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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주 한파에 경영진들 자사주 매입…실적이 근본 과제
FDA 허가 불발·임상 실패에 투자심리 위축 대응
"기업가치 자신감" 신호 보내지만…"결국 임상·기술수출 중요"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 뉴시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 뉴시스

[더팩트ㅣ조성은 기자] 최근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최고경영자(CEO)와 오너 경영진이 잇따라 회사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불발과 임상 실패 등으로 바이오주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되자, 경영진이 직접 책임경영 의지를 드러내며 기업가치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는 행보다. 다만 업계에서는 자사주 매입보다는 결국 임상 성과와 기술 수출, 실적 개선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5일 업계에 따르면 김용주 리가켐바이오 회장은 지난달 31일 약 15억원 규모의 회사 주식을 사들였다. 리가켐바이오 주가는 지난 3월 21만원을 돌파하며 52주 최고가를 기록했으나 이후 하락세로 돌아서 지난달 30일 7만원대까지 밀리며 52주 최저가를 찍었다. 회사 차원의 악재는 없었으나 바이오 섹터 전반의 투자심리 악화와 함께 시장의 기대를 뛰어넘는 호재가 나오지 않으면서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진 탓이다.

리가켐바이오 관계자는 "창업자의 이번 매수는 최근 매크로 환경 급변에 따른 주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회사가 축적해온 플랫폼 경쟁력과 파이프라인의 중장기 가치에 대한 확신을 담은 책임경영 차원의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바이오 기업의 경영진들이 회사 주식을 매입하고 있다. 지난달에만 15곳 이상으로, 월별 기준 최대 규모다. 리가켐바이오를 비롯해 셀리드, 메지온, 지아이이노베이션, DXVX, 툴젠, 펩트론, 알지노믹스 등이 이 대열에 합류했다. 휴메딕스와 휴엠앤씨 등은 법인 차원에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주 취득 결정을 발표했다.

이같은 움직임은 업계에 악재가 겹치며 침체기를 겪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KRX헬스케어지수도 한때 연초 대비 40% 가까이 떨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제약바이오 산업은 단기간에 성과가 나오지 않는데다 성공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에 실적이 아닌 미래 가치를 기준으로 한 주식의 변동성이 상당히 큰 편"이라며 "그런 과정 속에서 일부 기업의 신뢰성을 해치는 공시 행태, 임상실패와 FDA 승인 불발 등의 악재와 더불어 반도체 쪽으로의 자금 쏠림 현상 등이 겹치며 제약바이오주가 주식시장에서 외면 당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경영진이 직접 나서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은 책임경영 의지와 자신감을 드러내는 것으로 단기적으로 긍정적인 신호를 줄 수 있을 것"이라며 "핵심 파이프라인 가치 등 펀더멘탈이 튼튼한 기업은 향후 정상화 과정에서 높은 주가 회복 탄력성을 보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골관절염 치료제 'TG-C'(옛 인보사)의 미국 임상 3상에 실패한 코오롱티슈진도 경영진이 나섰다. 이규호 코오롱그룹 부회장은 지난달 27일 코오롱티슈진 주식 약 2억원 어치를 매수했으며 전승호 공동대표 등 임원진도 이에 동참했다. 코오롱티슈진 관계자는 "경영진이 TG-C의 지속적인 개발 의지를 외부로 드러내기 위해 자사주 매입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진양곤 HLB그룹 의장도 지난달 HLB테라퓨틱스, HLB제넥스, HLB파나진 등의 계열사 주식을 약 2억원어치 매입했다. HLB는 최근 간암 신약 '리보세라닙'과 중국 항서제약의 '캄렐리주맙' 병용요법의 FDA 허가가 세 번째로 불발됐다. HLB 관계자는 "간암 신약뿐만 아니라 계열사에도 좋은 파이프라인이 많은데 상대적으로 시장의 관심이 덜하고 저평가됐다는 판단 하에 이뤄진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경영진의 주식 매수 소식이 전해진 이후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며 KRX 헬스케어 지수가 반등하는 등 단기적인 시장 안착 효과는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자사주 매입만으로 지속적인 주가 상승을 이끌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결국엔 데이터로 이야기해야 하기 때문에 경영진이 자사주를 매입한다고 해서 당장 주가에 크게 반영되는 부분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상임부회장은 "경영진의 주식 매입은 주주 소통과 시장 안정을 위한 책임경영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면서도 "결국 주가의 근본적인 회복을 위해서는 임상 데이터, 허가 절차, 기술수출 등 사업적 성과를 꾸준히 보여주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p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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