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저가·경기 비규제지역은 수요 유입 가능성

[더팩트 | 공미나 기자] 정부가 종합부동산세 개편으로 고가주택과 비거주 1주택자의 세 부담은 높이는 한편 다주택자에게는 한시적인 매도 퇴로를 열었다. 고가주택이 밀집한 강남권은 매도 압력과 거래 위축이 커지는 반면, 서울 중저가 지역과 경기 비규제지역은 늘어난 매물을 대기수요가 흡수하는 등 지역별 온도 차가 확대될 전망이다.
재정경제부가 지난 3일 발표한 '2026년 세제개편안'에 따르면 내년부터 주택분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은 1세대 1주택자의 경우 공시가격 14억원 초과, 그 외에는 9억원 초과로 조정된다. 정부가 제시한 시가 기준으로는 각각 약 20억원과 13억원이다.
종부세율도 주택 수보다 가액을 중심으로 개편한다. 과세표준 6억원 초과~12억원 이하 세율은 현행 1.0%에서 내년 1.3%로 오른다. 12억원 초과~25억원 이하 2주택 이하 세율은 현행 1.3%에서 내년 1.5%, 2028년 2.0%로 높아진다. 2028년부터는 주택 수와 관계없이 과세표준 25억~50억원에 3%, 50억~94억원에 4%, 94억원 초과에 5%가 적용된다.
장기보유특별공제도 보유보다 거주 중심으로 바뀐다. 고가 1주택자는 종부세 부담이 커지는 동시에 장기간 보유만으로 받았던 양도세 공제 혜택도 단계적으로 줄어든다. 특히 실제 거주하지 않고 임대를 놓은 1주택자는 종부세와 양도세 양쪽에서 실거주자보다 불리해진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개편의 주요 대상은 다주택자와 비거주 1주택자, 고가주택"이라며 "그동안 다주택자를 대상으로 했던 '버티지 못하면 팔아라'는 정책 기조가 더 넓게 적용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 강남권 매도 압력…"절세 가능 '덜 똘똘한 한 채'로 수요 몰릴 것"
세 부담 강화의 영향은 강남권 등 고가주택 시장에서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보유 비용이 늘고 양도 단계의 공제 혜택까지 축소되면서 고령 1주택자와 양도차익이 큰 장기 보유자, 비거주 고가주택 보유자를 중심으로 매도가 늘어날 수 있어서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고령 1주택자의 보유세 부담도 커질 예정이어서 일정 수준의 매도 움직임은 불가피하다"며 "보유비용은 늘어난 반면 장기거주소득공제 한도가 생기면서 고가주택을 장기간 보유할 유인이 줄고 갈아타기 주기가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매물이 늘더라도 가격이 급격히 하락하기보다는 거래가 위축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고자산가는 늘어난 세금을 감당하면서 보유를 이어갈 수 있고, 장기 실거주자는 익숙한 생활권을 떠날 유인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이 연구위원은 "오랫동안 해당 주택에 거주한 실수요자는 세 부담이 늘더라도 전혀 새로운 지역이나 하급지로 옮길 이유가 적다"며 "일부 매물이 나오더라도 전체적으로는 거래와 매물이 함께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초고가주택을 피한 수요가 한 단계 낮은 가격대로 이동할 가능성도 있다. 남 연구원은 "세율이 높아지는 과세표준 6억원 초과 구간에 심리적 저항선이 생길 수 있다"며 "과세표준 6억원 이하에 해당하는 강남 3구 일부와 서울 한강벨트, 경기 남부 인기지역이 새로운 '절세형 똘똘한 한 채'로 인식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다주택자 2027년 매도 유인…중저가 지역은 대기수요
다주택자에게는 보유 부담을 높이는 대신 양도세 중과를 한시적으로 낮춰 매도 기회를 준다. 현재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는 기본세율에 20%포인트, 3주택 이상은 30%포인트를 더하지만 2027년에는 각각 5%포인트와 10%포인트만 가산한다. 2028년에는 각각 10%포인트와 15%포인트로 오른 뒤 이후 현행 수준으로 복귀한다. 보유기간 2년 이상 주택이 대상이다.
남 연구원은 "다주택자 중과 완화와 기존 장기보유특별공제 적용 등 매도에 유리한 조건이 2027년에 집중돼 있다"며 "본격적인 세제 강화 전 매물이 늘어나는 마지막 골든타임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다주택자 매물이 늘더라도 지역에 따라 가격 영향은 다르게 나타날 전망이다. 강남권 초고가주택은 세 부담과 매수심리 위축이 겹치며 조정 압력이 커질 수 있다. 반면 서울 중저가 지역과 경기 비규제지역은 가격과 대출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양호하고 실수요 대기수요도 많아 출회된 매물이 빠르게 소화될 가능성이 있다.
이 연구위원은 "초고가주택보다 낮은 가격대에서는 대기수요가 매물을 흡수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 경우 해당 가격대의 집값이 오르고 전세난이 심화하는 등 고가주택 시장과 상반된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비거주 1주택자의 실거주 전환도 임대차 시장의 변수다. 남 연구원은 "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비거주 보유자가 직접 입주하면 기존 임차 매물이 줄고 밀려난 임차 수요가 시장에 유입될 수 있다"며 "매매시장에서는 손바뀜이 늘어도 전월세 시장에서는 매물 감소와 월세화가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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