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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X'로 새 출발한 코빗…박현주 승부처는 법인 시장
4위 거래소의 반전…미래에셋 품에서 재도약
규제 변수에 묶인 경쟁사…코빗은 새판 짠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글로벌전략가(GSO)가 국내 1호 가상자산 거래소 코빗을 '디지털X(Digital X)'로 새롭게 출범시키며 미래에셋 3.0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래에셋은 코빗을 기반으로 법인·기관 중심의 디지털자산 플랫폼 구축에 나설 계획이다. /더팩트DB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글로벌전략가(GSO)가 국내 1호 가상자산 거래소 코빗을 '디지털X(Digital X)'로 새롭게 출범시키며 미래에셋 3.0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래에셋은 코빗을 기반으로 법인·기관 중심의 디지털자산 플랫폼 구축에 나설 계획이다. /더팩트DB

[더팩트ㅣ박지웅 기자]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글로벌전략가(GSO)가 국내 1호 가상자산 거래소 코빗을 '디지털X(Digital X)'로 새롭게 출범시키며 디지털자산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거래량 기준 시장점유율 0.5% 안팎의 4위 거래소에 머물고 있지만, 미래에셋의 자본력과 금융 인프라를 앞세워 개인 거래량 경쟁보다 법인·기관 중심의 디지털자산 플랫폼 구축에 승부를 걸겠다는 전략이다. 업계에서는 경쟁사들이 규제 대응에 집중하는 사이 박 GSO가 추진하는 '미래에셋 3.0' 전략이 향후 법인 디지털자산 시장의 주도권 경쟁에서 새로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박현주의 '디지털X'…미래에셋 3.0 본격 시동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컨설팅은 최근 코빗 지분 97.15%를 확보하며 인수를 마무리했다. 이번 인수는 국내 전통 금융그룹 계열사가 가상자산 거래소 경영권을 확보한 첫 사례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코빗의 시장점유율이 약 0.5%에 불과해 경쟁 제한 우려가 크지 않다고 판단해 기업결합을 승인했다.

현재 국내 원화 가상자산 시장은 업비트와 빗썸의 양강 체제가 굳어져 있다. 지난해 거래량 기준 시장점유율은 업비트가 약 69%, 빗썸이 약 28%, 코인원이 약 2%, 코빗은 약 0.5%, 고팍스는 약 0.1% 수준이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미래에셋이 현재 거래량보다 원화 거래 인프라 확보에 더 큰 의미를 둔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원화 거래소는 은행의 실명확인 입출금계정을 확보해야 영업이 가능하다. 업비트는 케이뱅크, 빗썸은 KB국민은행, 코인원은 카카오뱅크, 코빗은 신한은행과 각각 제휴하고 있다. 신규 사업자가 원화 거래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거래소 설립보다 은행과의 실명계좌 제휴가 더 큰 장벽으로 꼽힌다.

코빗은 미래에셋그룹 편입을 계기로 만성적인 재무 부담도 덜게 됐다. 코빗은 2018년 적자로 전환한 이후 지난해까지 8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거래 부진으로 수수료 수익이 감소하면서 운영비 마련을 위해 보유 가상자산을 매각하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미래에셋의 자본력과 금융상품 개발 역량이 더해질 경우 재무구조 개선과 사업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 경쟁사는 규제 대응…코빗은 미래 준비

경쟁사들이 규제 이슈에 대응하고 있는 점도 코빗에는 기회 요인으로 꼽힌다.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는 현재 네이버파이낸셜과 추진 중인 포괄적 주식교환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를 받고 있다. 공정위는 미래에셋과 코빗의 기업결합과 달리 업비트가 국내 가상자산 거래 시장 1위 사업자인 데다 네이버파이낸셜 역시 간편결제 시장 선두 사업자인 만큼 경쟁 제한 여부를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 당초 예정됐던 포괄적 주식교환 일정도 연말로 연기됐다.

빗썸 역시 금융정보분석원(FIU) 관련 현안과 내부통제 강화 등 대내외 과제를 안고 있다. 업계에서는 주요 거래소들이 규제 대응과 제도 변화에 집중하는 사이 미래에셋이라는 안정적인 금융그룹을 새 주인으로 맞은 코빗은 중장기 전략을 추진할 수 있는 여건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 GSO는 최근 미래에셋과 코빗 임직원에게 보낸 서신에서 "오늘 코빗은 미래에셋의 일원이 됐다"며 "그 서막으로 코빗은 디지털X라는 이름과 함께 새롭게 출발한다"고 밝혔다. 디지털X는 박 GSO가 제시한 '미래에셋 3.0' 전략의 핵심 축으로, 전통 금융과 디지털자산을 하나의 투자 생태계로 연결하는 역할을 맡는다.

미래에셋은 향후 디지털자산기본법 등 제도 정비에 맞춰 스테이블코인과 실물연계자산(RWA), 토큰증권(STO), 커스터디 등으로 사업 영역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홍콩에서 선보인 통합 자산관리 플랫폼 'MAPS(Mirae Asset Portfolio Service)'와 코빗의 거래 인프라를 연계해 전통 금융과 디지털자산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관리하는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미래에셋그룹은 코빗의 디지털자산 거래 인프라와 미래에셋증권의 금융 플랫폼을 연계해 주식·ETF·가상자산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관리하는 '한국형 로빈후드' 모델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더팩트DB
미래에셋그룹은 코빗의 디지털자산 거래 인프라와 미래에셋증권의 금융 플랫폼을 연계해 주식·ETF·가상자산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관리하는 '한국형 로빈후드' 모델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더팩트DB

시장에서는 미래에셋증권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중심으로 주식과 ETF, 가상자산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관리하는 '한국형 로빈후드' 모델도 장기적으로 구현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제도 정비 이후에는 국내외 주식과 가상자산을 통합 조회하고 자산관리 서비스를 연계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다만 단기간에 업비트와 빗썸 중심의 시장 구도가 바뀌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압도적인 거래량과 이용자를 확보한 기존 거래소와 개인 투자자 시장에서 정면 승부를 벌이는 것은 후발주자인 코빗에 부담이 될 수밖에 있어서다.

◆ 승부처는 개인 아닌 법인 시장

업계에서는 박 GSO의 승부처가 개인 투자자 거래량 경쟁이 아니라 법인·기관 시장에 있다고 보고 있다. 법인 고객은 개인 투자자처럼 계좌를 개설해 바로 거래하는 구조가 아니다. 투자 적합성 검토와 내부 승인, 자산 보관 방식, 리스크 관리, 회계·세무 기준 등을 모두 갖춰야 실제 투자 집행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거래소도 단순 주문 체결 기능을 넘어 리서치와 투자정보, 커스터디,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 내부통제 체계 등을 갖춰야 한다. 미래에셋증권의 자산관리(WM)와 리서치 역량,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상품 설계 능력, 코빗의 디지털자산 거래 인프라가 결합하면 법인 고객이 요구하는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법인의 가상자산 시장 참여 확대와 디지털자산기본법, 스테이블코인, RWA, STO 등 관련 제도가 본격화되면 거래소 경쟁의 기준도 개인 거래량보다 법인 고객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시장에 안착시키느냐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미래에셋 역시 코빗을 단순한 수수료 사업이 아닌 디지털자산 금융 플랫폼으로 육성한다는 전략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법인과 기관은 거래 가능 여부보다 내부 의사결정과 자산 보관, 리스크 관리 체계를 먼저 본다"며 "박현주 GSO가 구상하는 미래에셋 3.0의 성패도 결국 코빗을 통해 얼마나 많은 법인 고객을 제도권 금융 수준으로 온보딩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chris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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