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도 출근!' 강시우와 함께 시작한 40대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배우 서인국은 데뷔한 지 어느덧 17년이 됐다. 가수로 시작해 배우라는 타이틀을 얻기까지 긴 시간을 지나왔지만, 그는 여전히 "배웠다" "성장했다"는 말을 반복했다. tvN '내일도 출근!' 역시 마찬가지다. '멋있는 캐릭터'보다 '성장하는 사람'에 초점을 두고 작품을 선택한 그는 이번에도 자신의 필모그래피와 맞닿아 있으면서도 또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
서인국은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tvN 월화드라마 '내일도 출근!'(극본 김경민, 연출 조은솔) 종영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극 중 새움전자 DA사업부 책임이자 원칙과 효율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강시우 역할을 맡은 그는 작품과 캐릭터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은 일상적 권태기에 시달리던 7년 차 직장인 차지윤(박지현 분)이 까칠한 직장 상사 강시우(서인국 분)와 함께 서로의 대체 불가능한 최선이 돼 일도 사랑도 다시 설렘기 시작하는 오피스 로맨스 드라마다. 지난달 29일 12부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서인국은 "작품을 좋아해주고 사랑해준 시청자분들에게 너무 감사하다"며 "원작자분들과 스태프, 배우들과 좋은 시간을 함께할 수 있어서 고맙고, 강시우라는 캐릭터를 만나 개인적으로도 배우게 된 부분이 많았다. 40대에 접어든 내게 많은 도움과 배움이 된 작품"이라고 종영 소감을 밝혔다.
극 중 서인국이 연기한 강시우는 흔히 떠올리는 로맨스 남자 주인공과는 조금 다르다. 능력 있고 원칙이 분명한 인물이지만, 감정을 표현하는 데는 서툴다. 일에서는 누구보다 냉철하지만 사랑 앞에서는 자신의 상처와 마주하며 조금씩 변해간다. 서인국은 완벽해 보이는 겉모습보다 그 안에 숨겨진 결핍과 성장 과정에 집중하며 강시우를 완성했다.
그가 강시우를 통해 가장 크게 느낀 부분은 스스로를 다듬는 태도였다. 강시우는 자신의 목표가 분명하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관리하는 인물이다. 서인국은 그런 강시우의 모습이 자신에게도 자극이 됐다고 설명했다.
서인국은 "강시우는 저보다 이해력이 많은 친구인 것 같다"며 "자기 자신을 잘 다듬을 줄 아는 친구다. 삶의 루틴을 봐도 목적이나 목표치가 굉장히 뚜렷하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의 일뿐만 아니라 회사 시스템까지 중요하게 생각하고, 그 시스템이 바뀌지 않는다면 이 자리에 있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는 부분에서 강단이 있는 친구라고 느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서인국은 강시우를 마냥 이상적인 인물로 바라보지는 않았다.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주변 사람들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현실적인 인물이라고 해석했다. 일부러 차갑게 행동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방식대로 최선을 다하다 보니 오해가 생기는 사람이라는 점이 중요했다.
때문에 강시우를 표현하는 데 있어 가장 고민한 지점은 '무뚝뚝함'과 '차가움'의 경계였다. 감정을 절제하는 인물이지만, 그것이 타인을 향한 무관심으로 보이면 안 됐기 때문이다. 서인국은 "강시우는 문제가 생기면 해결하고, 문제가 끝나면 다음 문제를 찾는 사람"이라며 "본인은 목표치를 향해 달려가는 과정인데 그 과정에서 사람들이 상처를 받을 수 있다. 일부러 상처를 주려고 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무뚝뚝함과 차가움, 신경질적으로 보일 수 있는 부분 사이에서 많이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강시우라는 인물의 핵심은 차지윤(박지현 분)을 만나면서 변화하는 과정이다. 처음에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것을 배려라고 생각했던 인물이지만, 차지윤과의 관계를 통해 자신이 믿었던 방식이 모두 상대를 위한 것은 아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서인국은 강시우의 변화를 '방어기제의 변화'라고 봤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낸 태도가 결국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막고 있었다는 점을 깨닫고, 사랑을 위해 스스로 달라지려는 사람이 된다는 것이다. 그는 "강시우는 본인이 사람들을 떠나보내는 걸 배려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며 "그런데 차지윤을 만나면서 더 이상 그게 배려가 아니라는 걸 느끼고, 내가 바뀌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기다리고 노력하는 모습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원작 웹툰을 드라마화한 작품인 만큼 서인국은 캐릭터를 해석하는 과정에서도 신중했다. 그는 원작 팬들의 마음을 이해하면서도 드라마만의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봤다. 서인국은 "웹툰에서 허용할 수 있는 범위와 드라마에서 할 수 있는 범위는 분명히 다르다"며 "원작에 대한 팬심이 있다 보니 드라마에서 표현되지 않는 부분을 아쉬워하는 순간도 있었다. 그래서 원작이 있는 작품은 초반 캐릭터를 참고하고, 대본을 보기 시작하면 드라마 속 인물에 집중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서인국 원작과 드라마를 '평행우주'에 비유했다. 같은 인물이 같은 상황을 마주하더라도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다른 이야기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원작 팬분들께서도 항상 드라마를 볼 때면 '평행우주'라고 생각해주셨으면 해요. 원작 속 차지윤과 강시우의 우주가 있다면, 저희가 만든 드라마 속 차지윤과 강시우의 우주가 있는 것처럼요. 같은 상황에서 조금 다른 선택으로 만들어지는 스토리라고 생각하고 편하게 봐주셨으면 해요."
