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상에 예금금리 3%대 복귀…고금리 특판 앞세워 공략

[더팩트 | 김태환 기자] 롤러코스터를 타듯 급등락을 반복하는 국내 증시에 지친 투자자들의 자금이 다시 은행으로 향하는 '역머니무브'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증시 투자 대기자금은 1개월만에 수십조원 줄어든 반면 5대 은행 정기예금에는 지난달에만 35조원이 넘는 자금이 몰렸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예금금리까지 다시 연 3%대로 올라서면서 은행권도 증시에서 빠져나온 대기자금을 잡기 위한 수신 경쟁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지난달말 정기예금 잔액은 984조9399억원으로 전월 말보다 35조5401억원 증가했다. 월간 증가폭은 올해 들어 가장 컸다. 5월 7조5327억원, 6월 4조6837억원 증가한 데 이어 3개월 연속 증가세다.
은행권으로 자금이 몰리는 사이 증시에서는 대기자금이 빠르게 줄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6월 4일 139조7000억원까지 늘었지만 이달 3일에는 103조원까지 감소했다. 이후 4일 110조원대로 반등했지만 고점과 비교하면 여전히 약 30조원 적다. '빚투' 지표인 신용거래융자도 6월 한때 38조원을 넘었지만 지난달 말에는 28조원대로 내려왔다.
개인투자자의 자금 이탈 배경에는 최근 극심해진 증시 변동성이 자리 잡고 있다. 코스피는 지난 6일 전 거래일보다 4.58% 떨어진 6296.38에 장을 마쳤다. 장중에는 낙폭이 5.46%까지 확대되며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삼성전자가 6.30%, SK하이닉스가 10.37% 급락하면서 지수를 끌어내렸다. 앞선 이틀 동안 반등했던 지수가 하루 만에 다시 급락하면서 투자자들의 피로감도 커졌다.
이날도 변동성은 이어지고 있다. 코스피는 전날 급락에 따른 저가 매수세 유입으로 7일 상승 출발해 장중 6415.60까지 올랐지만 오전 들어 상승폭을 대부분 반납하며 보합권에서 등락했다. 전날 3조원 넘게 순매수했던 개인은 이날 오전에는 매도 우위로 돌아섰다.
증시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예금의 매력은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 한은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이에 은행들도 수신금리를 잇달아 올리면서 주요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최고금리는 연 3%대 초반까지 상승했다.
신한은행 '신한My플러스 정기예금'은 최고 연 3.30%, NH농협은행의 'NH올원e예금'과 'NH왈츠회전예금Ⅱ'는 최고 연 3.25%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KB국민·하나·우리은행 역시 대표 정기예금 금리를 연 3.2% 안팎으로 높였다. 한동안 2%대에 머물던 시중은행 예금금리가 다시 3%대로 올라서면서 주식 투자에 부담을 느끼는 자금의 선택지가 넓어진 셈이다.
은행들은 고금리 특판상품까지 내놓으며 고객 확보전에 나섰다. 우리은행은 이달 '우리의 소원 정기예금·적금'을 출시해 우대조건을 충족할 경우 6개월 적금에 최고 연 8.29%의 금리를 제공한다. NH농협은행도 3개월 만기 'NH모두트래블리적금'에 최고 연 7.3%를 적용하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은행 역시 최고금리 7%대 적금상품을 운영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까지 수신 경쟁에 가세하고 있다. 토스뱅크는 오는 8일부터 정기예금 최고금리를 연 3.6%로 높이기로 했다. 은행권 전반에서 자금 확보 경쟁이 확대되면서 증시에서 빠져나온 유동성을 둘러싼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은행 입장에서는 최근의 자금 이동이 고객 기반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다. 예·적금을 통해 유입된 고객을 급여계좌나 카드, 퇴직연금, 펀드 등으로 연결할 경우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신 기반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증시 상승 과정에서 증권사로 이동했던 개인 고객의 자금을 다시 은행권 안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금융사들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다만 최근 정기예금 증가분을 모두 개인투자자의 증시 이탈 자금으로 보기는 어렵다. 정기예금에는 개인뿐 아니라 기업과 기관 자금도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증시가 안정될 경우 예금에 머물던 자금이 다시 투자시장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있다. 은행들이 고금리 상품을 앞세운 단순 수신 확대를 넘어 급여·결제 등 저원가성 핵심예금 고객으로 전환해야 하는 이유다.
수신 경쟁이 지나치게 치열해질 경우 조달비용 상승도 부담이다. 고금리 정기예금이 늘어나면 은행이 고객에게 지급해야 하는 이자비용이 증가해 순이자마진(NIM)을 압박할 수 있다. 은행들로서는 자금을 끌어들이는 것 못지않게 적정 수준의 금리를 유지하면서 장기간 거래할 고객을 확보하는 전략이 중요해진 셈이다.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도 은행권 수신 경쟁을 자극할 전망이다. 한은은 오는 27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연다. 지난달 금통위에서는 기준금리 인상 결정에 위원 전원이 찬성한 데 이어 상당수 위원이 추가 긴축 필요성을 강조했다. 추가 인상 가능성이 현실화하면 예금금리 상승 기대도 더욱 커질 수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워낙 커지면서 일정 수준의 수익을 확정할 수 있는 예금에 다시 관심을 갖는 고객들이 늘어나는 분위기"라며 "은행 입장에서는 일시적으로 유입된 대기성 자금을 장기 거래 고객으로 전환할 수 있느냐가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kimthi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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