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공간 문제로 단계적 확대
단순 봉사 넘어 소득 보장 구조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서울시가 초로기 치매 환자를 단순한 돌봄의 대상에서 벗어나 지역사회 구성원으로 연결하는 '초록기억카페' 확대에 나섰다. 치매 진단 이후에도 카페 운영에 직접 참여하며 사회적 역할을 이어가도록 돕는 방식이다. 다만 예산과 공간 확보 등 현실적인 제약으로 현재는 1년에 한 곳씩 늘려가는 단계다. 서울시는 향후 자치구별 수요를 반영해 사업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궁극적으로는 카페 활동을 지역사회 일자리로 연결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31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24일 성북구 치매안심센터에 네 번째 초록기억카페를 열었다. 강서·도봉·양천구에 이어 동북권에서는 처음이다. 초록기억카페는 치매안심센터에 등록된 초로기 치매 환자가 스마트팜 작물 재배부터 음료 제조·판매까지 카페 운영에 직접 참여하는 사회참여형 프로그램이다.
초로기 치매는 65세 이전에 발병하는 치매를 말한다. 경제활동과 사회적 관계가 활발한 시기에 발병하는 만큼 직장과 경력 단절, 소득 감소, 사회적 관계 축소 등이 동시에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노인성 치매처럼 돌봄과 보호에 초점을 맞춘 정책만으로는 이들의 특수한 어려움을 해결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서울시는 사회참여를 통한 역할 회복에 주목하고 있다.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서울의 65세 미만 초로기 치매 환자는 2024년 기준 1만 605명으로, 서울 전체 치매상병자(15만 7,123명)의 6.7%에 달한다. 자치구별로는 노원구가 689명으로 가장 많았고 송파구(587명), 중랑구(575명), 관악구(555명), 강서구(554명), 성북구(545명)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현재 운영 중인 초록기억카페는 4곳에 불과하다. 서울시는 향후 25개 자치구 전체로 확대한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단기간에 일괄적으로 늘리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예산뿐만 아니라 자치구별로 전용 공간을 확보해야 하는 여건이 필요해 연차별로 1곳씩 늘려가고 있다"며 "자치구별 운영 추세와 수요를 반영해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사업비와 자치구 여건도 확산 속도를 결정하는 주요 요소다. 서울시는 초록기억카페 설치 첫해에는 4000만원의 설치비와 연간 400만원의 운영비를 지원하고, 이후에는 연간 200만원가량의 운영비를 보조한다. 카페 한 곳당 평균 10명의 초로기 치매 환자가 활동하며, 하루 평균 이용자는 약 50명이다. 올해 강서·도봉·양천 3개소에서는 총 27명의 환자가 참여해 누적 314회의 운영 실적을 기록했다.

서울시가 초록기억카페에 집중하는 이유는 임상적·사회적 효과가 확인됐기 때문이다. 강서구 시범사업 사전·사후 평가에 따르면 참여자의 우울 점수는 14.2점에서 10.9점으로 23% 감소했고, 자기효능감은 29.6점에서 31.7점으로 7% 상승했다. 환자 가족의 부양 부담 역시 유의미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초로기 치매 환자의 지속 가능한 사회적 자립 모델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카페 봉사활동' 수준을 넘어설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참여자에게 지급되는 지원금은 교통비 등 실비 보상 수준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서울시도 카페 활동을 노인일자리 사업 등 실제 지역사회 일자리로 확장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단순한 소일거리 발굴을 넘어 초록기억카페에서의 적응 경험이 지속 가능한 사회활동과 소득 보장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든다는 구상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는 초로기 치매 환자 특성에 맞는 지역사회 일자리를 발굴·연계하는 초기 단계"라며 "초록기억카페에서의 활동 경험이 실질적인 일자리로까지 확장될 수 있도록 모델을 다듬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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