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울릉=김성권 기자] 독도에 국민 세금 3억 원이 투입됐다. 목적은 분명했다. 하루에도 수백 명이 오가는 독도 동도 선착장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공사가 끝난 지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안전시설 곳곳에서 이상 징후가 나타났고, 파손된 시설은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 앞서 지난달 20일 <더팩트>가 이 같은 부실공사 현장을 보도하며 문제 제기를 했으나, 20일이 지나도록 눈에 띄는 조치는 없었다. 관할 기관인 포항지방해양수산청이 취한 조치는 파손 구역 주변에 안전선을 둘러놓은 것이 사실상 전부다.
3억 원을 들여 안전시설을 고쳐 놓고, 문제가 생기자 안전선 하나를 치는 것으로 끝낸다면 도대체 처음부터 왜 공사를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포항해수청은 지난 5월 10일부터 30일까지 독도 동도 선착장의 안전난간과 방충제 등 안전시설 개·보수 공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새로 설치한 안전난간이 휘어지거나 뜯겨 나가고, 선박 충격을 흡수해야 할 방충제의 이음새가 벌어지는 등 곳곳에서 문제가 드러났다.

해상시설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해야 한다는 반론도 있을 수 있다. 독도는 일반적인 육상 공사 현장과 다르다. 거센 파도와 강풍, 염분 등 가혹한 환경에 노출돼 있다.
그렇다면 오히려 더 철저하게 설계하고, 더 엄격하게 시공하고, 더 꼼꼼하게 관리했어야 한다.
그런데 공사가 끝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시설물이 파손됐다면 시공 과정과 자재, 설계, 감독에 문제가 없었는지 따져보는 것이 상식적인 행정이다.
더 심각한 것은 문제 제기에도 제대로 된 후속조치가 없다는 것이다. 언론이 현장을 확인하고 문제를 제기한 뒤에도 파손된 시설물이 장기간 그대로라면 이는 단순한 하자 문제가 아니다. 행정의 안전 불감증 문제다.
특히 독도는 일반적인 관광지가 아니다. 대한민국 국민뿐 아니라 해외 방문객도 찾는 상징적인 공간이다. 그곳의 접안시설은 단순한 편의시설이 아니라 방문객의 생명과 직결되는 안전시설이다.
안전사고가 발생한 뒤에 원인을 조사하고 책임을 따지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사고가 나지 않았으니 괜찮은 것이 아니라, 사고가 날 가능성을 미리 제거하는 것이 안전행정의 기본이다.
그런데 지금 포항해수청의 모습은 어떠한가.
시설이 파손됐다는 지적이 나왔는데도 긴급 보수보다 안전선 설치에 머물러 있다. 국민의 눈에는 '조치를 했다'는 흔적만 남기려는 행정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안전선은 안전대책이 아니다. 긴급한 보수가 이뤄질 때까지 사고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임시조치일 뿐이다.
더구나 지금은 여름 휴가철이다. 독도를 찾는 방문객이 늘어나는 시기다. 3억 원의 국민의 세금이 들어간 사업에 행정기관은 공사를 발주하는 것으로 책임을 다한 것이 아니다. 설계부터 시공, 감독, 준공, 사후관리까지 전 과정에 책임을 져야 한다.

이번 사안 역시 단순히 "시설물이 파손됐다"는 데서 끝나서는 안 된다.
왜 준공 직후 시설물이 파손됐는지, 설계와 시공에는 문제가 없었는지, 자재와 시공 방식은 적절했는지, 준공검사는 제대로 이뤄졌는지, 하자보수 요청과 조치는 왜 지연되고 있는지 낱낱이 공개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제3의 전문기관을 통한 안전진단도 실시해야 한다.
그리고 문제가 확인된다면 시공업체뿐 아니라 감독과 검수 과정에서 책임을 다하지 못한 관계자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워서는 안 된다.
독도에 필요한 것은 보여주기식 안전선이 아니다.
국민이 안심하고 독도를 밟을 수 있도록 제대로 고쳐놓은 안전시설이다.
3억 원을 들여놓고 파손된 시설 앞에 안전선 하나만 둘러놓는 행정이라면, 그것은 안전행정이 아니라 책임 회피에 가깝다.

독도는 대한민국의 영토다. 그곳을 찾는 국민의 안전 역시 국가가 끝까지 책임져야 할 몫이다.
사고가 터진 뒤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하는 행정은 이제 끝내야 한다.
포항해수청은 안전선 뒤에 숨을 것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즉각적인 긴급 보수와 정밀 안전점검에 나서야 한다. 그리고 3억 원짜리 공사가 왜 준공 두 달도 안 돼 이런 지경에 이르렀는지 국민 앞에 투명하게 설명해야 한다.
독도에 필요한 것은 안전선을 둘러놓은 행정이 아니라,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행정이다.
t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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