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월요일 오후 10시 방송

[더팩트ㅣ최수빈 기자] '내 남은 연애'는 시작부터 쉽지 않은 숙제를 안고 출발했다. '시한부 청춘들의 연애'라는 소재를 두고 여러 우려 섞인 시선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정성에 집중했다던 제작진의 말처럼 '내 남은 연애'는 아픔을 딛고 다시 사랑을 시작하려는 청춘들의 모습을 담담하게 따라가며 기존 연애 프로그램과는 또 다른 색깔을 만들어가고 있다.
지난 3일 첫 방송한 SBS 예능프로그램 '내 남은 연애'는 시한부 선고를 받은 경험이 있거나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투병 경험을 가진 2030 청춘들이 다시 삶과 사랑을 마주하는 연애 리얼리티다. 현재 2회까지 방영됐다.
'내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면, 나는 누구를 사랑할까?'라는 묵직한 질문에서 출발한 이 프로그램은 삶의 유한함을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경험한 청춘들이 다시 주어진 오늘을 통해 진정한 사랑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는다.
스튜디오 MC는 배우 이세영, 가수 정용화 최예나, 세븐틴 도겸이 맡았다. 출연진과 비슷한 또래로 구성된 이들은 청춘들의 현실적인 고민과 연애 이야기에 공감하며 이들의 감정을 함께 따라간다.
다만 프로그램이 출발선에 놓였을 당시 우려 섞인 시선도 나왔다. 수많은 연애 리얼리티가 쏟아지는 가운데 제작진이 차별화를 위해 '시한부'와 '암 투병'을 전면에 내세운 것 아니냐는 지적이었다. 출연자의 아픔이 화제성을 위한 소재로 소비될 수 있다는 걱정과 함께 일반인 출연자를 더욱 세심하게 보호해야 하는 프로그램인 만큼 제작진의 접근 방식에도 관심이 모였다.
실제로 '내 남은 연애'는 첫 회부터 출연자들의 투병 경험을 숨기지 않는다. 하우스에 모인 참가자들이 가장 먼저 하는 건 '당신의 치열했던 인생의 한 페이지'를 주제로 한 자기소개다. 이들은 언제 암을 진단받았고 어떤 치료를 받았는지, 당시 어떤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견뎌냈는지 차례로 털어놓는다. 항암 치료부터 골수 이식까지 쉽게 꺼내기 어려운 경험을 처음 만난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한다.

그러나 프로그램이 이를 보여주는 방식은 예상보다 담담하다. 누군가의 아픔을 극적으로 부각하거나 슬픔을 끌어내기보다 출연자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놓도록 기다린다. 출연자들 역시 자신이 견뎌온 시간을 비교적 덤덤하게 돌아본다. 그렇게 한 사람의 이야기가 끝나면 다른 출연자들은 함께 눈물을 흘리거나 "고생했다" "대견하다"고 말하며 서로를 다독인다.
이 장면이 더욱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이들이 비슷한 시간을 지나왔기 때문이다. 큰 병을 겪는 동안 오히려 가족과 주변 사람들이 걱정할까 자신의 두려움과 슬픔을 온전히 털어놓지 못했던 이들은 같은 경험을 가진 사람들 앞에서 조금씩 마음을 연다.
때문에 '내 남은 연애'의 자기소개는 다른 연애 리얼리티와 조금 다르게 기능한다. 그동안 여타 연애 프로그램에서는 직업과 취미, 이상형이나 관심사를 통해 상대를 파악하는 것과 달리 '내 남은 연애'에서는 한 사람이 어떤 시간을 지나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는지를 먼저 들여다본다.
그렇다고 이 과정을 마냥 슬프게만 그리지 않는다. 출연자들은 자신이 지나온 힘든 시간을 털어놓지만 프로그램은 이들을 계속해서 '아픈 사람'으로 남겨두지 않는다. 투병은 이들이 가진 수많은 이야기 중 하나이자 서로를 조금 더 깊게 이해하게 만드는 공통의 경험일 뿐이다.
프로그램의 장치 역시 이러한 정서와 맞닿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시간의 방'이다. 모든 남녀에게는 100분이라는 시간이 주어지고 이를 10개의 '시간의 조각'으로 나눠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은 상대에게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남녀가 서로에게 사용한 시간의 합이 100분 이상이 되면 데이트가 성사된다.
수많은 연애 프로그램이 출연자에게 마음을 확인하기 위해 저마다의 장치를 활용하지만 '내 남은 연애'에서 '시간' 조금 더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한정된 시간을 누구와 얼마나 나누고 싶은지를 직접 선택해야 하는 규칙 자체가 출연자들의 이야기와 맞물리기 때문이다.

서로의 지난 시간을 들여다본 뒤에는 본격적인 연애 리얼리티가 시작된다. 운명 같은 만남으로 이어진 이들도 있는가 하면 여러 사람과 대화를 나누며 자신의 마음을 알아가는 이도 있다. 현실적인 연애의 장벽 때문에 마음이 가면서도 선뜻 다가가지 못하는 모습도 등장한다.
이때부터 '내 남은 연애'는 여느 연애 리얼리티와 크게 다르지 않다. 누가 누구에게 마음을 보낼지 궁금해지고 예상치 못한 반전도 펼쳐진다. 데이트 역시 여느 청춘들처럼 평범하게 진행된다. 투병이라는 공통의 경험에서 출발했지만 프로그램은 그것만으로 이들의 관계를 규정하지 않는다.
연출 역시 이 모든 걸 자극적으로 표현하지 않는다. 누군가의 선택을 극적으로 포장하거나 출연자 사이의 긴장감을 억지로 키우기보다 이들이 나누는 대화와 조금씩 달라지는 감정을 차분하게 따라간다. 투병 경험을 다룰 때도 아픔을 필요 이상으로 강조하지 않으며 가볍게 만들지도 않는다. 그저 지금의 이들을 만든 삶의 한 페이지일 뿐이다.
물론 '암 투병 경험자의 연애'라는 설정은 여전히 '내 남은 연애'를 설명하는 가장 강력한 특징이다. 첫 회에서 출연자들의 투병 경험을 상당한 비중으로 다룬 만큼 이를 완전히 떼어놓고 볼 수도 없다. 그러나 적어도 현재까지 방송된 '내 남은 연애'는 그 경험을 화제성을 위한 자극적인 장치로 소비하는 대신 출연자들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한 출발점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렇기에 방송 전 '시한부'라는 소재를 둘러싼 우려에만 프로그램이 가려지는 것이 아쉽게 느껴진다. '내 남은 연애'가 궁극적으로 들여다보는 것은 투병 생활 자체가 아니라 그 시간을 지나 다시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한 번 크게 아파본 만큼 평범한 일상과 사랑의 소중함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이들이 조심스럽게 마음을 열고 남김없이 사랑해 보려는 모습이 프로그램의 정체성이 되고 있다.
결국 '내 남은 연애' 역시 사랑을 찾아가는 연애 프로그램과 별반 다르지 않다. 다만 한 번쯤 삶의 유한함을 마주했던 사람들이기에 조금 더 소중하게 다가올 뿐이다. 시한부 연애라는 강렬한 수식어보다 그 안에서 웃고 울고 사랑하는 평범한 청춘들의 모습이 '내 남은 연애'를 계속 지켜보고 이들의 행복을 응원하게 만드는 이유다.
'내 남은 연애'는 매주 월요일 오후 10시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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