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구조 취약에도…자산·보험 라이선스 희소성 부각

[더팩트 | 김태환 기자] 한국산업은행이 7번째 KDB생명 매각에 나선 가운데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생명보험업계 '빅3'까지 인수전에 관심을 보이면서 시장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KDB생명은 장기간 수익성과 자본건전성 문제를 겪으며 보험업계의 대표적인 '애물단지'로 꼽혀 왔지만, 16조원대 자산을 갖춘 생보사 매물의 희소성과 산업은행의 사전 자본확충 가능성이 맞물리면서 다시 전략적 매물로 부상했다는 평가다.
3일 금융권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KDB생명 매각 주관사인 삼일회계법인은 오는 7일 본입찰을 실시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경영진 설명회와 인수 후보들의 실사가 대부분 마무리된 가운데 본입찰을 거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6월 마감된 예비입찰에는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대형 생보 3사를 비롯해 흥국생명과 한국투자금융지주 등 모두 5곳이 참여했다. 당초 시장에서는 보험 계열사가 없는 한국투자금융지주와 외형 확대가 필요한 흥국생명을 유력 후보로 봤지만, 생보업계 상위 3개사가 동시에 인수의향서를 제출하면서 예상보다 경쟁 구도가 확대됐다.
KDB생명은 2010년 산업은행이 주도한 사모펀드가 금호아시아나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옛 금호생명을 인수한 이후 장기간 새 주인을 찾지 못했다. 산업은행은 2014년부터 매각을 추진했지만 가격과 추가 자본 투입 부담 등의 문제로 6차례 모두 거래가 무산됐다. 2023년에는 하나금융지주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실사 이후 인수를 포기했다. 산업은행이 KDB생명에 투입한 자금은 지난해 말 유상증자를 포함해 2조원을 넘어선다.
재무구조도 여전히 취약하다. KDB생명은 2025년 1119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고, 미래에 인식할 보험계약 이익을 나타내는 보험계약마진(CSM)도 7213억원으로 전년보다 1305억원 감소했다. 산업은행이 지난해 말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하면서 완전자본잠식에서 벗어나고 지급여력비율도 개선됐지만, 경과조치를 제외한 실질적인 자본 여력은 여전히 취약하다.
올해 1분기 말 KDB생명의 경과조치 적용 후 지급여력비율(K-ICS)은 186.1%로 금융당국 권고 수준을 웃돌았다. 그러나 경과조치 미적용 기준으로는 74.5%에 그쳤고, 같은 기준 기본자본 K-ICS 비율은 -25.2%를 기록했다. 손실을 우선 흡수할 수 있는 기본자본이 마이너스라는 점에서 표면적인 지급여력비율과 실질 자본 체력 사이에 상당한 괴리가 있다는 평가다.
그럼에도 대형 생보사와 금융그룹이 KDB생명을 들여다보는 가장 큰 이유는 16조원대 자산과 기존 계약 기반을 갖춘 생명보험사 경영권 매물이 흔치 않기 때문이다. KDB생명의 올해 1분기 말 총자산은 16조5576억원이다. 기존 생보사는 KDB생명 인수를 통해 보험계약과 고객 기반, 영업조직, 장기 운용자산을 한꺼번에 확보할 수 있다. 보험 계열사가 없는 금융그룹에는 생명보험업 진출 기반까지 마련할 수 있는 매물이다.
저출생과 인구구조 변화, 보험 가입률 포화로 생보시장의 유기적인 성장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인수·합병(M&A)은 단기간에 외형을 확대할 수 있는 사실상 몇 안 되는 수단이다. 신규 보험계약을 처음부터 모집하려면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지만, 기존 생보사를 인수하면 장기간 축적된 보험계약과 운용자산을 즉시 확보할 수 있다.
기존 생보사와 결합할 경우 규모의 경제도 기대할 수 있다. 전산과 계약관리, 상품개발, 자산운용, 관리조직 등 중복 기능을 통합하면 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KDB생명이 독립적으로 운영될 때는 수익성이 떨어지더라도 대형사의 상품·영업·자산운용 체계에 편입되면 사업비를 낮추고 기존 계약의 수익성을 높일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다.
후보별 셈법은 다르다. 삼성생명은 자산 규모가 300조원을 넘는 업계 1위 회사여서 단순 외형 확대의 필요성은 크지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다만 가격과 자본지원 조건이 충분히 유리하다면 연금·보장성보험 계약과 장기 운용자산을 확보할 수 있다. 시장에서는 경쟁사가 KDB생명을 인수해 외형을 확대하는 것을 견제하는 전략적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생명이 인수 검토를 위한 별도 태스크포스를 꾸린 것으로 전해지면서 단순한 시장 조사 이상의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에는 업계 2위 경쟁이 변수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교보생명의 총자산은 약 128조원, 한화생명은 약 124조원으로 격차가 크지 않다. 어느 한쪽이 자산 16조원대인 KDB생명을 인수하면 단순 합산 기준 자산 순위 경쟁에서 확실한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다만 양사 모두 기존 생명보험 사업 기반이 충분한 만큼 인수 이후 발생할 추가 자본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본입찰에 참여할지는 미지수다.
흥국생명은 외형 확대 효과가 가장 직접적이다. 올해 1분기 말 흥국생명의 자산은 약 23조3000억원으로 KDB생명을 인수하면 단순 합산 기준 약 40조원 규모의 중형 생보사로 올라설 수 있다. 영업채널과 계약 기반을 보완해 중위권 경쟁력을 빠르게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인수 필요성이 비교적 뚜렷하다는 평가다.
보험 계열사가 없는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생명보험 라이선스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증권과 자산운용, 저축은행, 캐피탈 등을 보유하고 있지만 보험 계열사는 없다. KDB생명을 인수하면 생명보험업 진출 기반과 장기 자금을 확보해 증권·자산운용 중심의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할 수 있다.
산업은행이 인수자의 요청에 따라 매각 전 자본확충을 협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점도 원매자들의 참여를 이끈 요인으로 꼽힌다. 과거 매각에서는 인수대금보다 인수 이후 얼마나 많은 자본을 추가로 투입해야 할지 알기 어렵다는 점이 거래 성사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산업은행이 인수자와 사전 자본확충 방안을 합의하거나 자본 부족 부담을 매각가격에 반영할 경우 원매자의 실질 부담은 줄어든다. 결국 KDB생명의 기업가치가 갑자기 높아졌다기보다 산업은행이 부실 정리 비용을 얼마나 분담하느냐에 따라 ‘인수할 만한 매물’이 될 수 있는 구조다.
다만 예비입찰 흥행이 실제 매각 성사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 인수의향서 제출은 상세 경영정보를 확인하고 매물의 적정 가격을 파악하기 위한 성격도 강하다. 대형 생보사들이 경쟁사의 움직임과 산업은행의 지원 조건을 확인한 뒤 본입찰에서는 발을 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현재 시장에서는 인수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분명한 흥국생명과 한국투자금융지주, 적극적으로 실사를 진행한 삼성생명의 완주 여부가 주요 변수로 거론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KDB생명은 여전히 취약한 자본구조를 가진 매물이지만 동시에 16조원대 자산과 생명보험 라이선스, 기존 계약 기반을 보유한 희소한 매물이기도 하다"면서 "매각의 성패는 결국 산업은행이 매각 전에 자본을 얼마나 추가로 투입할지, 경과조치 축소와 향후 기본자본 규제 강화에 따른 증자 부담을 매도자와 인수자가 어떻게 나눌지가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kimthi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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