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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의 놀이터①] 내 행동이 곧 콘텐츠…팬 플랫폼의 진화
팬 투표로 1위 만들고 오프라인 광고까지
팬 행동 자체가 콘텐츠 되는 형태 진화


블립, 유픽, 아이돌차트, 팬앤스타(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등 팬 플랫폼이 진화하고 있다. 오프라인 활동의 보조 역할에 그쳤던 것에서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만들어가는 '팬들의 놀이터'로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각 플랫폼 로고
블립, 유픽, 아이돌차트, 팬앤스타(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등 팬 플랫폼이 진화하고 있다. 오프라인 활동의 보조 역할에 그쳤던 것에서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만들어가는 '팬들의 놀이터'로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각 플랫폼 로고

K팝 팬들에게 스마트폰은 또 하나의 '덕질' 현장이 됐다. 매일 출석하고 광고를 보고 포인트를 모아 '최애'에게 투표한다. 그렇게 모인 팬심은 순위가 되고 전광판 광고가 되고 때로는 트로피가 된다. 그런데 팬들의 놀이터는 이제 투표만 하는 곳에 머물지 않는다. 소통하고 기록하고 직접 콘텐츠를 만들며 아티스트의 성장에까지 참여한다. 팬덤 플랫폼은 어떻게 '팬들의 놀이터'가 됐고, 팬들은 왜 그곳에서 움직이며, 앞으로 그 놀이터는 어떻게 달라질지 살펴봤다. <편집자 주>

[더팩트 | 정병근 기자] 좋아하는 가수를 응원하는 방법이 다양해졌다. 앨범을 사고 음악을 듣고 콘서트를 찾아가는 것만이 팬 활동의 전부였던 시대를 지나 이제 스마트폰 안에서 매일 자신의 '최애'를 위해 움직인다. 출석하고, 영상을 보고, 포인트를 모아 투표한다. 그렇게 쌓인 표는 순위가 되고, 지하철과 대형 전광판의 광고로 바뀐다.

K팝 팬들에게 온라인은 더 이상 오프라인 팬 활동을 보조하는 공간에 머물지 않는다. 하나의 독립적인 '놀이터'가 됐다.

팬덤의 온라인 활동 자체는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과거에도 팬들은 팬카페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단체 행동을 했다. 이후 소셜 미디어가 확산하면서 활동 무대는 트위터(X), 유튜브 등으로 넓어졌고, 2010년대 후반부터는 팬 활동을 특정한 목적에 맞게 설계한 전문 플랫폼들이 잇따라 등장했다.

글로벌 슈퍼스타 방탄소년단을 앞세워 2019년 서비스를 시작한 위버스는 자사 아티스트는 물론이고 국내외 스타들을 입점시키고 팬들을 끌어모으며 국내외 이용자 수 1000만 명을 넘겼다. 팬 플랫폼이 기존 팬카페의 기능을 넘어 소통·콘텐츠·커머스를 한 공간에 모으는 방향으로 발전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또 다른 한쪽에서는 팬의 행동 자체를 콘텐츠로 만드는 플랫폼들이 성장했다. 팬들이 직접 투표하고 순위를 만들며 광고와 기부 같은 가시적인 결과를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팬이 아티스트의 콘텐츠를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참여하고 행동하게 만드는 것에 중점을 둔 플랫폼들이다.

대표적인 곳이 팬앤스타다. 무려 15년 전인 2011년 클릭뮤직스타로 시작해 2013년 클릭스타워즈를 지나 2018년부터 지금의 팬앤스타로 자리잡았다. 이 플랫폼의 역사에는 온라인상에서 팬들이 좋아하는 가수의 콘텐츠를 소비하고 참여하는 방식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고스란히 새겨져 있는 셈이다.

