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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열고 에어컨 빵빵, 전력은 뻥뻥…미래에 날라올 청구서
서울·수도권 매장 57.2% '개문 냉방'
"시원해서 좋아" vs "환경 생각해야" 
불법은 아닌데…시민들, 갑론을박


지난 12일 낮 12시52분께 서울 지하철 4호선 명동역 7번 출구 앞 한 식료품 매장의 접이식 문이 열린 채 고정돼 있었다. 매장 앞을 지나자 시원한 냉기가 흘러나왔다. 지난 9일 녹색연합이 지난달 15일부터 28일까지 서울 명동, 홍대입구, 강남과 수도권 복도형 아울렛 등에 있는 매장 1170곳을 조사한 결과 669곳(57.2%)이 개문 냉방 영업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디모데 기자
지난 12일 낮 12시52분께 서울 지하철 4호선 명동역 7번 출구 앞 한 식료품 매장의 접이식 문이 열린 채 고정돼 있었다. 매장 앞을 지나자 시원한 냉기가 흘러나왔다. 지난 9일 녹색연합이 지난달 15일부터 28일까지 서울 명동, 홍대입구, 강남과 수도권 복도형 아울렛 등에 있는 매장 1170곳을 조사한 결과 669곳(57.2%)이 개문 냉방 영업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디모데 기자

[더팩트ㅣ안디모데 기자] # 지난 12일 낮 12시52분께 서울 지하철 4호선 명동역 7번 출구에서 나와 한 식료품 매장 앞을 지나자 시원한 냉기가 더위를 식혔다. 매장 접이식 문은 활짝 열린 채 고정된 상태였다. 건너편 화장품 매장은 열린 문 사이로 대형 선풍기가 놓여 냉기를 거리로 보냈다. 땀을 흘리며 걸어가던 여성이 바람을 쐬기 위해 선풍기 앞에 멈춰 서자 매장 직원은 화장품 안내판을 들어 보이며 호객을 했다.

여름철 폭염이 지속되는 가운데 일부 매장에서 문을 연 채 냉방을 하는 이른바 '개문 냉방' 영업을 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거리를 지나는 시민들은 "시원해서 좋다"는 반응이지만, 일각에선 지나친 전력 낭비라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녹색연합이 지난달 15일부터 28일까지 서울 명동, 홍대입구, 강남과 수도권 복도형 아울렛 등에 있는 매장 1170곳을 조사한 결과 669곳(57.2%)이 개문 냉방 영업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낮 최고기온 32도까지 오른 지난 12일에도 명동거리 일대 매장 52곳 중 39곳에서 개문 냉방을 하고 있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지나가는 시민들은 매장 앞에서 한숨 돌리며 쉬어갔다. 대학생 설지연(22) 씨는 "올여름 너무 더운데 매장 앞을 지나갈 때마다 오아시스를 발견한 느낌"이라고 했다. 일본인 관광객 타마다 케이(28)는 "매장 앞을 지나가니 시원해서 기분이 좋았다"며 웃어 보였다.

지난 12일 거리를 걷던 관광객이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서 개문냉방 영업을 하고 있는 화장품 매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화장품 매장 직원 이모(40대) 씨는
지난 12일 거리를 걷던 관광객이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서 개문냉방 영업을 하고 있는 화장품 매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화장품 매장 직원 이모(40대) 씨는 "기본적으로 매출을 올리려면 개문냉방을 하는 수밖에 없다"며 "손님들이 더워하다가 시원한 바람 앞에 멈춰 서면 호객 하기도 편하고 더 호의적으로 받아들인다"고 했다. /안디모데 기자

상인들은 냉방비 부담에도 손님을 잡기 위해서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약국을 운영하는 윤이연(34) 씨는 "전기세가 부담되기는 하지만 지나가는 관광객을 잡으려면 어쩔 수 없다"며 "그래도 좀 부담돼서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만 개문 냉방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념품 매장을 운영하는 정석훈(61) 씨는 "여름철에는 냉방비, 겨울철에는 난방비가 부담되지만 어떻게든 눈에 보여야 기념품이 팔려서 어쩔 수 없다"며 "우리는 매일 매장 문을 열어둔다. 이게 우리들의 생존방법"이라고 했다.

이날 명동거리에서도 열기를 식히러 들어간 김에 물건을 사는 이들이 눈에 띄었다. 유호진(43) 씨는 한 식료품 매장을 지나쳤다가 세 걸음 만에 다시 뒤를 돌아 매장으로 향했다. 유 씨는 "갑자기 시원한 바람이 불어서 상점을 봤는데 아내가 좋아하는 간식을 팔길래 들어갔다"고 말했다.

중국인 관광객 왕위페이(31)는 의류 매장 앞 매대에서 반소매 티셔츠를 둘러보다 매장 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덥던 와중 시원한 곳이 있어서 지나칠 수가 없었다"며 "마침 옷도 마음에 들어서 사려고 한다"고 전했다.

지난 12일 서울 명동거리의 한 기념품 매장이 개문냉방을 하며 영업 중이다. /안디모데 기자
지난 12일 서울 명동거리의 한 기념품 매장이 개문냉방을 하며 영업 중이다. /안디모데 기자

반면 일부는 한목소리로 전력 낭비를 지적했다. 직장인 이지연(29) 씨는 "점점 날은 더워지는데 문을 열고 냉방을 하면 에너지 소비가 더 늘어나는 것 아니냐"며 "환경을 생각하면 문을 닫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곽지한(32) 씨도 "에너지의 중요성이 커지는데 개문 냉방도 이제는 자제해야 하지 않겠냐"며 "정부 차원에서 규제했으면 좋겠다"고 요구했다. 네덜란드 국적의 마그누스 베르크(55)는 "물론 시원하지만, 지구온난화 측면에서는 행복한 일이 아니다"며 "굳이 문을 열고 있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현행법상 개문 냉방은 불법이 아니다. 에너지이용 합리화법에 따르면 에너지 수급에 중대한 차질이 발생하거나 우려가 있다고 인정될 때만 에너지 사용을 제한할 수 있고, 단속을 통해 개문 냉방에 과태료 부과가 가능하다.

기후에너지환경부 관계자는 "전력이 위기 상황일 때 경보 조치를 발령하고 단속하는 것 외에 개문 냉방 금지가 명시된 법 조항은 없다"며 "현재 전력 위기 상황은 아니라 자체적인 캠페인을 통한 계도 조치만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녹색연합은 "냉방 중 문을 개방한 채 영업하는 행위는 전력량을 약 1.7배 증가시킨다"며 "불필요한 전력 소비를 늘리는 에너지 낭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프랑스나 미국 뉴욕 등은 상시로 개문 냉방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때 과태료를 부과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 개문 냉방 금지를 위해 적극적인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lahep1217@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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