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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선풍기 하나 없는 39도 비닐하우스…'폭염 악몽' 꾸는 이주노동자
냉방장치도, 휴식도 없이 2시간 작업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이지만 눈치만
고용허가제에 사업장 변경도 제한


지난달 28일 오후 2시부터 오후 4시까지 경기 포천시의 한 늙은호박 농장 비닐하우스에서 소폰(가명·27) 씨와 마웅(가명·26) 씨는 한시도 쉬지 않고 농업용 의자에 앉아 가지치기 작업을 이어갔다. /안디모데 기자
지난달 28일 오후 2시부터 오후 4시까지 경기 포천시의 한 늙은호박 농장 비닐하우스에서 소폰(가명·27) 씨와 마웅(가명·26) 씨는 한시도 쉬지 않고 농업용 의자에 앉아 가지치기 작업을 이어갔다. /안디모데 기자

[더팩트ㅣ안디모데 기자] 경기 포천시의 한 늙은호박 농장 비닐하우스에 들어서자 이주노동자 2명이 가지치기에 한창이었다. 이들은 바퀴 달린 농업용 의자에 앉아 4개의 이랑 사이를 돌아다니며 허리를 숙인 채 1m 높이로 자란 호박 줄기를 잘라냈다.

라오스에서 온 소폰(가명·27)의 이마와 인중에는 이내 물을 뿌린 듯 땀이 줄줄 흘렀다. 허리를 숙이자 얼굴에서 땀방울이 떨어졌다. 검은색 반소매 티셔츠는 땀에 젖어 더욱 검게 물들었다. 허리를 굽히는 작업이 반복되다 보니 바지도 땀을 머금어 짙은 남색으로 변했다.

미얀마에서 온 마웅(가명·26)는 흘러내리는 땀을 막기 위해 안면 마스크를 썼지만 땀방울이 눈썹에 맺혔다. 뜨거운 햇빛에 마웅 씨는 연신 눈을 찡그리며 호박 줄기를 잡고 가위로 자른 뒤 비닐봉지에 넣었다.

이들은 오후 2시부터 오후 4시까지 한시도 쉬지 않고 농업용 의자에 앉아 작업을 이어갔다. 한 줄기 작업이 끝나면 곧바로 의자를 움직여 다음 줄기로 향했다. 이따금 허리를 뒤로 젖혀 기지개를 켤 뿐 이내 다시 가위를 쥐었다. 비닐하우스 내부는 온도 39.5도, 습도 53.5%에 달했다.

지난달 28일 오후 2시38분께 이들이 작업하는 비닐하우스 내부 온도는 39.5도, 습도 53.5%로 체감온도는 39.32도에 달했다. 비닐하우스 내 식수는 호박 줄기 앞에 덩그러니 놓인 500㎖ 생수 1병이 전부였다. /안디모데 기자
지난달 28일 오후 2시38분께 이들이 작업하는 비닐하우스 내부 온도는 39.5도, 습도 53.5%로 체감온도는 39.32도에 달했다. 비닐하우스 내 식수는 호박 줄기 앞에 덩그러니 놓인 500㎖ 생수 1병이 전부였다. /안디모데 기자

8일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사업주는 폭염에 따른 건강 장해를 예방하기 위해 냉방 또는 통풍 장치 등을 가동하거나 적절한 휴식 시간을 부여하는 등 보건 조치를 취해야 한다. 체감온도가 33도 이상이면 매 2시간 이내 20분 이상의 휴식을 근로자에게 부여해야 한다.

작업의 성질상 휴식 시간을 주기 곤란한 경우에는 개인용 냉방 또는 통풍 장치를 지급하거나 개인용 보냉 장구를 지급하는 등 근로자의 체온상승을 줄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소폰과 마웅은 보냉 장구 없이 팔 토시와 챙모자에만 의존하고 있었다. 비닐하우스 내부에는 선풍기나 에어컨 등도 없었다.

생수도 주지않았다. 소폰은 물을 따로 주지 않아 직접 가져와서 마신다. 마웅도 따로 물을 받은 적이 없다며 "너무 더울 땐 어지럽다"고 토로했다. 김달성 포천 이주노동자센터 대표는 "폭염에 단 10분의 휴식 시간도 없고 생수도 지급하지 않는 사업장이 태반"이라며 "이주노동자들에게는 이것이 일상적인 노동 환경"이라고 지적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국내 외국인 온열질환자는 지난 2021년 43명에서 2025년 250명으로 급증했다. 올해는 지난달 25일 기준 85명의 외국인 온열질환자가 발생했다.

지난달 28일 늙은호박 농장 비닐하우스에서 소폰 씨가 약 1m 높이로 자란 호박 줄기를 가지치기하고 있다. 이날 비닐하우스 내부의 체감온도는 39.32도에 달했다. /안디모데 기자
지난달 28일 늙은호박 농장 비닐하우스에서 소폰 씨가 약 1m 높이로 자란 호박 줄기를 가지치기하고 있다. 이날 비닐하우스 내부의 체감온도는 39.32도에 달했다. /안디모데 기자

그런데도 이주노동자들이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배경에는 외국인 고용허가제가 있다.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외국인고용법) 제18조의2에 따르면 이주노동자의 취업 활동 기간 연장은 사용자의 재고용 허가 요청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외국인고용법 제25조에 따르면 이주노동자는 사용자가 근로 계약을 해지하거나 갱신을 거절할 때 사업장 변경을 신청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 휴업·폐업, 임금 체불, 사용자의 부당한 처우 등 극히 예외적인 사유가 발생한 경우 사업장 변경을 허용하고 있지만 사용자의 위법 사실 등을 이주노동자가 직접 입증해야 한다.

노동계에서는 고용허가제가 이주노동자의 이동 자율권을 제한하고, 채용 연장 등 권한이 사업주에게 집중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다야라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이주노동자노조 위원장은 "지금의 고용허가제는 재고용 요청 권한이 사용자에게만 있다 보니 이주노동자들은 불이익이 두려워 부당하다고 말하지 못한다"며 "사용자의 무관심도 있지만 이런 기형적인 제도가 이주노동자들에게 불평등한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가인권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2년 한 해에 목숨을 잃은 이주노동자 3340명 중 사망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경우는 93.6%에 달한다. 그는 "이 중에는 낮 동안 폭염 속에서 일을 하고 몸이 망가진 채로 잠을 자다 사망해 사인 규명 없이 잊혀진 죽음도 상당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폭염 노동을 강요해 다른 사업장으로 가고 싶어도 사업주가 계약을 해지해줘야만 가능하다"며 "고용허가제는 사용자와 근로자를 주종관계로 만들고 사업장 변경의 자유를 극도로 제한하면서 이주노동자들이 정당한 권리를 요구하지 못하고 참고 다니는 경우가 많다"고 강조했다.


elahep1217@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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