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세대 블락비 지코와 박경, 5세대 프로듀서로 재회

[더팩트 | 정병근 기자] 1년 2개월이라는 긴 공백기 끝에 돌아온 보이그룹 더윈드(The Wind)가 기존의 뿌리를 지키면서 더 탐스러운 과실을 맺었다.
더윈드(김희수 타나톤 최한빈 박하유찬 안찬원 장현준)가 지난 7월 29일 미니 4집 'Second Wind : S#00(세컨드 윈드 : S#00)'을 발매했다. 이 앨범은 더윈드에게 여러 의미가 있다. 1년 2개월 만의 앨범이자 팡스타엔터테인먼트의 새로운 체제 하에서 첫 컴백이다. 2023년 5월 데뷔 후 인정 받은 실력을 기반으로 도약을 시작하는 '2라운드'다.
'더윈드의 2라운드'에는 든든한 조력자가 있다. 2011년 데뷔해 많은 사랑을 받았던 보이그룹 블락비(Block B) 출신의 박경이다. 2.5세대 K팝을 이끌었던 그가 5세대 보이그룹의 총괄 프로듀서로 나서며, 더윈드의 색깔은 한층 선명하고 강렬해졌다. 박경은 블락비 동료였던 지코에 이어 프로듀서로서도 걸출한 역량을 드러냈다.
2023년 5월 데뷔한 더윈드는 그동안 3장의 미니 앨범과 여러 싱글을 통해 풋풋하고 순수한 '청량 소년'의 이미지를 구축해 왔다. 실력파 그룹이라는 호평을 받았지만, 쏟아지는 아이돌의 치열한 경쟁과 대형 기획사의 공세 속에서 '중소돌'의 한계에 직면했다. 절치부심 끝에 꺼내든 카드는 새로운 체제 하에서 이룬 '영리한 레벨업'이다.
이번 신보에서 가장 눈에 띄는 성장 대목은 자신들의 무기인 '청량함'을 버리지 않고 에너지를 확장했다는 점이다. 장르는 다채로워졌지만, 더윈드는 '청량'이라는 중심축을 단단하게 유지하며 정체성을 성공적으로 리빌딩했다.
데뷔곡 'ISLAND'부터 'WE GO(위 고)', 'H! TEEN(하이틴)' 등으로 이어졌던 이전 활동 곡들은 한마디로 '벅차오르는 소년미'였고 이후 '반가워, 나의 첫사랑', 'Only One(온리 원)' 등은 풋풋하고 설레는 청춘이었다. 웅장한 스트링(현악기) 사운드나 맑은 신시사이저를 쌓아올린 서정적인 분위기의 '무해한 이지리스닝' 트랙이 주를 이뤘다.

이번 앨범 'Second Wind : S#00'은 기존의 맑은 색채 위에 펑키하고 힙한 물감을 과감하게 흩뿌렸다. 록(Rock) 사운드와 EDM의 파격적인 결합부터 '808 베이스'의 등장과 힙한 그루브 그리고 Y2K 팝 록으로 향수를 자극했다.
타이틀곡 'Party Like A Rock Star(파티 라이크 어 록스타)'는 시작부터 찌르는 듯한 일렉트릭 기타 리프가 귀를 사로잡는다. 이전 같으면 어쿠스틱 기타나 피아노가 나왔을 자리에, 록 페스티벌에 어울릴 법한 펑키한 기타와 묵직한 EDM 스타일의 리드 신스가 융합됐다. 사운드의 타격감 자체가 이전보다 훨씬 강렬하고 거칠어졌다.
뮤직비디오에서는 복도를 질주하고, 교실을 놀이터처럼 누비는 유쾌한 연출로 장난기 넘치는 매력을 극대화했다. 여기에 자유분방한 퍼포먼스와 스포티한 스타일링까지 더해지며 기존의 '청량 소년'을 넘어 '청량 악동'이라는 새로운 캐릭터를 완성했다.
수록곡 'That's Smoove!(댓츠 스무브!)'는 음악 스펙트럼의 확장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이전 더윈드 곡에서는 상상하기 힘들었던 헤비한 808 베이스가 바닥에 짙게 깔려 있다. 힙합 음악에서 주로 쓰는 이 베이스 리듬이 더윈드의 맑은 목소리와 만나 소년미를 잃지 않으면서도 트렌디하게 리듬을 타는 세련된 '청량 힙' 사운드를 만들어냈다.
아련함을 자아냈던 더윈드의 색깔도 좀 더 구체화됐다. 3번 트랙 '떨어(Shiver)'는 2000년대 초반에 유행했던 팝 록 감성을 현대적으로 끄집어냈다. 이전의 더윈드가 '초여름 운동장의 첫사랑' 같은 풋풋한 향수를 자극했다면, 이번엔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골목을 누비는 반항기 있는 청춘'의 향수를 자극한다. 음악의 온도 자체가 더 뜨겁다.

자칫 새로운 출발선에 선 그룹들은 거기에만 매몰돼 억지스럽게 변화를 시도하는 경우가 있다. 더윈드는 가장 큰 강점인 '청량'을 버리지 않았다. 대신 기존의 순수하고 밝은 에너지에 자유분방함과 자신감을 더하며 청량을 확장하는 방식으로 성장을 택했다. 박경은 전곡 작사, 작곡, 프로듀싱을 맡아 더윈드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다.
박경의 영향력은 보컬에도 미쳤다. 박경이 블락비 시절부터 솔로곡까지 보여줬던 특유의 쫀득하고 통통 튀는 리듬감을 더윈드 멤버들이 훌륭하게 소화해 자유분방하고 악동스러운 느낌을 멋스럽게 냈다. 특히 수록곡 '이랬다 저랬다(Back and Forth)'는 정직하지 않게 박자를 쪼개고 밀고 당기는 '바운스'가 강조돼 성장이 귀를 타고 전해진다.
더윈드의 레벨업도 눈에 띄지만, 그걸 이끈 박경의 존재 역시 반갑다. 그는 블락비 시절 팀 내 독보적인 지코의 존재 속에서도 여러 곡을 만들고 프로듀싱을 했다. 솔로로서도 뚜렷한 존재감을 보여줬다. 2021년 이후 활동은 거의 없었지만 그의 역량은 더 묵직하면서 날카로워졌다.
2~3세대 아이돌은 K팝의 단단한 주춧돌을 놨지만, 이후의 행보는 K팝의 중심에서 멀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블락비는 지코가 KOZ엔터테인먼트에서 5세대 대표으로 자리매김한 보이넥스트도어(BOYNEXTDOOR)를 제작하고 프로듀싱했다. 여기에 박경이 더윈드의 총괄 프로듀서를 맡으며 과거의 악동들이 K팝의 한복판에서 다시 만났다.
지코가 보이넥스트도어를 통해 '친근하고 힙한 옆집 소년'을 그렸다면, 박경은 더윈드를 통해 '자유롭고 에너제틱한 청량 악동'을 빚어냈다. 박경이 더윈드를 통해 프로듀서로 제2의 전성기를 맞을 수 있을지, 더윈드가 박경이라는 새로운 동력을 장착하고 도약을 이뤄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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