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기환송심도 다시 파기 가능…법리 오해 인정돼야

[더팩트ㅣ선은양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9440억원을 지급하라는 파기환송심 판결에 재상고하면서 사건은 다시 대법원으로 향하게 됐다. 대법원이 심리불속행으로 상고를 기각하거나 본안 심리 뒤 상고를 기각하면 최 회장의 지급 의무는 확정된다. 반대로 파기환송심 판단에 법률 해석의 잘못이 있다고 판단되면 사건은 다시 서울고법으로 돌아간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 회장 측은 전날 상고 기한 마감 1분 전인 오후 11시59분 입장문을 내고 "최 회장은 여러 사정을 고려해 고심 끝에 상고장을 제출했다"며 "주주들과 그룹 경영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자세로 향후 절차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절차는 우선 소송기록이 대법원에 접수됐다는 통지부터 시작된다. 최 회장 측은 상고장에 구체적 이유를 적지 않았다면 기록접수 통지를 받은 날부터 20일 안에 상고이유서를 내야 한다. 노 관장 측은 상고이유서를 송달받은 날부터 10일 안에 답변서를 낼 수 있다.
대법원이 가장 먼저 내릴 수 있는 결론은 심리불속행 기각이다. 이는 민사·가사 사건에서 상고이유가 헌법·법률 위반, 대법원 판례와 상반된 해석, 판례 변경 필요성 등 법이 정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본격적인 심리 없이 상고를 기각하는 제도다. 대법원은 소송기록을 받은 날부터 4개월 안에 심리불속행으로 기각할 수 있다.
심리불속행으로 기각되거나, 정식 심리 뒤 상고기각 판결이 나오면 파기환송심 판결은 그대로 확정된다. 최 회장은 확정 다음 날부터 분할금을 모두 지급할 때까지 연 5%의 지연이자를 물어야 한다. 이는 연 472억원, 하루 1억3000만원 수준이다.

이미 한 차례 파기환송을 거친 사건이라도 대법원이 파기환송심애서 법률을 잘못 해석했다고 판단하면 다시 파기환송할 수 있다. 이 경우 사건은 서울고법으로 돌아가고,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대법원의 법률 판단에 따라 변론을 다시 열어 재산분할 비율과 지급액 등을 판단해야 한다. 판결 확정 시점도 한층 더 늦어진다.
다만 대법원은 원칙적으로 사실관계를 새로 판단하지 않는 법률심이다. 이번 사건은 대법원이 앞서 비자금 부분을 재산분할 기여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해 파기환송한 뒤 다시 올라온 것이다. 다만 쟁점이었던 주식 가치평가 기준 시잠 등을 놓고 대법원이 어떻게 판단할지 주목된다. 2019년 결론이 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현대오일뱅크의 손해배상 소송 처럼 재파기환송되는 사건도 적지않다.
앞서 서울고법 가사1부(이상주 부장판사)는 지난달 24일 두 사람의 재산분할 소송 파기환송심에서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현금으로 재산분할금 944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산분할 비율은 최 회장 66.6%, 노 관장 33.3%로 정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으로 지목된 300억원이 SK에 유입됐더라도 불법 자금인 만큼 노 관장의 재산 형성 기여로 참작해서는 안 된다고 본 대법원 판단에 따라 비자금을 분할 비율 산정에서 제외했다.
다만 노 관장이 30년 넘는 혼인 기간 동안 자녀 양육과 가사를 맡고 SK그룹 관련 대외활동에도 참여한 점 등을 고려해 상당한 기여를 인정했다. 이에 따라 환송 전 항소심의 분할 비율 35%는 33.3%로 소폭 낮아지는 데 그쳤다.
최 회장 측은 비자금 부분이 제외됐는데도 노 관장 몫이 크게 줄지 않은 점과, 이혼 뒤 오른 SK㈜ 주가를 분할 비율 산정에 참작한 점 등을 대법원에서 다시 다툴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이 2017년 취득한 SK실트론 지분이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된 것이 적절한지도 쟁점이 될 전망이다. 최 회장 측은 당시 혼인 관계가 사실상 파탄 상태였고, 노 관장이 지분 취득이나 유지에 기여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ye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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