강시우를 완성하기 위한 준비는 외적인 부분에서도 이어졌다. 감정 변화가 크지 않은 캐릭터인 만큼 작은 디테일이 인물의 분위기를 결정한다고 판단했다. 서인국은 수트 스타일링부터 자세까지 강시우의 성향을 보여주는 요소로 활용했다.
또한 서인국이 신경 쓴 부분은 자세였다. 서인국은 "사람의 텐션이나 여유로워 보이는 모습 등은 각기 다르다고 생각한다"고 짚었다. 이에 체중 감량보다는 인물이 가진 태도를 몸으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 그는 평소 가지고 있던 거북목 습관까지 의식하며 강시우 특유의 꼿꼿함으로 여유를 표현하려 했다.

강시우에게 주어진 또 하나의 설정은 이혼이라는 과거였다.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는 로맨스 주인공으로는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설정이지만, 서인국은 오히려 현실적인 사랑을 보여주는 장치라고 생각했다. 강시우와 차지윤 모두 이전 사랑에서 상처를 경험한 인물이고, 중요한 것은 누가 더 좋은 사람이냐가 아니라 각자의 아픔을 가진 사람들이 다시 시작하는 과정이라는 설명이다.
서인국은 "강시우가 이혼남이고 차지윤도 동거했던 남자친구에게 상처를 받은 설정이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두 사람이 같은 출발선에서 시작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지금 나이대에서 보여주고 싶은 건 사회생활을 하고 각자 사랑을 해봤고, 그 사랑의 아픔을 가진 사람들이 새로운 시작점을 찾는다는 부분이었다"고 밝혔다.
어느 덧 데뷔 후 17년이라는 시간을 보낸 서인국이다. 가수로 데뷔해 연기자로 영역을 넓힌 뒤에도 그는 한 번도 같은 자리에 머물지 않았다. 풋풋한 청춘부터 묵직한 감정 연기, 장르물까지 다양한 얼굴을 거쳐온 서인국이 지금까지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으로 꼽은 것은 결국 '성장'이었다.
서인국은 "제가 대본을 볼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캐릭터의 성장 배경인 것 같다"며 "그 캐릭터가 어떤 서사를 가지고 있고, 어떤 결점을 가진 사람이 다른 사람을 만나 어떻게 서로 채워주고 치유하면서 엔딩을 맞이하는지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성장'이라는 키워드는 서인국이 걸어온 필모그래피와도 맞닿아 있다. 그는 20대에는 풋풋하고 에너지 넘치는 캐릭터를, 30대에는 감정을 절제하고 내면을 들여다보는 인물을 주로 만났다. 그리고 40대에 접어든 지금은 이전보다 조금 더 여유와 연륜을 가진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선택하게 됐다고 했다.
서인국은 "'응답하라 1997'이나 '고교처세왕' 때는 파이팅 넘치는 캐릭터였다. 그때는 에너지를 많이 쓰는 역할이었다"며 "이후 '일억개의 별', '멸망' 같은 작품에서는 조금 더 갈무리되고 차분한 캐릭터를 만났다"고 돌아봤다.
서인국이 로맨스 작품에서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 역시 결국 '성장하는 인물'이라는 공통점에서 찾을 수 있다. 윤윤제부터 루이, 강시우까지 그의 캐릭터들은 누군가를 만나 이전과 다른 사람이 돼가는 과정을 보여줬다.
"많은 분들이 제가 성장해온 모습을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윤윤제도 성시원을 만나면서 소년에서 남자가 됐고, '쇼핑왕 루이'도 마찬가지였죠. 그런 부분이 인간 서인국이 가진 키워드와도 잘 맞았기 때문에 시청자들에게 더 와닿지 않았나 싶어요."
서인국의 말처럼 17년 동안 그가 걸어온 길 또한 결국 변화와 성장의 연속이었다. 그는 앞으로도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고 싶다는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특히 언젠가는 장르물 속 강렬한 악역에도 도전하고 싶다고 했다.
서인국은 "항상 마음속에는 악역에 대한 욕심이 있다"며 "장르물 악역은 10년 정도 된 꿈이다. '늑대사냥' 이후에도 그런 갈망은 계속 있다"고 밝혀 웃음을 자아냈다.
"저는 앞으로 크게 달라질 건 없을 것 같아요. 제가 계속 사랑하는 일을 하고, 많은 분들이 제 작품과 음악을 좋아해주시는 것 자체가 가장 큰 원동력입니다. 저를 좋아해주시고 기다려주시는 분들이 있기 때문에 작품도 하고 음악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해외 팬미팅을 가고 무대에 설 수 있는 것도 결국 저를 찾아주시는 분들이 계시기 때문이니까요. 항상 감사한 마음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기다려주시는 분들에게 좋은 작품으로 보답할 수 있도록, 지금처럼 꾸준히 노력하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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