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이태훈 기자] "우리는 한배를 탄 동지" "내란의 사선을 함께 넘은 전우"
더불어민주당을 출입하면서 현장을 취재하면 이런 미사여구를 자주 듣게 된다. 민주당은 평당원들도 같은 민주당원을 '동지'라고 부르는 문화가 넓게 퍼져있다. 엄혹했던 군사정권 시절 민주화라는 공동 목표를 위해 결속했고, 이후엔 운동권 문화를 공유했던 이들이 여전히 주축인 정치 집단이니 어찌 보면 당연할 수 있겠다.
그런데 군사정권 시절의 풍파와 12·3 비상계엄의 위기를 함께 넘은 전우도 '생존'과 '권력욕' 앞에선 남보다 더 못한 관계가 되나보다. 민주당 전당대회 과정에서 벌어지고 있는 당권 주자들과 그들을 지지하는 의원들의 혼전(混戰)을 지켜보고 있자면 저들이 서로를 동지라고 부르는 관계인지, 아니면 철천지원수인지 구분이 어렵다.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는 향후 치료가 어려운 후유증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과열돼 있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다음 총선 공천 문제가 있다. 요즘 들어 정당들이 '국민과 당원에게 공천권을 돌려주겠다'는 둥 이야기를 하지만, 아직도 공천에 있어서 당대표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그리고 이번에 선출되는 민주당 대표는 임기 중 2028년 총선 공천권을 행사하게 된다. 사실상 자신을 제외한 160명 민주당 의원들의 명운을 가를 수 있는 거대한 권력을 쥐게 되는 것이다.
살아남길 원하는 의원들은 자연스럽게 특정 당대표 후보에게 줄을 대게 된다. 그런 뒤 '나의 생존을 보장해 줄 수 있는 후보' 이외의 후보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제거하려 한다. 누군가는 의문을 가진다. "이렇게까지 해야 공천이 보장되는 것이냐"고. 예외야 항상 있겠지만, 최근 흐름을 보면 대개 그랬다.

이재명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였던 시절, 이 대통령과 각을 세웠던 거의 모든 반이재명(반명)계 의원이 2024년 총선에서 공천을 받지 못했다. 2022년 8월 전당대회에서 이 대통령을 막아내지 못한 당시 민주당의 반명계는 이 대통령이 당대표에 당선된 이후에도 이 대통령의 각종 사법 의혹을 거론하며 당대표 사퇴를 거듭 촉구했다. 자신들이 살기 위해선 이 대통령이 공천권을 행사하면 안 된다는 판단이었을 테다. 내가 살아남아야 하니, 남을 반드시 제거해야 한다. 이것이 시대를 불문하고 전당대회가 '극한 전쟁'으로 흘러가는 본질적 이유일 것이다.
공천권이 걸린 전당대회는 세력 간 경쟁이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치열하다. 하지만 대가는 달콤하다. 당대표 후보에게도, 그를 지지하는 의원들에게도 이긴다면 '확실한 생존'을 보장받을 수 있는 단 한 번의 싸움이다. 그렇다 보니 전당대회 기간엔 '민생'보다는 '승리'가 의원들의 우선순위가 되어버리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의원이 전당대회에 눈이 멀어 있다"는 모 의원실 관계자의 평가는 농담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국민의 일꾼인 의원은 '의정 활동으로 성과를 내고, 이를 통해 국민과 당원에게 다시 선택받는다'는 자세가 기본이 돼야 한다. '내가 미는 인물의 당대표 당선'이 십중팔구 다음 공천을 보장하는 우리 정치 문화가 정치인들의 우선순위 판단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까 우려스럽다. 전당대회에서 펼쳐지는 치열한 '권력 쟁탈전' 또한, 권력 자체가 아닌 '나라와 국민의 더 나은 미래'를 목적으로 할 때 비로소 가치 있게 됨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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