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공세 수위↑…단일종목 레버리지 거래대금 감소 추세

[더팩트ㅣ장혜승 기자]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를 둘러싼 공방이 격화하고 있다. 정치권이 국정조사와 특검 도입까지 거론하며 정부 책임론을 키우는 가운데 외신들도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한국 증시의 변동성을 키웠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금융위원회는 외신 보도를 정면 반박하는 한편 잇따른 규제 대책을 내놓으며 시장 진화에 나서는 모습이다.
◆ 외신까지 주목한 '널뛰기' 증시…단일종목 레버리지 정조준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요 외신들은 한국 증시에서 나타난 이례적인 변동성을 잇따라 지적하고 있다.
미국 경제매체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4일(현지시간) '한국 역시 투자 부적합 국가가 되어가고 있다'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한국 시장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는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은 최근 몇 년간 정부 정책 실패와 투자자 보호 미흡 등을 이유로 중국을 '투자 부적합' 국가로 평가해왔다"며 "한국에 대해서도 투자에 적합하지 않은 시장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을 변동성 확대의 요인으로 꼽았다. 블룸버그는 "매일 기계적으로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해야 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특성이 주가 흔들림을 증폭시켰다"며 "글로벌 인공지능(AI) 산업 호황을 여전히 믿는 투자자들도 코스피에서 멀리 떨어지는 판단을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영국 경제지 이코노미스트도 한국 증시를 도박판에 빗댔다. 개인투자자를 '충동적 도박꾼'에 비유하면서 "투자자들을 카지노 밖으로 끌어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최근 국내 증시는 유례없는 '널뛰기' 장세를 연출했다. 이날 오전 10시18분12초 코스피 시장에서는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했다. 지난달 28일과 29일에는 코스피와 코스닥 양 시장에서 매도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이틀 연속 발동됐다. 양 시장에서 서킷브레이커가 동시에 발동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폭락 충격은 다음 거래일 곧바로 반전됐다. 지난달 31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7.91% 오른 6595.45에 거래를 마치며 역대급 급등세를 기록했다.

◆ 정치권 "정책 실패"…국정조사 넘어 특검까지 거론
증시 변동성이 극단적으로 확대되자 정치권의 책임론도 거세지고 있다.
조국 조국혁신당 전 대표는 이틀 연속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을 둘러싼 정부 책임론을 제기했다. 조 전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사태, 누군가 책임지는 게 맞지 않나'라는 제목의 언론사 사설을 공유했다.
전날에는 정부의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을 '명백한 정책 실패'로 규정하며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을 비롯한 경제 정책 책임자들의 문책을 촉구했다.
야당의 공세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전날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금융위원회나 금융감독원이 레버리지 ETF에 우려를 표했음에도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이를 밀어붙였다면 우리는 다른 걸 의심해야 한다"며 "국정조사를 넘어 특검까지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실장이 레버리지 ETF를 밀어붙였다면 정책적 판단이 아니라 로비나 부정한 청탁이 있었던 것 아닌지, 사실상 주가조작에 의해 특정 기업 이익을 몰아주려고 한 것은 아닌지 특검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도입 과정과 정책 결정의 적절성을 둘러싼 정치권 공방이 '시장 변동성' 논쟁을 넘어 정책 책임과 외압 의혹으로까지 번지는 양상이다.
◆금융위 "복합적 요인" 반박…규제 강화로 시장 진화 나서
금융위는 외신 보도에 대한 반박과 함께 잇따른 대책을 내놓으며 시장 진화에 나서고 있다.
금융위는 전날 설명자료를 내고 "6월 중순 이후 변동성이 확대됐으나 이는 여러 복합적 요인에 기인한 것이며 최근 투자 심리가 회복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 시장의 평가"라고 반박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현재까지 확인된 바에 따르면 블룸버그에 인용된 통계가 사실관계와 부합하지 않는 부분이 있는 것으로 보이며 정확한 출처 역시 확인되지 않고 있다"며 "최근 드러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관련 우려도 보완대책을 통해 안정화해 나가는 등 변동성 관리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단기 변동성을 관리해 나가면서 증시의 복원력과 성장성을 높이는 자본시장 체질 개선을 일관되게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31일부터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에 대한 기본예탁금 기준을 상향하는 등 규제 강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시장 과열을 진정시키는 동시에 레버리지 상품으로 인한 변동성 확대를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실제 시장에서는 규제 효과가 일부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상품 16종의 거래대금이 감소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상품 16종의 총 거래대금은 9198억원으로 집계됐다. 기본예탁금 상향 등 규제 강화가 시행된 이후 4거래일 만에 처음으로 1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증권가에서도 단일종목 레버리지 규제가 시장 과열을 완화하는 데 일정 부분 효과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와 코스닥의 극단적 공포의 정상화 과정은 현재 진행형"이라며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규제에 따른 일간 거래대금 회전율 감소와 대형 반도체주 쏠림 완화도 온기 확산에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실제 5일 코스피에서는 상승 종목이 675개로 하락 종목 197개를 크게 웃돌았다. 코스닥에서도 상승 종목이 1346개로 하락 종목 301개를 크게 앞섰다. 장중 지수의 일일 변동폭도 이번 주 들어 크게 축소됐다.
이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각각 2.5%, 5.8% 반등했지만 쏠림 현상이 없었다는 점이 중요한 변화"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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