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양의무 불이행 해제제한 조항은 5:4 갈려
"부양의무 방기한 자녀 법익 우선 못 해"

[더팩트 | 정예은 기자] 이미 증여한 재산은 상대가 부양의무를 다하지 않거나 증여자의 재산 상태가 악화되더라도 다시 찾아오기 어렵다는 법률 조항은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지난 23일 이미 이행된 증여계약은 해제할 수 없도록 한 민법 제558조를 놓고 재판관 전원일치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다만 부양의무 불이행을 근거로 한 증여계약 해제에 제한을 둔 민법 규정에 대해선 재판관 4명이 위헌 취지의 반대의견을 냈다.
청구인은 지난 2008년 아들에게 토지를 증여하고 소유권 이전 등기까지 마쳤다. 하지만 지난 2023년 아들과 갈등이 생기자 "부양의무를 다하지 않았고 서면 작성 없이 구두로만 이뤄진 증여"라며 소유권 이전 등기 말소 청구 소송을 냈다.
법원은 청구인의 아들이 부양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볼 증거가 충분하지 않고, 증여를 취소할 사정이 발생했다고 해도 민법 558조에 따라 이미 이행된 증여는 해제할 수 없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이 조항이 위헌법률인지 따져달라는 청구인 측 신청도 함께 기각했다.
이에 청구인은 서면 미작성(제555조), 부양의무 불이행(제556조), 재산상태 악화(제557조) 시 증여를 해제할 수 있도록 하면서도 이미 이행된 재산은 예외로 둔 민법 제558조가 재산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는 이미 이전된 재산의 경우 증여자의 일방적인 의사로 법률관계가 불안정해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서면이 작성되지 않았더라도 이미 소유권 이전 등 증여가 됐다면 예외를 인정해 해제를 허용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다. 증여 후 재산 상태가 악화됐다는 이유로 해제권을 인정할 경우 수증자가 예측하지 못한 손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도 짚었다.
핵심 쟁점이었던 부양의무 불이행을 두고는 재판관 5명이 합헌 의견을 냈다. 부양의무를 다하지 않은 수증자를 도덕적으로 비난할 수는 있지만, 법적 영역에 반영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이유다. 헌재는 "부모는 민법상 부양료 청구 소송을 별도로 낼 수 있고, 처음부터 부양을 조건으로 재산을 넘기는 '부담부 증여' 방식을 활용할 수도 있다"며 증여자를 보호할 다른 법적 수단이 있다고 봤다.
김상환·김형두·마은혁·오영준 재판관은 반대의견을 냈다. 독일과 스위스, 일본 등 규범 체계가 유사한 국가는 부양의무 불이행을 이유로 한 증여계약 해제와 재산 반환을 인정한다고 짚으며 부양의무 관련 해제제한조항은 매우 이례적인 입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부모의 부양을 방기한 자녀의 법익을 생계가 힘들어진 부모의 법익보다 우선시하는 것은 우리 사회 법감정이나 윤리관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
ye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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