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T

검색
TF 영상
[미스터리경제] 서울 소득 낮은 동네가 더 덥다? (영상)
폭염 속 기후 불평등 미스터리

[더팩트ㅣ정리=이한림 기자]

◆ 방송 : 더팩트 유튜브 콘텐츠 'THE 미스터리경제' EP.22

◆ 출연 : 금융증권부 이한림, 이선영 기자

◆ 편집 : 디지털미디어본부 이상빈, 이환호 기자

선영>세상에 당연한 경제는 없다. 팩트 뒤에 숨겨진

한림>기묘하고 오싹한 경제의 진실을 파헤칩니다

한림, 선영>더팩트 경제 추리 콘텐츠 '미스터리경제' 시작합니다.

선영>선배, 요즘 친구들이나 취재처 사람들 만나면 인사 대신에 무의식적으로 툭 뱉는 말, 어떤 말인지 아시나요?

한림>어... 너무 덥다? 아무래도 날씨 아닐까요?

선영>네, 맞습니다. 그런데 요즘 같은 날씨에 그냥 '덥다'라고 하기에는 부족하고 다들 만나자마자 땀도 삐질삐질 흘리면서 '아 진짜 날씨 미쳤다' '날씨 진짜 찜질방 온 것 같다' '숯가마 온 것 같다' 이런 표현들을 많이 쏟더라고요.

한림>저도 지금 스튜디오에 온 지 얼마 안 됐는데 빨리 집에 가서 샤워하고 싶어요. 진짜 너무 힘드네요.

선영>네, 저도 손발에 땀이 자꾸 나는 것 같더라고요. 특히 이제 오늘은 저희 촬영일이 8월 4일인데 서울 전역에 역대 처음으로 폭염 중대경보가 발효된 날이잖아요? 어제 3일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에 사상 최초로 폭염특보 최상위 단계인 폭염 중대경보가 발령됐고 오늘 오전 11시부터 또 이어지고 있고요. 최고 체감온도가 38도를 넘어서니까 사람이 서 있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진짜 도심 전체가 펄펄 끓는 불가마가 된 것 같습니다.

선영>지난 주 주말에는 또 양산에서 41도. 저희 속보로 떴더라고요.

한림>경남 양산, 창원 이런 지역에서 가장 먼저 폭염 중대경보가 발효됐죠.

선영>이 정도면 서울 시민뿐만 아니라 모든 시민이 극한의 찜질방에 갇혀가지고 고생하고 있는 기분인데. 그런데 우리가 대형 사우나 같은 데를 가 보면 불길이 떨어지는 가장 가까운 자리가 있고 또 문 근처나 에어컨 바람이 좀 스치는 덜 더운 자리도 있잖아요.

한림>그렇죠. 덜 더운 자리에 사람이 많이 몰려 있고. 또 사우나실 안에서도 온도 차이가 나는 곳이 확실히 있고요.

선영>그런데 일기예보에서는 '서울 전역이 위험하다' '열대야다' 이런 얘기들이 나오니까 우리가 똑같이 다 더운 줄 알고 있는데 실제로는 우리가 딛고 있는 동네마다 사우나실처럼 온도가 좀 다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또 들더라고요.

한림>아주 날카로운데요? 그 짐작이 맞을 뿐만 아니라 실상은 생각보다 훨씬 좀 잔인하다고 할까요? 기상청에서 관측한 수치가 최악의 폭염을 가리키던 그 순간 서울의 어떤 자치구는 지표면 온도가 무려 43도 육박하게 치솟았고 어떤 다른 동네는 같은 서울 하늘 아래인데도 37.8도 정도였다고 해요. 동일한 서울 안에 자치구별로 무려 5.2도라는 극단적인 기온 격차가 발생한 겁니다.

선영>0.5도가 아니라 5도 이상 차이가 난다는 게 놀라운데요. 기분 탓에 좀 덜 덥고, 더 덥고 이런 줄 알았는데 기온과 지표면의 온도 차이는 다르긴 하겠지만 5도 차이면 거의 다른 계절 같은데요.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요?

한림>방금 기온과 지표면의 온도 차이 정확하게 짚어주셨는데 우리가 흔히 뉴스에서 보는, 기상청에서 발표하는 '오늘의 날씨' 검색했을 때 나오는 것은 기온, 즉 햇빛을 피해 상공 1.5m 높이의 백엽상 안에서 잰 공기의 온도를 뜻하고요. 반면 지표면 온도는 태양열을 다이렉트로 흡수한 아스팔트나 건물의 표면 온도 말 그대로 지표면의 온도를 의미하죠. 그래서 지표면 온도는, 즉 우리 몸과 발이 직접 맞닿는 진짜 체감하는 '생존 온도'라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선영>그러면 공기는 37도여도 우리가 밟고 서 있는 이 땅바닥이 동네에 따라서 43도까지 펄펄 오를 수도 있다는 거군요.

