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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단골도 마지막 한 그릇…'복날엔 보신탕' 역사 속으로
내년 2월 개고기 유통·판매 금지
보신탕 합법 판매 마지막 말복
신진시장 10여곳 중 2곳만 남아


절기상 말복인 14일 서울 종로구 신진시장에는 보신탕을 찾는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내년 2월 '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개 식용 종식법)이 전면 시행돼 개고기 유통·판매가 금지되면서 이날은 보신탕을 합법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마지막 복날이 됐다. /더팩트 DB
절기상 말복인 14일 서울 종로구 신진시장에는 보신탕을 찾는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내년 2월 '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개 식용 종식법)이 전면 시행돼 개고기 유통·판매가 금지되면서 이날은 보신탕을 합법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마지막 복날이 됐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정인지·안디모데 기자] "여기 다닌 지 30년도 넘었어요. 이제 못 먹는다고 하니까 말복에 온 거죠."

절기상 말복인 14일 서울 종로구 신진시장에는 보신탕을 찾는 손님들 발길이 이어졌다. 내년 2월 '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개식용종식법) 전면 시행에 따라 이날은 보신탕을 합법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마지막 복날이 됐다. 신진시장의 한 보신탕집 앞에서 만난 최병철(74) 씨는 "초복 때도 여기 와서 먹었다"며 "염소탕은 이 맛이 안 난다. 앞으로 못 먹는다고 생각하니 아쉽다"고 했다.

신진시장은 한때 보신탕집 10여곳이 모여 있어 '보신탕 거리'로 불렸다. 하지만 현재는 2곳만 남았다. 나머지는 하나둘 문을 닫고 사진관 등으로 바뀌었다. 한 보신탕집의 노란색 간판에는 '염소탕 전문'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하지만 가게 앞 냉장고에는 '60년 전통 보신탕'이라는 글자가 남아 있었다. 가게 입구에는 'DOG SOUP'(개고기탕)이라는 영문과 함께 한자·일본어로 보신탕을 알리는 붉은색 표지판이 눈에 띄었다.

식당 안에서는 최 씨를 비롯해 60~70대 남성들이 땀을 닦아가며 보신탕을 먹고 있었다. 20여석 가운데 8석이 차 있었다. 맞은편 보신탕집은 30여석 가운데 23석이 차 있었다. 손님들은 보신탕을 먹으며 "이걸로 1년 더 살겠다"고 했다. 70대 남성 두 명은 "아프지 말자"며 소주잔을 부딪혔다.

배인숙(56) 씨는 "말복이라 보신탕을 먹으러 왔다"며 "올해가 마지막이라는데 이제 보양을 뭘로 해야 하나 싶다"고 했다. 박정훈(58) 씨도 "오랫동안 이어졌고 즐기는 사람도 있는데 법으로 막는 것은 너무 강압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3대째 가업을 이어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이덕성 씨는 "원래 복날에는 문을 열기도 전에 손님들이 기다려 오전 10시부터 줄을 섰다"며 "오늘은 점심시간이라 그나마 사람이 있는 것이고 이 시간이 지나면 다시 한가해질 것"이라고 했다. 이어 "3년 전부터 손님이 크게 줄어 매출이 예전의 40% 정도"라며 "내년부터는 염소탕을 팔 건데, 그래도 보신탕을 못 팔면 단골도 끊길 것이다. 정부가 업종 전환 지원금 250만원을 준다는데 그 돈으론 간판 하나도 못 바꾼다"고 토로했다.

지난 2024년 제정된 개 식용 종식법은 3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내년 2월 전면 시행된다. 법이 시행되면 식용 목적의 개 사육·도살과 개를 원료로 한 식품의 유통·판매가 금지된다. 보신탕집들은 폐업하거나 다른 업종으로 전환해야 한다. /더팩트 DB
지난 2024년 제정된 개 식용 종식법은 3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내년 2월 전면 시행된다. 법이 시행되면 식용 목적의 개 사육·도살과 개를 원료로 한 식품의 유통·판매가 금지된다. 보신탕집들은 폐업하거나 다른 업종으로 전환해야 한다. /더팩트 DB

보신탕집 앞을 지나던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박성진(53) 씨는 "개고기를 먹고 안 먹고는 상관하지 않지만 저렇게 바구니에 놓인 걸 직접 보니 거부감이 든다"며 "보신탕 대신 닭을 먹으러 가고 있다"고 했다.

이연희(41) 씨는 "법으로 금지한다고 해서 보신탕집이 다 염소탕집으로 바뀐 줄 알았다"며 "아버지가 좋아해서 어릴 때 한두번 먹어봤지만 이후에는 먹지 않았다. 강아지를 키우고 있어 더 거부감이 든다"고 했다. 취업준비생 한준우(28) 씨는 보신탕집 간판을 보자 친구에게 "돌아서 가자. 여기는 못 지나가겠다"고 했다. 그는 "보신탕은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다"며 "먹을 게 많은데 굳이 먹어야 하나 싶다"고 말했다.

조정호(62) 씨는 보신탕집을 바라보다 발길을 돌렸다. 조 씨는 "회사 다닐 때는 보신탕을 많이 먹었고, 오늘도 먹으려고 했는데 친구들이 다른 걸 먹자고 한다"며 "요즘은 사회적 시선 때문에 꺼려지는 것도 있고 가격도 비싸다"고 했다. 그러면서 "음식도 문화인데 하나의 식문화가 사라지는 것 같아 아쉽다"고 덧붙였다.

인근 닭한마리집을 찾은 조현석(37) 씨의 11세 딸은 보신탕집 앞에 놓인 고기를 보고 "아빠, 무서워"라고 했다. 조 씨는 "강아지를 가족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지는 등 인식이 달라졌다"면서도 "평생 보신탕집을 운영해 온 상인들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2024년 제정된 개식용종식법은 3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내년 2월 전면 시행된다. 법이 시행되면 식용 목적의 개 사육·도살과 개를 원료로 한 식품의 유통·판매가 금지된다. 보신탕집들은 폐업하거나 다른 업종으로 전환해야 한다.

inji@tf.co.kr

elahep1217@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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