팬앤스타는 최근 마이스타상을 신설했다. 남녀 각각 20명의 아티스트가 'TMA 마이스타상' 결선 후보에 올랐다. 그중 상원 우즈 에반 현진 정국 임영웅(이상 남자 아티스트.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미나미 설윤 원희 카리나 이안 유나(이상 여자 아티스트.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의 사진. /각 소속사
팬앤스타는 최근 마이스타상을 신설했다. 남녀 각각 20명의 아티스트가 'TMA 마이스타상' 결선 후보에 올랐다. 그중 상원 우즈 에반 현진 정국 임영웅(이상 남자 아티스트.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미나미 설윤 원희 카리나 이안 유나(이상 여자 아티스트.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의 사진. /각 소속사

현재 팬앤스타에서는 그룹, 솔로, 글로벌 핫스타, 뉴스타, 위클리뮤직, 트로트, 생일, 테마 등 다양한 부문의 투표가 진행된다. 팬들의 참여가 플랫폼의 동력이다. 그리고 중요한 건 그다음이다. 온라인의 숫자가 오프라인의 결과로 연결된다. 특정 랭킹에서 일정 조건을 충족한 아티스트에게 지하철 전광판 등의 광고 혜택을 제공한다.

2015년까지는 단순 커뮤니티성 서비스가 주였다면, 팬앤스타는 여기에 포인트제를 도입하며 이용자들에게 투표로 생긴 결과물에 확실한 리워드를 제공하면서 발전했다. 여기에 전광판 광고를 크라우드 펀딩과 결합해 팬들의 전광판 문화를 증폭시키는데 선구자적 역할을 했다.

팬앤스타 운영자는 "서울 약 200여개, 국내 300여개, 해외까지 포함하면 약 400여개의 전광판 매체를 온라인 쇼핑하듯 광고 집행이 가능케 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팬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의 생일, 데뷔, 컴백 등 다양한 기념일을 다양한 곳에서 즐길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온라인에서 클릭한 한 표가 실제 도시 공간의 광고가 되는 셈이고, 이는 팬들을 열광케하는 확실한 요인이다. 2010년대 후반 5개가 채 되지 않았던 팬 참여형 플랫폼이 2020년대 들어서 대거 등장한 배경이다.

아이돌차트는 영상의 시대에 발맞춰 AI를 활용한 숏폼과 음악 전문프로그램 제작으로 영역을 넓혔다. 그 시작은 포털 사이트 다음에 서비스되는 '월간다음'이다. 사진은 존박 편. /아이돌차트
아이돌차트는 영상의 시대에 발맞춰 AI를 활용한 숏폼과 음악 전문프로그램 제작으로 영역을 넓혔다. 그 시작은 포털 사이트 다음에 서비스되는 '월간다음'이다. 사진은 존박 편. /아이돌차트

2018년 3월 출범한 아이돌차트는 음원·음반·방송·SNS·포털 등의 데이터를 종합하는 아차랭킹과 별개로 팬들이 직접 참여하는 평점랭킹, 위클리스타, 테마·생일 POLL 등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엔 영상의 시대에 발맞춰 AI를 활용한 숏폼과 음악 전문프로그램 제작으로 영역을 넓혔다. 그 시작은 포털 사이트 다음에 서비스되는 '월간다음'이다.

아이돌차트 운영자는 "공신력 있는 데이터 제공 그리고 다양한 콘텐츠와 서비스가 팬들의 '덕질'에 도움이 되는 것에 중점을 둔다"며 "콘텐츠 적인 면에서는 릴스, 숏츠, 틱톡의 시대에 살고 있어서 그런지 직관적인 콘텐츠를 선호하고 숏폼으로 만들어졌을 때 반응이 빨리 온다. 그래서 숏폼 영상으로 콘텐츠를 확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20년 6월 등장한 블립은 조금 다른 방향에서 '놀이터'를 만들었다. 개발 과정에서 설문조사를 통해 팬들이 스케줄과 콘텐츠가 여러 플랫폼에 흩어져 있어 이를 일일이 찾아야 하는 어려움과 불편함을 느낀다는 것에 착안해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스케줄과 콘텐츠, 각종 정보를 한곳에 모아주는 방식으로 출발했다.

