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맨십' 다운 성숙한 취재 윤리가 그립다

[더팩트 | 이영규 전문기자] 홍명보호의 월드컵 실패 이후 축구계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감독의 자질 논란과 축구협회의 불투명한 행정이 비판의 중심에 서더니, 어느새 시선은 선수단의 내부 갈등과 주장 손흥민의 리더십이라는 자극적인 프레임으로 빠르게 옮겨붙고 있다. 그러나 사태의 경과를 세심히 짚어보면, 정작 논란의 계기를 제공한 취재진의 책임은 은폐된 채 사태의 본질과 완전히 동떨어진 별개의 이슈로 책임을 전가하려는 왜곡된 보도행태가 일부에서 이어지고 있다.
사태의 출발점은 월드컵 준비 과정에서 발생한 취재 현장의 부적절한 언행이었다. 일부 취재진이 선수단을 향해 던진 자극적이고 비하적인 발언은 카메라 마이크를 통해 그대로 공개되었고, 이는 취재 윤리와 기본적인 예의를 저버린 행태로 큰 우려를 자아냈다. '취재'라는 명목 뒤에 숨어 현장에서 노출된 왜곡된 특권의식과 고압적인 태도는 취재 대상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조차 결여된 행태에 다름 아니다.

이에 대해 선수단이 취재 응대를 거부한 것은, 최소한의 인격적 존엄을 지키기 위한 정당한 소통 방식의 표현이었다. 그러나 일부 언론은 이러한 대응의 원인은 외면한 채, 출처가 불분명한 전언을 바탕으로 ‘선수단 불화’와 ‘주장의 태도 문제’로 이슈를 전환했다. 정작 기자들이 촉발한 문제에 대해서는 침묵하면서, 그 결과로 나타난 반응을 사태의 본질인 양 포장하는 방식은 언론이 갖추어야 할 객관성과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게 만든다. 사안의 가치판단을 유보하고 "너도 잘한 거 없다"는 식의 기계적 양비론으로 본질을 흐리는 관행 역시 지양되어야 할 대목이다.
이번 사안을 다루는 보도 어법은 사태의 원인과 결과를 거꾸로 뒤집어 놓은 전형적인 ‘본말전도’일 뿐이다. 갈등의 계기를 제공한 측은 취재진임에도, 비판의 화살은 정작 선수단의 리더십 부재로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당사자나, 또는 최소한 월드컵 취재단 차원의 공식적인 사과와 자정 노력이 먼저 이루어졌어야 함에도, 개인적인 사과 몇 마디로 사태를 유야무야 넘기길 기대하며 인터뷰 재개만을 요구한 행태는, 언론 특유의 고압적인 특권의식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주장 손흥민에게 책임을 묻는 논리 역시 성숙하지 못하다. 한 팀의 결속은 한 개인의 일방적인 참음이나 희생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주장의 역할은 부당한 상황으로부터 동료를 보호하고 중심을 잡는 데 있으며, 손흥민은 주장이면서도 정당한 피해자의 위치에 있었을 뿐 이를 사적으로 남용하지 않았다. 명확한 피해와 가해의 구도 속에서, 정작 피해자인 손흥민에게 주장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번 월드컵 참패의 책임을 나눠질 것을 요구하는 시각이 과연 공정한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더불어 감독과 축구협회의 수수방관 역시 짚고 넘어갈 문제다. 2016년 리버풀의 위르겐 클롭 감독이 선수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부당한 보도에 맞서 해당 매체의 취재를 거부하며 선수단을 보호했던 사례처럼, 감독이 언론의 부당한 공세로부터 팀을 지키는 방패가 되어줄 때, 비로소 팀은 깊은 신뢰를 바탕으로 진정한 ‘한 팀’이 된다. 언론과의 마찰을 피하기 위해 선수단에게 소통을 강요하며 상황을 회피하려 했던 협회와 지도부는, 팀의 단합은커녕 오히려 내부 분열을 자초한 결정적 원인 제공자였다. 책임과 보호가 빠진 자리에는 어떠한 원팀(One Team)도 존재할 수 없다.
과거의 스포츠 저널리즘은 여타 정치·사회 분야와 달리,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스포츠맨십'이라는 공정하고 명확한 규칙 아래 건강한 취재와 글쓰기가 허용되었던 영역이었다. 단순한 승패나 자극적인 이슈를 넘어, 경기장의 서사와 선수들의 땀방울, 패자의 품격, 전술의 정교한 매력을 깊이 있게 파헤치는 심층 분석과 가슴을 울리는 미문(美文)들이 지면을 장식하곤 했다.
그러나 최근의 스포츠 보도는 포털 사이트의 조회수와 트래픽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모습을 보인다. 자극적인 제목, 악의적인 편가르기, 근거 없는 소문에 기반한 보도가 늘어나면서 스포츠 본연의 문화적 가치와 감동의 서사는 희미해지고 있다.
지금이라도 취재단과 언론은 근거 없는 책임 전가를 멈추고, 사안의 원인을 제공했던 지난 과정에 대해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스스로의 실수를 인정하고 바로잡는 용기야 말로 신뢰받는 저널리즘의 출발점이다. 반칙을 깨끗하게 인정하는 스포츠맨십처럼, 언론 역시 엄격한 자기 성찰을 통해 스포츠 저널리즘의 품격을 회복하기를 고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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