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전남광주=최치봉 기자] "째깍 째깍..." 전남 국립의대가 소생을 위한 '골든아워'를 맞았다. 수술대 위 환자처럼 혈압과 맥박이 곤두박질 치고 있다. 몇 초 후면 마지막에 이른다. 얼마나 강력한 산소를 주입해야 스러져가는 생명을 되살릴 수 있을까.
목포대와 순천대가 벌이고 있는 의대 소재지 선점을 위한 치킨게임이 마치 응급실 수술대 위 환자처럼 위태롭다.
정부가 요구한 대학통합을 전제로 한 의대 유치 신청 마감일이 12일 현재 딱 8일 남았다. 출구가 보이지 않은 극한 대립이다. 지역민들은 "그렇게 싸울려면 포기하라"며 자조섞인 냉소를 쏟아 내고 있다. 차라리 '1의대 2병원'을 '2의대 2병원' 전략으로 각자도생을 추구하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정부는 이미 공모 방식이 아닌 두 대학 통합을 전제로 1개 의대를 증설을 결정한 터라 실현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목포를 중심으로 한 전남 서부권과 순천 등 동부권은 각각 지난 40년 가까이 의대 유치를 갈망해 왔다. 의대와 의료시설은 촌각을 다투는 생명과 직결된 만큼 지역민의 숙원일 수 밖에 없다. 그런 탓에 양 대학과 주민간 사활을 건 싸움으로 변했다. 양보는 없고 "우리 지역에 의대가 와야한다"는 목소리만 높다. 마감 시간은 경각에 달려 있는 데도 말이다.
왜 이런 사달이 났을까. 지난 7월 첫 출범한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인수위가 '초광역 통합 의료 벨트' 구상을 내 놓으면서다. 이런 민원을 모를 리 없는 새로운 통합시는 최대 현안으로 부상한 지역 의대 유치를 위해 통합 의료 벨트 구상안을 발표했다.
지역의료체계 구축이 국가 또는 지자체의 재정사업 성격을 띤 만큼 이런 구상은 적절해 보인다. 그러나 의대 소재지가 특정지역으로 명시되면서 양 대학은 물론 정치권, 시민단체까지 합세해 인수위의 제안에 역제안으로 맞대응하는 등 소지역주의를 연출했다.
인수위의 구상안을 살펴 보면 목포권에는 메디컬 타운을, 순천권에는 의료혁신타운을 각각 조성해 전남대·조선대병원이 있는 광주권과 기능별 광역 의료 3각축을 만든다는 복안이었다.
더 세부적으로는 서부권에 대학, 대학병원, 연구기관을 두고 이를 지역 완결형 의료체계로 격상시켜 나가기로 했다.
목포권은 의과대학과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필수 의료인력을 양성하고 임상교육, 실습, 전공의 수련 등을 맡는다.
순천권은 순천의료원을 600병상 규모로 확대하고 국립 의대와 연계한 거점 병원을 육성한다. 성가롤로병원 일대를 의료 혁신타운으로 조성하는 등 기존 의료기관 집적화와 고도화를 통해 의대와 연계한 중증, 응급, 모자, 소아, 재활의료 등 기능을 배치한다. 제3자의 입장에서 보면 합리적 방안으로 보인다
목포대는 이를 수용한다고 발표했고, 순천대는 역제안으로 맞섰다. 양 지역 정치인과 지자체장, 시민단체도 합세했다.
각 지역 시민과 학교 구성원, 정치인들은 연일 성명과 입장문을 발표하고 각기 주장을 고집하고 있다.
민형배 시장의 중재도, 대학끼리 협의도 이미 물건너갔다. 백약이 무효다. 이제는 감정싸움으로 비화하고 있다.
오죽했으면 진보당 순천시위원회가 성명을 통해 '2의대·2대학병원'을 제안했을까.
이 문제가 지역에서는 전혀 풀릴 기미가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정부가 다른 방식의 의대 증설을 고려해보면 어떨까. 국가의 의료정책 틀 안에서 이뤄지는 의대 증설과 의료 인력 증원이 일개 대학과 지자체의 노력만으로는 한계에 부딪친 탓이다.
오래된 얘기지만 의대 증설을 통한 의료인력 확충에 대한 숙고도 필요해 보인다. 기존 의료인의 반발이 거셀지라도 국민 생명권 차원에서 다시 고려해 보면 어떨까. 국민들이 이토록 원하는데 정부와 정치권은 강건너 불구경만 하고 있을 건가. 정치가 풀어야할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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