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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년 세월 품은 선암사 측간, 국가민속문화유산 된다
자연과 수행이 어우러진 한국 사찰 해우소 원형

순천시 선암사 측간(廁間)이 국가민속문화유산으로 지정될 전망이다. 선암사 해우소 모습. /순천시
순천시 선암사 측간(廁間)이 국가민속문화유산으로 지정될 전망이다. 선암사 해우소 모습. /순천시

[더팩트 l 순천=김영신 기자] 500년의 시간을 견뎌온 전남광주 순천시 선암사 측간(廁間)이 국가민속문화유산으로 지정될 전망이다.

현대식 화장실로 대부분 대체된 사찰의 해우소 가운데 옛 모습을 온전히 간직한 사례로, 한국 불교문화와 생활 건축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순천시는 선암사 측간이 국가민속문화유산 지정 예고 대상에 올랐다고 5일 밝혔다. 지정 예고 기간은 30일로, 각계 의견 수렴을 거쳐 오는 9월 국가유산위원회 심의를 통해 최종 지정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선암사 측간은 사찰에서 사용하던 전통 화장실로, 청측(圊廁)·정랑(淨廊)·대변소(大便所)·뒤깐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려왔다. 흔히 사용하는 '해우소(解憂所)'라는 명칭은 근대 이후 널리 퍼진 표현으로, 사찰 화장실을 단순한 생활 공간이 아닌 수행 과정에서 번뇌를 내려놓는 공간으로 바라보는 불교적 의미를 담고 있다.

선암사 측간의 정확한 창건 시기는 확인되지 않지만 선암사 일주문 중수 기록인 '조계문중창상량문'에 따르면 1540년 '청측'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건립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1597년 정유재란 당시 사찰 대부분의 건물이 소실됐음에도 일주문과 함께 남아 있었으며, 일제강점기인 1928년 해체 보수를 거쳐 현재의 모습을 갖췄다. 1996년에는 다시 한 차례 수리가 이뤄졌다.

건축적으로도 선암사 측간은 독특한 가치를 지닌다. 정(丁)자형 평면 구조에 앞면 6칸, 옆면 4칸 규모로 조성됐으며, 자연 지형의 높낮이를 활용해 앞쪽은 단층, 뒤쪽은 중층 누각 형태를 이룬다. 문 없이 가슴 높이의 칸막이를 둔 개방형 구조는 사찰 건축 특유의 자연 친화적 설계를 보여준다.

특히 사용 공간을 지면보다 높게 배치해 악취를 줄이고, 앞뒤에 살창을 설치해 자연 환기가 가능하도록 한 점은 당시 생활의 지혜가 반영된 부분이다. 단순한 위생 시설을 넘어 자연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전통 건축 기술의 사례로 평가받는 이유다.

이수근 건축가는 선암사 측간을 두고 "한국에서 가장 멋진 화장실"이라고 평가했으며, 순천 출신 정채봉 동화작가 역시 "대한민국 제일의 뒷간"이라고 표현하며 그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

문화유산 전문가들은 선암사 측간이 사찰의 수행 문화와 조선시대 생활 건축의 모습을 함께 보여주는 드문 유산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화려한 전각이나 불상 중심의 문화유산과 달리, 일상의 공간을 통해 선조들의 삶과 철학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순천시 관계자는 "선암사 측간은 전통 사찰 해우소 가운데 가장 큰 규모를 지닌 건축물로, 삶의 번뇌를 내려놓고 마음의 위안을 얻는 공간이라는 상징성을 지니고 있다"며 "지역 문화유산의 가치를 널리 알리고 체계적으로 보존·활용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bbb250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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