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하고 싶었던 현장…오래 기억될 '김부장'"

[더팩트ㅣ최수빈 기자] 이승영 감독에게 '김부장'은 단순한 흥행작이 아니었다. 배우와 스태프가 '출근하고 싶은 현장'이라고 입을 모을 만큼 행복한 과정을 함께 만들었고 그 진심은 SBS 역대 금토드라마 시청률 2위라는 값진 결실로 이어졌다. 그렇기에 '김부장'은 단순한 성공작이 아닌 과정과 결과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뜻깊은 선물로 남았다.
이승영 감독이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SBS 금토드라마 '김부장'(극본 남대중, 연출 이승영) 종영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연출을 맡은 그는 이날 작품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김부장'은 평범한 아빠가 하나뿐인 딸을 되찾기 위해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남자가 돼 싸우는 아빠 유니버스 복수 액션 드라마다. 총 10부작으로 지난달 25일 종영했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은 첫 회 시청률 9.5%(닐슨코리아, 전국 유료 가구 기준)로 출발해 4회 만에 20%를 돌파했고 23%를 기록하며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이는 올해 방송된 미니시리즈 최고 기록이자 SBS 역대 금토드라마 가운데 '펜트하우스2'(29.2%)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김부장'은 배우 소지섭 최대훈 윤경호의 열연은 물론 원작 웹툰의 매력을 현실감 있게 살려낸 연출, 웃음과 액션 그리고 감동을 절묘하게 버무린 완급 조절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연출을 맡은 이승영 감독이 있었다.
"예상을 전혀 할 수가 없는 성적이라서 처음에는 조금 어리둥절했어요. 많은 스태프와 배우들이 서로 축하 문자를 주고받는 모습을 보면서 '김부장'을 위해 함께 고생했던 분들과 기쁨을 나눌 수 있어서 흐뭇했어요."
특히 '김부장'은 넷플릭스 3주 연속 글로벌 차트 1위에 오르는 등 해외 시청자들의 호평까지 이끌어냈다. 방송과 OTT에서 동시에 흥행을 거두는 일이 쉽지 않은 만큼 이 감독에게도 더욱 뜻깊은 결과였다. 그는 "'김부장'이 참 기특한 결과를 내고 있는 것 같아서 정말 감사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성공의 밑바탕에는 원작을 향한 존중이 있었다. 원작 웹툰이 워낙 탄탄한 팬층을 자랑하는 만큼 '김부장' 실사화가 결정됐을 때부터 팬들의 기대와 우려가 공존했다. 그렇기에 이 감독은 원작의 매력을 살리면서도 드라마만의 재미를 더하기 위해 노력했다.
"저 역시 좋아하는 소설이 다른 형태로 만들어지면 서운한 마음이 있어요. 그래서 원작이 가진 장점을 최대한 살리되 드라마가 가져야 할 매력은 또 따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죠."
그렇다고 원작을 그대로 옮기는 데만 집중하지는 않았다. 이 감독은 "웹툰을 본 분들도 새로운 재미를 느끼고 처음 접하는 분들도 드라마 자체로 충분히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아쉬움은 있을 수 있겠지만 겸손한 마음으로 그 방향성을 놓치지 않으려 했다"고 강조했다.
"결국 이 작품은 아빠가 딸을 찾는 이야기잖아요. 그래서 대본 작업부터 캐스팅까지 시청자분들이 자연스럽게 연민을 느낄 수 있는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집중했어요. 또 김부장을 돕는 친구들 역시 단순히 딸을 찾는 아빠의 마음을 넘어서는 캐릭터의 깊이를 보여주고자 했어요."
그렇게 원작이 가진 매력을 최대한 극대화하려 했지만 이 감독은 또 다른 숙제를 마주했다. 웹툰 특유의 과장된 액션과 유쾌한 코미디를 현실적인 드라마로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일이었다. 이 감독은 "진지함과 코미디가 공존할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는데 개연성을 획득해 낸 건 배우들이었다"고 공을 돌렸다.
"대본 자체에 대중적인 재미가 잘 녹아 있었어요. 그런데 배우들이 캐릭터를 만나면서 그 재미가 훨씬 살아났죠. 진중해야 하는 장면은 더 묵직해졌고 코미디는 훨씬 재밌어졌어요. 배우들이 신들린 것처럼 캐릭터에 영혼을 불어넣더라고요. 배우들이 잘 살려준 덕분이죠."
그중에서도 가장 놀라웠던 배우는 단연 주인공 김부장을 연기한 소지섭이었다. 이 감독은 "액션 장면의 스케일이 워낙 크다 보니 매일 두려움이 있었다"며 "현장에서 배우들하고 얘기하며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신기했다"고 떠올렸다.

"대본을 보면서 막연하게 장면을 상상하잖아요. 그런데 실제 촬영을 하면서 모니터를 보는데 '내가 알던 소지섭이 맞나' 싶을 정도였어요. 영웅 같은 캐릭터인데도 눈빛에 복합적인 감정이 담겨 있는 걸 보면서 굉장히 멋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또 절제된 움직임 안에서도 멋이 살아 있었어요. 개인적으로 이번 작품을 통해 소지섭을 재발견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배우들을 향한 그의 신뢰는 촬영 방식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실제로 소지섭 최대훈 윤경호를 비롯해 신인 배우인 유지안 서수민까지 애드리브를 많이 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오히려 이야기가 더욱 풍성해진 것 같다는 반응도 있었다.
이 감독은 "연출자보다 배우가 자기 캐릭터를 10배는 더 잘 안다고 생각한다"며 "이야기가 전체적으로 어디를 향해 가는지를 잡아주는 게 연출의 몫이라면 캐릭터를 깊이 있게 연구하는 사람이 배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애드리브가 많았다기보다 배우들이 대본에 생명력을 불어넣을 거라고 생각해요. 대본과 상관없거나 유희만을 위한 애드리브를 하는 배우들은 아니었거든요. 모두 대본이 가려는 방향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었고 경우의 수를 항상 고민하는 배우들이라서 저도 믿을 수 있었죠."
그러나 '김부장'은 이 감독에게도 새로운 도전이었다. 그동안 주로 장르물을 연출해 왔지만 액션과 코미디를 본격적으로 결합한 작품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감독은 그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더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배우와 스태프 모두 만족하는 현장을 만들 수 있었다.
"촬영이 끝난 후 쫑파티에서 많은 분들이 '출근하고 싶은 현장이 없어지는 게 아쉽다'고 했어요. 힘들긴 했지만 되게 아름답고 즐거웠다고 얘기를 해주는 거예요. 그 얘기를 듣는데 너무 좋았죠. 과정도 좋았는데 분에 넘칠 만큼 좋은 결과도 받아서 즐거움이 배가 된 것 같아요. 근데 스태프와 배우들이 모두 다 겸허하게 그 결과를 받아들였어요. 그 모습을 보며 참 성숙하다고 느꼈어요. 20년 가까이 일을 해왔지만 이런 경우가 많지 않은 걸 잘 알고 있는 만큼 '김부장'은 오래 기억되지 않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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