한림>더 오를 수도 있는 거고요. 날씨가 계속 더우니까 마치 또 조준 타격을 한 것처럼 우리가 어렸을 때 과학 시간에 돋보기를 종이에다 대고 있으면 빛을 받아서 타잖아요. 레이저 포인터 쏜 것처럼. 그런 식으로 특정 구역만 열화상 카메라 같은 거로 지금 도심을 촬영해 보면 아주 빨갛게 거의 핏빛 비슷하게 빨갛게 붉게 타오르는 이 현상이 폭염 중대경보가 내려진 서울 안에서도 실제로 존재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건 말이에요, 여기서 그 날씨의 격차의 기준이 되는 것이 '소득'이라는 지점에 있어요. 놀랍죠?

선영>네, 슬픕니다.

한림>소득 수준이 낮을수록 어떨까요? 더 더울까요? 추울까요?

선영>더울 것 같네요.

한림>네, 맞아요. 소득 수준이 더 낮을수록 가혹한 무더위에 노출된다고 합니다. 그 미스터리, 그 내막을 지금부터 낱낱이 파헤쳐 봅니다.

한림>다시 돌아가서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요? 충격적이라고도 할 수도 있는데 충격적인 실체는 서울의 두 자치구의 지표면 온도 수치를 직접 비교를 해보면 됩니다. 서울 전체 폭염 중대경보가 발령된 시점에 동대문구의 지표면 온도는 43도에 육박했고요. 반면에 비교적 부촌으로 꼽히는 서초구에서 아까 말씀드렸던 37.8도 수준이 나왔습니다.

선영>진짜 수치만 봐도 놀라운데요. 기상청이 발표한 일반 기온이랑은 확실히 차이가 크게 느껴지는데. 왜 이런 격차가 발생하게 된 걸까요? 소득 격차 때문일까요?

한림>소득 격차 얘기하기 전에 우선 이면을 들여다 보면 '녹지 인프라의 양극화'라는 물리적인 원인이 존재합니다. 말이 좀 어렵죠? 예를 들어 보면 환경단체 그린피스 서울사무소가 올해 6월에 인공위성의 정밀 데이터로 서울 25개 자치구의 녹지 분포를 전수조사 했는데요. 자치구 녹지 분포라는 것은 자치구의 나무나 풀 같은 녹지가 얼마나 있느냐, 녹지의 면적을 보여주는 지표래요. 지표면 기온이 낮게 37.8도 정도에 방어됐던 서초구의 녹지 면적은 19.6㎢에 달했지만, 동대문구는 고작 1.3㎢에 불과했다는 거죠. 무려 15배 육박하는 환경 인프라 격차가 존재하고 있다는 겁니다.

선영>자치구 안에서 녹지 면적이 15배나 차이 난다는 게 진짜 뜻밖인데요. 떠올려 보면 서초구는 숲보다는 빌딩이 많을 것 같고 동대문구는 반대일 것 같은데 그렇다면 나무나 풀의 양이 실제로 도심의 열기를 식히는 방패 역할을 하고 있나요?

한림>네, 맞습니다. 그리고 말씀하신 것처럼 동대문구보다 서초구의 나무나 풀의 양이 더 많다는 거죠. 저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직관이랑 좀 다르잖아요. 대중적인 직관과는 완전히 상반되는 결과가 나왔다는 겁니다. 실제로 도시공학 통계 자료를 보면 도심 내의 푸른 녹지 공간이 1㎢씩 추가될 때마다 지표면 온도를 약 0.25도씩 낮추는 '천연 냉각 효과'가 입증됐다고 해요. 수목이 태양열을 차단하고 증산작용을 통해 열기를 식혀주기 때문입니다. 반면 서초구같이 빌딩숲이 많고 이런 빌딩 사이사이나 그리고 고급주택 그 안에서 '숲세권'이랍시고 조성해 놓은 대규모 공원이 많잖아요. 그런 것들이 있는 서초구와 달리, 동대문구는 가림막이 없는 아스팔트나 콘크리트 이런 것이 밀집돼 있다는 거죠. 그런 지역들은 햇볕을 고스란히 저장하는 축열판, 우리가 더울 때 까만 옷 입으면 더 더운 것처럼 햇볕을 고스란히 저장하는 축열판 역할을 하고 있어서 지표면 온도가 그렇게 높게 측정이 됐다는 겁니다. 경기연구원에서 지난 달에 조사한 3차원 지도를 활용한 '생활권별 폭염 취약성 보고서'에 따르면 그늘이 우거진 산림구역은 평균 37.7도로 방어됐지만 아스팔트나 콘크리트 중심의 시가지는 무려 62.2도까지 복사 온도가 치솟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선영>오, 복사 온도가 62도라고 하니까 진짜 말만 들어도 더운데요. 일반 기온보다 우리가 직접 딛고 서 있는 이 땅바닥이 더 뜨거우니까 몸이 버티질 못하는 거네요. 그런데 선배. 나무가 없어서 동네 전체가 더 끓어오르고 온열 질환 위험이 크다는 거는 알겠는데 왜 주민들의 소득 수준과 연결이 되는 건가요?

