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 김해인 기자] 압수된 고가의 와인을 '더미 보틀'(진열용 가짜 병)로 바꿔치기 해주겠다며 현금 수천만 원을 받고, 허위의 제보자를 만들어 내 거액의 밀수 신고 포상금까지 받은 세관 공무원들이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박향철 부장검사 직무대리)는 지난 24일 서울세관 6급 공무원 A(49) 씨와 B(52) 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및 뇌물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27일 밝혔다.
팀장급 특별사법경찰관이던 A 씨와 B 씨는 지난 2023년 8월 와인업계 종사자 C 씨에게 '밀수품으로 압수된 와인을 폐기하기 전에 더미 보틀로 바꿔치기해 판매하면 이익을 얻을 수 있다'며 접근했다. 이후 와인 바꿔치기를 위해 폐기 지휘를 내릴 검사와 세관 창고장에게 로비 자금이 필요하다며 3000만 원을 요구해 받아낸 혐의(알선수재)를 받는다.
이들은 검사의 수사지휘권에 근거해 고급 와인 379병의 폐기 지휘를 건의했다. 그러나 검사는 밀수 행위 대부분의 공소시효가 완성된 사실을 지적하며 환부하도록 지휘했다. 이에 379병 중 363병이 환부되면서 바꿔치기할 수 있는 와인은 16병으로 줄었고, 당초 계획한 범행은 무산됐다.
이들은 C 씨에게 B 씨가 포상금 심사위원회 간사라는 점을 언급, 밀수 제보 포상금을 많이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거나 나머지 16병의 와인을 바꿔치기해주겠다며 4000만 원을 추가로 요구한 혐의(뇌물)도 있다.
또 A 씨는 2022년 '키 성장 영양제' 관세포탈 사건을 동료 세관 공무원에게서 제보받았음에도 자신의 여동생이 제보한 것처럼 허위 밀수신고서를 작성해 제출한 혐의(허위공문서작성·행사)도 받는다. 이후 이 사건이 검찰에 송치되자 허위 신고서를 근거로 제보자 포상금을 신청했고, 민간인 관세포상심사위원회 의결을 거쳐 7500만 원을 받아낸 혐의(사기, 위계공무집행방해)도 있다.
중앙지검 관계자는 "압수물 처분의 결정권이 검사에게 있는 현행 형사소송법과 특사경 관리에 대한 검사의 지휘권이 유지되고 있는 현행 검찰청법 아래에서도 압수물을 빼돌리려는 시도가 과감하게 이뤄진 사안"이라며 "1차 수사기관에 대한 견제 시스템의 필요성을 여실하게 보여주는 사례"라고 강조했다.
이어 "10월 시행 예정인 공소청법에는 검사의 특사경 수사지휘·감독 권한이 삭제돼 이같은 부패 범죄가 암장될 우려가 높다"며 "현재 발의된 일부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압수물 처분 주체를 사법경찰관으로 변경해 검사를 배제했는데, 압수물은 형 집행 대상일 뿐만 아니라 증거물에 해당하므로 검사가 최종 처분해 사법적 통제가 가능하도록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h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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