스케줄 커뮤니티 팬로그 미션 이벤트 등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는 블립은 최근 서포트를 신설했다. 그 첫 주자로 나선 보이넥스트도어, 슈퍼주니어 예성, 리센느 메이(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 /블립
스케줄 커뮤니티 팬로그 미션 이벤트 등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는 블립은 최근 서포트를 신설했다. 그 첫 주자로 나선 보이넥스트도어, 슈퍼주니어 예성, 리센느 메이(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 /블립

이후 팬 활동을 기록하는 팬로그 등의 기능이 더해졌고 현재 스케줄, 커뮤니티, 미션·퀴즈, 이벤트 등을 제공하고 있다. 블립의 변화 과정은 팬 플랫폼의 또 다른 진화를 보여준다. 팬 활동의 결과물을 만드는 것뿐 아니라 덕질하는 과정 자체를 관리하고 기록하고 다른 팬과 공유하는 행위가 하나의 콘텐츠가 됐다.

블립 운영자는 "팬들의 복잡한 '덕질' 일상을 하나로 통합하고, 나아가 라이브·티켓·커머스까지 단절 없이 이어지는 '글로벌 엔터 생태계의 팬덤 레이어'를 지향한다"며 "K팝 팬의 마음을 가장 잘 이해하는 디테일, 악플 없는 클린한 환경, 그리고 덕질을 존중받는 아카이빙 경험을 제공하려 한다"고 말했다.

최근 두드러지는 플랫폼 가운데 하나는 유픽이다. K팝 아이돌과 배우를 대상으로 투표와 커뮤니티, 팬 서포트 등을 결합한 플랫폼이다. 서비스는 크게 팬들이 직접 광고·기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유플레이, 월간 인기투표와 다양한 주제의 투표를 진행하는 픽플레이, 팬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커뮤니티 유스타 등으로 구성된다.

특히 유플레이는 팬이 자신이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생일이나 데뷔일 등을 기념해 광고 또는 기부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 팬덤 내부에서 개별적으로 진행되던 서포트를 플랫폼 안으로 가져온 것. 투표와 미션, 광고에 더해 기부까지 품은 셈이다.

유픽은 K팝 아이돌과 배우를 대상으로 투표와 커뮤니티, 팬 서포트 등을 결합한 플랫폼이다. 사진은 다양한 주제의 투표를 진행하는 픽플레이. /유픽
유픽은 K팝 아이돌과 배우를 대상으로 투표와 커뮤니티, 팬 서포트 등을 결합한 플랫폼이다. 사진은 다양한 주제의 투표를 진행하는 픽플레이. /유픽

유픽 운영자는 "이제 팬들은 콘텐츠를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아티스트를 적극 홍보하고 콘텐츠를 만들며 성장 과정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며 "투표 주제 선정부터 후보 추천, 홍보 영상 제작까지 전 과정을 팬들이 직접 기획하고 만들 수 있게 했다. 자유로운 소통과 콘텐츠 공유가 가능한 환경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아이돌픽, 팬플러스, 최애돌 등 팬 투표와 광고·서포트를 결합한 플랫폼들이 경쟁하고 있다. 이들 서비스의 기능과 형태는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점은 분명하다. 과거 팬덤의 온라인 공간이 주로 '모이는 곳'이었다면 현재의 팬 플랫폼은 '무언가를 하는 곳'이다.

이 변화에서 특히 주목할 것은 팬의 위치다. 과거 팬은 기획사와 아티스트가 만들어낸 콘텐츠를 구매하고 소비하는 존재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의 팬은 자신의 시간과 돈뿐 아니라 노동력과 네트워크를 투입해 결과를 만들어내는 적극적인 참여자다. 그 과정에서 팬들에게는 또 다른 재미가 생긴다.

서울에 거주하는 20대 초반의 중국인 A 씨는 여러 팬 플랫폼을 사용하고 있다. 그는 "같은 관심사를 가진 이들과 소통하고, 투표나 사전녹화 신청처럼 참여할 수 있는 활동이 있다는 점에서 재미있다. 단순히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활동에 직접 참여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서 좋다"고 말했다.

팬 플랫폼의 역사는 팬 문화의 변화와 맞닿아 있다. 팬카페가 우리끼리 모이는 공간이라면 소셜 미디어는 '최애'를 세상에 알리는 광장이었고, 지금의 팬 플랫폼은 팬이 직접 참여해 목표를 달성하는 놀이터라 할 만하다. 콘서트나 음악방송 현장을 매일 찾아갈 수는 없다. 그러나 스마트폰은 언제든 켤 수 있다. '내 손 안의 놀이터'다. <계속>

kafka@tf.co.kr
[연예부 | ssen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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