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조국 정치적 활로 고려한 움직임 분석

[더팩트ㅣ국회=이태훈·이하린 기자] 더불어민주당 당권 경쟁 결과는 이재명 정부의 국정 동력뿐 아니라 조국혁신당의 미래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칠 거란 게 정치권 시각이다. 혁신당은 겉으론 '다른 당 전대는 신경 쓰지 않는다'는 입장이나, 민주당 유력 당권 주자 중 가장 친(親)혁신당 후보라는 평가를 받는 정청래 후보를 측면 지원하는 모양새다. 민주당 친이재명(친명)계는 '노골적 지원사격'이라며 불편한 기색이다.
혁신당 관계자는 28일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혁신당도 혁신당대로 전대를 잘 치렀 듯, 민주당도 민주당의 전대를 잘 치렀으면 좋겠다"며 "민주당이 혁신당을 이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유력 당권 주자들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전대 구도 형성을 목적으로 혁신당을 이용하고 있다면서 불쾌감을 내비친 것이다.
혁신당은 민주당 전대와 관련해 '거리'를 자처하고 있지만, 사실상 정청래 후보를 간접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는 게 친명계 시각이다. 현재 민주당 당권 경쟁은 송영길·정청래·김민석(기호순) 후보의 3파전으로 치러지고 있는데, 유일하게 비이재명(비명)계 당권 주자로 분류되는 정 후보는 이들 중 가장 친혁신당 후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정 후보는 여타 주자들보다 혁신당과의 향후 연대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해 왔다. 정 후보는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가장 먼저 수면 위로 끌어올린 인물로, 전날(27일)에는 유튜브 방송 '매불쇼'에 출연해 "당 밖으로는 조국혁신당과는 빨리 합당해야 한다" "다음 대선에선 범민주·진보 진영이 단일 후보를 내보내야 한다"고 언급하는 등 범진보 진영에서의 혁신당 '역할'을 부각하고 있다.

김민석 후보는 정 후보와 비교해 혁신당에 냉정한 입장을 견지 중이다. 그는 지난 27일 'KBC 광주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전대 후 혁신당과의 합당 방식에 대해 "(혁신당에게는) 미안하지만 흡수합당 외에 무슨 방법이 있느냐"고 했다. 향후 합당 논의가 이뤄질 때 사실상 혁신당 지분을 유의미하게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혁신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김 후보의 '흡수합당 발언'은 사실상 합당하지 않겠다는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차기 대표로 정 후보를 선호하는 혁신당 기류는 이미 표면화됐다는 평가다. 신장식 혁신당 대표는 지난 25일 당대표로 선출된 직후 정부·여당의 검찰개혁 추진 의지와 속도를 문제 삼았다. 그러면서 "국무총리실 산하 검찰개혁추진단은 그동안 무엇을 했는가"라며 김 후보가 국무총리로 재임할 당시 검찰개혁 정부안을 내놓지 않은 점을 비판했다. 이는 김 후보를 향한 정 후보의 비판 논리와 일치한다.
지난 23일 발표된 미디어토마토 여론조사(뉴스토마토 의뢰, 20~21일 전국 성인 남녀 1036명 조사, 무선전화 ARS 방식,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0%포인트, 응답률 1.6%,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선 혁신당 지지층 64.0%가 민주당 차기 대표로 정 후보를 선호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혁신당 지지자로 여론조사에 참여한 숫자가 37명뿐이어서 해석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게 조사 기관 설명이나, 혁신당 내 정 후보 선호도를 어느 정도는 가늠할 수 있다는 게 정치권 평가다.
혁신당의 정 후보 지지 기류는 조국 혁신당 혁신정책연구원장의 정치적 운명과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다. 혁신당은 지난 2024년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킨 뒤 이후 존재감 부각에 한계를 드러내면서 지지율 정체에 빠져 있다. 조 원장도 6·3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평택을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유의동 국민의힘 후보와 김용남 민주당 후보에 밀려 3위로 낙선하면서 정치적 위상이 크게 실추된 상태다.

혁신당으로선 송영길·김민석 후보와 비교해 친혁신당 성향이 뚜렷한 정 후보의 당선을 바라는 것은 자연스럽다는 게 정치권 분석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통화에서 "정 후보가 당권을 쥐게 되면 김 후보보단 합당 등 문제에서 혁신당의 지분을 전향적으로 인정해 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송 후보는 민주당과 혁신당 간 '이중 당적자' 문제를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2026년 6월 기준 당비 납부 당원명부를 양당 지도부가 지정하는 최소한의 인원만 참여한 가운데 상호 대조해 이중당적자를 확인하고 정리하자"며 "서로의 당원이 서로의 당내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일은 두 당 모두를 위해 없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정치권 인사는 통화에서 "송 후보의 '이중 당적자 정리 발언'은 사실상 혁신당 당원들의 민주당 전대 관여 가능성을 지적한 것 아니겠느냐"며 "혁신당의 정 후보 지지 기류를 탐탁지 않아 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당 외부 세력인 혁신당의 정 후보 지지 기류에 친명계는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한 친명계 의원은 <더팩트>와 만나 "민주당 당대표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혁신당 지지자들이 정 후보를 지지한 경우가 상당히 많았다"며 정 후보를 지지하는 기류가 혁신당 전반에 펴져 있다고 바라봤다. 친명계 당권 주자를 지원하는 한 민주당 인사도 통화에서 "(혁신당의 정 후보 지원이) 노골적이다. 사실상 정 후보 선거운동을 해주고 있는 것 아니냐"며 "외부 세력의 지원을 받는 모양새가 썩 좋아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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