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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은 씻고 더위만 식혀요”…청계천에 번진 아이들 웃음 [오승혁의 현장]
5일 청계천 물 첨벙첨벙 행사장 찾아
도심 속 더위 식히는 휴게공간에 웃음 가득


5일 '오승혁의 현장'은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청계천을 찾았다. 물에서 아이들이 뛰노는 가운데 물속에서는 물고기가 바삐 움직이고 있다. /청계천=오승혁 기자
5일 '오승혁의 현장'은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청계천을 찾았다. 물에서 아이들이 뛰노는 가운데 물속에서는 물고기가 바삐 움직이고 있다. /청계천=오승혁 기자

[더팩트|청계천=오승혁 기자] "딸랑딸랑, 찰랑찰랑."

바람이 불자 청계천 차양막 사이에 매달린 풍경이 맑은 소리를 냈다. 그 아래 흐르는 물속에서는 아이들의 웃음과 물장구 소리가 풍경 소리와 어우러졌다.

5일 '오승혁의 현장'은 서울시 종로구와 중구 사이를 잇는 청계천의 광통교를 찾았다. 조선 시대 내내 서울의 종로와 광화문 등을 연결하며 수많은 이들의 통행로 역할을 했던 이 다리 인근에서 서울시는 지난달 31일부터 오는 9일까지 '청계천 물 첨벙첨벙 행사장'을 운영한다.

행사 기간 매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시민들이 청계천 물길에 발을 담그고 쉴 수 있도록 수변 휴게 의자와 테이블, 그늘막 등이 설치된다. 무료 아쿠아슈즈 대여가 시작되는 오전 11시 전부터 일부 시민이 물가에 앉아 발을 담그고 더위를 식혔지만 이른 아침부터 내리쬐는 강렬한 햇빛 탓인지 빈 의자가 더 많이 보였다.

분위기는 점심시간이 지나면서 달라졌다. 햇볕이 강해지고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자 가족과 연인, 친구 단위 방문객이 하나둘 늘었다. 시민들은 양말과 신발을 벗어 한쪽에 내려놓은 뒤 차가운 물에 발을 담갔다.

물가에 앉아 대화를 나누는 연인과 친구들이 있는가 하면, 아이의 손을 잡고 조심스럽게 물속을 걷는 부모도 눈에 띄었다. 어른들이 주로 발을 담그고 휴식을 취했다면 아이들은 몸을 물에 담근 채 헤엄치듯 움직였다. 물을 가르고 물장구를 치면서 웃음을 터뜨렸다.

도심의 빌딩과 차량 행렬 사이에서 청계천만 다른 속도로 흘렀다. 그늘막 아래로 바람이 지나갈 때마다 풍경이 울렸고, 시민들은 물소리와 아이들의 웃음 속에서 잠시 더위를 잊었다.

5일 '오승혁의 현장'이 찾은 청계천에서는 시민들이 '물 첨벙첨벙 놀이터'에서 즐거운 한 때를 보냈다. /서울 청계천=오승혁 기자
5일 '오승혁의 현장'이 찾은 청계천에서는 시민들이 '물 첨벙첨벙 놀이터'에서 즐거운 한 때를 보냈다. /서울 청계천=오승혁 기자

지난해 처음 열린 행사에는 시민과 국내외 관광객 등 약 5만명이 다녀갔다. 곳곳에 배치된 안전 요원들은 "물에 들어갈 때는 미끄러우니까 아쿠아슈즈 착용해주세요"라고 시민들에게 안내하며 사고 방지를 위해 순찰을 계속 돌았다.

청계천이 이날처럼 평화로운 모습만 보인 것은 아니다.

지난달 청계광장 팔석담에서는 중년 남녀가 시민과 관광객들이 소원을 빌며 던진 동전을 무단으로 주워 가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후 고산자교 인근에서는 한 여성이 비누와 때수건 등 목욕용품을 펼쳐 놓고 몸을 씻는 영상까지 확산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여럿이 함께 이용하는 도심 속 휴식 공간에서 벌어진 잇단 행동에 시민들의 비판이 이어졌다. 단순히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데 그치지 않고 수질과 위생, 공공질서를 해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5일 '오승혁의 현장'이 찾은 청계천에서 왜가리가 사냥을 준비하고 있다. /서울 청계천=오승혁 기자
5일 '오승혁의 현장'이 찾은 청계천에서 왜가리가 사냥을 준비하고 있다. /서울 청계천=오승혁 기자

서울시는 동전 무단 수거가 발생한 팔석담과 목욕 행위가 벌어진 고산자교 일대에 순찰 인력을 고정 배치했다. 서울시설공단 소속 시설안전요원들도 청계천 전체 구간을 교대로 순찰하고 있다. 입수와 목욕, 흡연, 음주 등 금지행위를 알리는 현수막과 안내판을 추가로 설치하고 과태료 부과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조례 정비도 추진 중이다.

이날 현장에서는 동전을 주워 담거나 목욕용품을 꺼내는 사람을 찾아볼 수 없었다. 시민들은 정해진 공간에서 발을 담그고 쉬었고, 아이들은 부모의 시선 안에서 물장구를 쳤다. 이용객이 늘어난 오후에도 큰 소란이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행동은 보이지 않았다.

청계천은 별도의 입장료나 긴 이동 없이도 더위를 피할 수 있는 도심 속 피서지다. 가족에게는 아이와 함께 찾을 수 있는 물놀이장이 되고, 직장인과 관광객에게는 걷다가 잠시 발을 담그고 쉬어가는 휴식처가 된다.

이런 공간이 계속 유지되려면 행정기관의 관리만으로는 부족하다. 시설을 깨끗하게 관리하고 안전요원을 배치하는 일은 서울시의 몫이지만, 다른 사람을 배려하며 이용수칙을 지키는 것은 시민들의 몫이다.

최근 벌어진 일부 이용객의 행동이 청계천 전체의 모습일 수는 없다. 이날 풍경 소리 아래에서 웃으며 물놀이를 즐긴 아이들과 조용히 발을 담그고 쉬어간 시민들이 청계천의 평범한 일상에 더 가까웠다.

바람이 다시 불자 차양막 사이에서 풍경이 울렸다. 그 아래에서는 아이들이 물을 튀기며 웃었다. 시민들의 협조와 노력이 이어져 청계천이 논란의 현장이 아닌, 누구나 안심하고 찾을 수 있는 여름 피서지로 오래 남기를 희망한다.

sh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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