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영주=김성권 기자] "야간에 소음 때문에 잠을 못 자겠어요."
앞으로 경북 영주시에서는 야간이나 휴일 당직실에 전화를 걸어 복잡한 안내 음성을 듣거나 숫자 버튼을 반복해서 누를 필요가 없어진다. 시민이 평소처럼 자신의 상황을 말하면 인공지능(AI)이 내용을 파악하고 필요한 사항을 차례로 묻는 방식의 새로운 민원 접수 체계가 가동된다.
11일 영주시에 따르면 야간·휴일 민원 대응에 인공지능을 접목한 'AI 보이스봇 당직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운영한다.
이 서비스의 핵심은 기존 자동응답시스템(ARS)의 한계를 넘어 '번호를 누르는 것'에서 '말하는 것'으로 전환했다는 점이다.
◇"몇 번을 누르세요" 대신 "무슨 일이신가요?"
기존 당직 전화는 민원인이 안내 음성을 듣고 해당 번호를 선택하거나, 당직 근무자와 직접 통화가 연결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야간과 휴일에는 적은 인력으로 여러 민원 전화를 동시에 처리해야 해 단순 문의가 몰릴 경우 긴급 민원 대응에도 부담이 될 수 있었다.
영주시가 도입한 AI 보이스봇은 이 같은 불편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시민이 "집 앞에서 계속 소음이 나요"라고 말하면 AI가 민원 내용을 분석한 뒤 발생 장소와 소음 유형 등 처리에 필요한 정보를 자연스러운 대화 방식으로 확인한다.
민원인이 행정 용어를 알지 못해도 상관없다. 평소 사용하는 말로 상황을 설명하면 AI가 대화의 맥락을 파악해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는 방식이다.
수집된 민원 내용은 시스템에 등록돼 당직 근무자에게 전달된다.
결국 시민 입장에서는 전화 한 통으로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는 것만으로 민원 접수 절차가 진행되는 셈이다.
◇AI가 모든 것을 맡지는 않는다…'AI+사람' 이원화
영주시가 이번 시스템에서 특히 공을 들인 부분은 AI가 민원 대응을 모두 대신하는 구조가 아니라는 점이다.
단순 안내와 반복적인 정보 수집은 AI가 담당하고, 복합적인 판단이나 현장 출동이 필요한 사안은 당직 근무자가 직접 처리하는 'AI+사람' 이원화 체계를 구축했다.
AI 보이스봇은 민원인의 위치와 민원 내용 등 기본 정보를 수집하고 접수하는 역할을 맡는다.
AI가 처리하기 어려운 복잡한 행정 문의나 즉각적인 현장 대응이 필요한 긴급 민원은 당직 근무자에게 직접 연결된다.
이는 AI 도입으로 인한 이른바 '디지털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기 위한 장치다.
단순한 것은 AI가 빠르게, 긴급하고 복잡한 것은 사람이 직접한다. 영주시가 구축한 새로운 당직 시스템의 핵심적인 역할 분담이다.

◇당직 근무자는 '전화받기'에서 '문제 해결'로
AI 보이스봇 도입은 시민 편의뿐 아니라 당직 근무자의 업무 방식에도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야간과 휴일 당직 근무자는 단순 문의와 반복적인 전화 응대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해야 했다. 전화가 몰릴 경우 민원 내용을 받아 적고 담당 부서를 확인하는 과정만으로도 업무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AI가 기본적인 민원 접수와 정보 수집을 담당하면 당직자는 보다 중요한 후속 업무에 집중할 수 있다.
접수된 민원의 내용을 확인하고 담당 부서에 전달하거나, 현장 출동이 필요한 경우 즉시 대응하는 등 '전화받는 당직'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당직'으로 업무의 중심이 이동하는 것이다.
영주시는 이를 통해 야간·휴일에도 시민 민원에 보다 신속하게 대응하고 행정 서비스의 효율성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행정의 디지털 전환, 시민이 체감하는 단계로
지자체의 AI 행정 도입은 그동안 민원 분석이나 행정자료 처리 등 내부 업무 효율화에 집중되는 경우가 많았다.
영주시의 AI 보이스봇 당직 서비스는 이와 달리 시민이 직접 전화를 걸어 서비스를 체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고령층이나 디지털 기기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시민에게도 전화라는 익숙한 수단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AI 기술을 접목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별도의 앱을 설치하거나 온라인 민원 시스템에 접속할 필요 없이 기존처럼 전화를 걸어 자신의 목소리로 상황을 설명하면 되기 때문이다.
영주시는 실제 운영 과정에서 축적되는 민원 사례와 시민 의견을 분석해 서비스의 정확도와 대응 품질을 지속적으로 높여나갈 방침이다.
안순기 영주시 홍보전산실장은 "AI 보이스봇은 시민들의 민원 접수 편의를 대폭 높이는 동시에 당직 업무의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실제 운영 과정에서 수집되는 시민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더욱 신속하고 정확한 스마트 민원 서비스를 완성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영주시가 시작한 'AI 보이스봇 당직'이 야간·휴일 행정의 풍경을 얼마나 바꿔놓을지 주목된다.
t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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