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는 다른 차원의 ‘SNS 경계령’이 내려졌다. 수원 삼성 이정효 감독은 15일 수원FC와의 ‘수원 더비’에서 2-2로 비긴 뒤 선수들의 태도를 강하게 질타했다. "SNS는 좀 안 했으면 좋겠다. 본인들이 오직 축구에만 집중했으면 한다"는 말까지 했다. 표면적으로만 보면 감독이 선수들의 사생활에 지나치게 관여한다는 반론도 가능하다.

하지만 이정효 감독이 정말 문제 삼은 것은 휴대전화나 SNS 그 자체가 아니었다. ‘어떻게 플레이할 것인가’보다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일 것인가’를 먼저 생각하는 태도였다. 그가 경기 후 사용한 표현은 더욱 뼈아프다.

‘비겁한 플레이.’ 실수할까 두려워 과감한 돌파를 포기하고, 욕을 먹을까 걱정해 책임 있는 패스 대신 옆 선수에게 공을 넘기는 이른바 ‘폭탄 돌리기’를 질타한 것이다. 이 감독은 경기 전에도 김도연이 SNS를 탈퇴하겠다는 약속을 하고도 다시 사용한 사실을 공개하면서 "팀보다 본인의 이미지에 대한 타인의 평가를 받고 싶어 하는 것으로 보였다"고 지적했다.

이 대목에서 축구장 밖의 우리 사회를 떠올리게 된다. 지금은 긴 설명보다 30초짜리 쇼츠 한 편이 훨씬 강한 영향력을 갖는 시대다. 정치도 정책의 내용보다 정치인이 카메라 앞에서 어떤 표정을 짓고 어떤 한마디를 던졌는지가 더 빠르게 소비된다. 맥락을 설명하는 긴 연설보다 상대를 공격하는 몇 초짜리 영상이 SNS를 타고 훨씬 멀리 날아간다.

그래서 ‘쇼츠 정치’라는 말까지 나온다. 문제는 정치의 이런 문화가 스포츠에까지 스며드는 것이다. 프로선수가 ‘팀이 이겼는가’보다 ‘내 플레이가 어떻게 보였는가’를 먼저 생각하고, 경기 전체보다 자신의 멋진 장면 몇 개를 골라 SNS에 올리는 일에 마음을 빼앗긴다면 축구도 어느 순간 ‘쇼츠 축구’가 되고 만다.

물론 SNS 자체를 악으로 규정해서는 안 된다. 오늘날 프로스포츠에서 SNS는 팬과 선수를 연결하고 구단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중요한 플랫폼이다. 선수들이 팬에게 자신의 일상과 생각을 보여주는 것도 프로스포츠의 일부다.

이정효 감독 역시 구단이 팬을 위해 만드는 영상과 쇼츠는 프로선수에게 필요한 홍보 활동이라고 인정했다. 그가 경계한 것은 SNS가 아니라 SNS가 축구보다 앞서는 순간이다. 주객전도(主客顚倒)라는 말이 있다. 손님과 주인의 위치가 뒤바뀐다는 뜻이다.

축구선수에게 SNS는 어디까지나 ‘객(客)’이다. ‘주(主)’는 축구다. 팔로어 10만 명이 골 하나를 대신 넣어주지 않는다. ‘좋아요’ 1만 개도 승점 1점으로 바뀌지 않는다. 조회수 100만 회도 결정적인 순간의 백패스 하나를 전진패스로 바꿔주지는 못한다.

축구의 역사는 오히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았던 선수들에 의해 쓰였다. 드리블을 시도하면 공을 빼앗길 수 있다. 결정적인 패스를 찌르면 차단당할 수 있다. 슛을 날리면 골문을 크게 벗어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면 골도 없다. 그래서 이정효 감독의 ‘비겁한 플레이’라는 표현은 단순히 수원 선수 몇 명을 향한 질책 이상으로 들린다. 실패하지 않는 축구보다 실패를 감수하는 축구를 하라는 요구이며, 타인의 시선보다 동료와 팀을 먼저 생각하라는 주문이다.

퍼거슨이 2011년 SNS를 향해 던진 경고도 결국 같은 곳을 가리킨다. 그는 선수들에게 트위터에 매달리는 대신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으라는 취지로 말했다. 당시에는 스마트폰과 SNS가 지금처럼 인간의 일상을 지배하기 전이었다. 그로부터 15년이 흐른 지금 그의 경고는 오히려 더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반데이라의 제재금 200만원과 이정효 감독의 작심 발언을 서로 무관한 두 개의 해프닝으로 넘길 일이 아니다. 둘 사이에는 하나의 질문이 흐르고 있다. 프로선수는 무엇으로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가.

답은 오래전부터 정해져 있다. 축구선수가 자신을 가장 멋지게 보여줄 수 있는 ‘콘텐츠’는 인스타그램의 사진도, 30초짜리 쇼츠도 아니다. 동료를 위해 한 발 더 뛰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승부하며, 패배했을 때 변명하지 않고 책임지는 90분의 경기 그 자체다.

‘좋아요’는 승점이 아니다. 조회수도 골득실이 아니다. 그리고 15년 전 퍼거슨의 말처럼, 축구보다 SNS에 더 많은 마음을 빼앗기는 순간 그것은 정말 ‘시간 낭비’가 될 수 있다. 정정당당한 승부를 존재 이유로 삼아온 스포츠만큼은 ‘어떻게 보일 것인가’보다 ‘어떻게 싸울 것인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

그것이 축구다.

15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수원 삼성과 수원FC의 '수원 더비'./K리그


skp200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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