한림>네, 살짝 힌트를 좀 드리긴 했는데 여기서부터가 본론입니다. 이 뜨거운 아스팔트 지역에 노출돼서 당장 온열 질환 위협을 받는 폭염 취약 구역이 해당 자치구 주민들의 평균 소득 수준과 자로 잰 듯이 일치하기 때문이에요.

선영>슬프네요.

한림>실제로 아까 지표면 온도가 높다고 했던 동대문구 같은 경우는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서울 25개 자치구 중 소득 하위 19위에 머물러 있고요. 반면 동대문구보다 5도 이상 선선하고 온열 질환 위험에서 안전했던 서초구는 서울시 소득 수준에서 2위 정도 하는 대표적인 부촌으로 집계됐다고 합니다.

선영>부동산 가격도 차이가 나는데 참 슬픈 현실입니다. 자치구의 경제적 조건이나 과거 부동산 개발 자본이 흘러 들어간 방향에 따라서 동네의 녹지 비율이 결정됐고 그 결과가 지금 우리 주민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지표면 온도의 차이로도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군요.

한림>네, 정확합니다. 과거에 거대 자본이 투입된 '계획도시'나 강남에 아주 몇십억 원 하는 고급 주거단지들 이곳은 자산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서 숲세권이니 뭐니 하며 대규모 공원들을 조성해서 녹지를 돈을 주고 구매를 했던 거죠. 반면에 급격한 산업화 시절 노동자들을 수용하기 위해서 시장을 만들고 콘크리트로 지었던 평화시장이 있잖아요 동대문구에. 근대 노동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인데 그런 것이 가득한 동대문구에는 나무 한 그루 심을 여유 없이 그렇게 노동집약구로 됐기 때문에 녹지 면적이 너무 낮아서 더 지표면 온도가 덥다는 겁니다.

선영>너무 삭막하네요.

한림>결국 소득 수준에 따른 주거 환경의 격차가 폭염이라는 재난 같은 상황에서 온열 질환의 위협이나 냉방비 부담도 생기잖아요. 이런 생존의 불평등으로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는 셈입니다. 자본의 냉혹한 논리가 도시의 온도와 주민들의 안전에까지 그대로 투영돼 있다는 냉정한 단면이기도 하고요.

선영>얘기를 듣다 보니까 결국 재난의 무게마저도 완벽하게 공평할 수 없다는 씁쓸한 현실을 보여주는 것 같은데요. 사실 돈 얘기를 떠나서 당장 요즘 뉴스만 봐도 전국적으로 온열 질환자가 무더기로 속출하고 있는데요. 쓰러지는 분도 너무 많고 이제는 돈이 많든 적든 어느 동네에 살든 간에 숨막히는 폭염이 하루빨리 끝났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한림>네, 맞습니다. 이런 날씨가 하루이틀이 아니라 장기간 지속되면 폭염은 그냥 단어가 아니라 건강을 위협하는 '재난'이라고 볼 수 있죠. 태풍이나 이런 것처럼, 가뭄 이런 것처럼 재난이라고 봐도 무방하다는 거죠.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거는 아니, 아주 절실한 거는 모두가 안전하게 이 여름을 나는 일이 아닐까 합니다. 독자 여러분들도 폭염에 야외 활동은 최대한 자제하시고 수분 섭취 충분히 하시면서 건강 관리에 각별히 유의하시면서 집에서 저희 유튜브 '미스터리경제' 재밌게 시청하시면서 보내시길 바랍니다.

선영>네, 수박 맛있게 드시면서 '미스터리경제'도 꼭 봐 주시고요. 모두 안전하고 건강하게 이 무더위를 이겨내시기를 진심으로 저희가 바라겠습니다. 다음 주는 날씨가 제발 선선해지면 좋을 것 같네요

한림>그러니까요.

선영>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한림, 선영>구독과 좋아요. '미스터리경제' 다음 주에 만나요. 안녕~

2kuns@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인기기사
회사소개 로그인 PC화면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