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단에 장기경영 주문…SMR 등 미래 성장사업 직접 챙겨

[더팩트ㅣ송다영 기자] HD현대가 정기선 회장을 중심으로 지배구조와 미래 성장사업을 동시에 강화하고 있다. 정 회장은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으로부터 HD현대 지분을 증여받아 그룹 내 2대주주로서 입지를 굳힌 가운데, 빌 게이츠 테라파워 회장과 차세대 원자로 사업 협력을 논의하는 등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도 직접 나서는 모습이다.
정 회장의 리더십 강화는 지분 측면에서 먼저 나타났다. 최근 HD현대 공시 등에 따르면,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은 정 회장에게 HD현대 보통주 280만주를 증여했다. 정 회장의 지분율은 기존 6.12%에서 9.66%로 높아졌다. 정 회장은 최대주주인 정 이사장에 이어 그룹 2대주주로 올라섰다.
재계에서는 이번 지분 증여를 계기로 HD현대의 3세 승계 구도가 한층 명확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지주사 지분을 정 회장이 추가로 확보하면서 그간 추진해온 승계 작업도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다.
정 회장은이 조선·해양을 비롯해 에너지·건설기계와 미래 첨단산업까지 그룹의 주요 사업을 직접 챙기고 있는 만큼, 향후 HD현대의 중장기 성장 전략에도 정 회장의 색깔이 더욱 뚜렷하게 반영될 전망이다.
정 회장은 HD현대의 경영 방향에서도 '지속가능한 기업'에 방점을 찍은 장기적·미래지향적인 리더십을 강조하고 있다. 정 회장은 지난 13일 경기도 판교 글로벌R&D센터에서 열린 그룹 사장단 회의를 주재하고 조선·해양, 에너지, 건설기계 등 11개 주요 계열사 대표들에게 장기적 관점의 경영을 주문했다.
그는 "눈앞의 단기 실적에 매몰되지 말고 10년·20년 뒤를 내다보는 미래지향적 리더십을 갖춰달라"며 "당장의 성과보다 장기적인 성과에 초점을 맞춘 의사결정이 이뤄진다면 지금 해야 하는 일의 우선순위가 바뀔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눈앞의 실적에 집착하다 시장의 변화를 읽지 못해 혹독한 대가를 치렀던 아픈 경험을 갖고 있다"며 장기적인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의사결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상반기 실적과 하반기 사업계획을 비롯해 전사적인 인공지능(AI) 기술 도입과 정보보안 리스크 등 인공지능 전환(AX) 가속화 방안도 논의됐다. 단기적인 실적 관리뿐 아니라 AI 등 미래 산업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정 회장의 경영 방향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정 회장의 미래지향적 경영 기조는 에너지 분야에서도 구체화되고 있다. 정 회장은 지난 14일 서울에서 빌 게이츠 테라파워 창업자 겸 회장, 크리스 르베크 테라파워 최고경영자(CEO),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이사와 회동하고 차세대 소형모듈원자로(SMR) 사업 협력을 논의했다.
이번 회동은 지난 5월 HD현대와 테라파워, 현대건설이 '차세대 나트륨 원자로 사업 협력을 위한 3자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이후 각 사 최고경영진이 처음 만난 자리다. 참석자들은 현재까지의 협력 성과를 바탕으로 차세대 나트륨 원자로의 육상 상용화를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3사는 테라파워가 원자로 기술을 제공하고 HD현대가 주기기 제조, 현대건설이 EPC(설계·조달·시공)를 맡는 방식으로 역할을 분담하고 있다. HD현대는 원자로 공급망 협력을 구체화하는 동시에 원자로 용기를 연간 2~3기 생산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선제적인 설비 투자에도 나설 계획이다.
HD현대는 미국 SMR 시장을 중심으로 원전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세계 원전 설비의 약 25%를 차지하는 최대 원전 시장으로, 노후 원전 교체 수요와 함께 AI 데이터센터 확대로 전력 수요가 증가하면서 원자력 발전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정 회장이 그룹 내 입지 강화를 끝낸 동시에 SMR 등 미래사업을 직접 챙기면서 향후 HD현대의 중장기 성장 전략에도 정 회장의 경영 색채가 본격적으로 반영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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