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방색·청자 푸른빛 등 K-해리티지 강화
해외 매출 국내 추월…"고급화 전략 주효"

[더팩트 | 손원태 기자] 단일 브랜드로 연간 매출 1조원을 달성한 LF의 헤지스가 글로벌 바이어 대상 수주회를 열고 글로벌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 특히 올해는 인공지능(AI) 기반의 디지털 룩북 시스템을 도입해 수량 책정부터 발주까지 원스톱으로 연결한 '경험형 수주회'로 차별화를 꾀했다.
23일 찾은 서울 중구 헤지스 플래그십 스토어 '스페이스H 서울'은 2027년 봄·여름 시즌(27SS)을 겨냥한 글로벌 수주회 준비와 바이어들의 열기로 가득 차 있었다. LF는 지난해 7월을 기점으로 매 시즌마다 글로벌 수주회를 진행해 왔으며, 이번에는 브랜드 철학과 컬렉션, 공간, 글로벌 전략 등을 한곳에 집약해 선보였다. 수주회는 이날부터 8월 7일까지 이어진다.
수주회 현장에서는 헤지스의 심볼이자 브랜드 캐릭터인 '해리(Harry)'가 영국에서 명동 매장으로 찾아오는 AI 영상이 먼저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 영상 속 해리는 헤지스 의상을 착용한 채 보이그룹 코르티스의 '레드레드' 안무를 재치 있게 소화해 현장에서 웃음을 자아냈다. 이처럼 LF는 관광 성지인 명동에서 글로벌 바이어들을 초청해 경험형 수주회로 한껏 힘을 실었다.
헤지스의 27SS 콘셉트는 '노팅 힐–더 컬러 오브 런던(The Color of London)'이다. 헤지스는 지난 2000년 LF가 론칭한 국내 토종 패션 브랜드로, 1928년 영국 캠브리지 대학 명문 로잉(Rowing·조정) 팀이었던 '헤지스 클럽'을 기반으로 한다. 수주회는 영국 런던 노팅힐의 라이프스타일로 꾸며 빈티지 헤리티지를 상징하는 '포토벨로 마켓'과 유럽 거리 축제 '노팅힐 카니발'을 콘셉트로 조성했다.
아울러 헤지스만의 전매특허인 '아이코닉(ICONIC)' 라인에 한국의 오방색(청색·흰색·적색·흑색·황색)을 적용한 점도 시선을 잡았다. 오방색의 선명한 색상이 아이코닉 라인의 밝은 색감과 어우러져 청량한 디자인을 연출했다. 헤지스의 로고인 'h'가 다양한 패턴으로 도드라진 점도 특징이다. LF는 '한국적인 것이 곧 세계적인 것'이라는 판단과 함께 이번 컬렉션을 고안했다고 설명했다.
수주회는 약 1200㎡ 규모의 스페이스H 서울 전관을 활용해 총 3개 층에서 봄에서 여름으로 이어지는 헤지스의 시즌 컬렉션을 펼쳐 보였다. 봄철 의류는 노팅힐의 포토벨로 마켓 외벽에서 영감을 받아 노랑과 분홍, 민트 등의 부드러운 파스텔 톤으로 디자인했다. 스웨이드 재킷과 플리스, 레더 등의 아우터와 브로치, 스카프 등의 액세서리로 스타일링을 제안했다.

여름 의류는 노랑과 오렌지, 빨강 등으로 물든 과일에서 색상을 본떴다. 특히 노팅힐 카니발의 젬베 리듬에 따라 축제의 열기가 디자인으로 나타나도록 캐주얼룩을 소개했다. 여름에도 가볍게 입을 수 있는 초경량 아우터와 셔츠 등이 가벼운 색상과 만나 시원함이 느껴졌다.
LF는 이번 수주회에서 아이코닉에 이은 '헤지스 블루(HAZZYS BLUE)'도 핵심 콘텐츠로 내세웠다. 컬렉션에서는 한국 전통의 미를 담은 블루 톤을 데님 소재로 구현했고, 국가무형문화재인 박영애 침선장과 협업해 현대적으로 승화시켰다. 달항아리의 여백과 청자의 푸른 빛, 무명의 질감 등이 조화를 이뤄 자연스러운 멋을 연출했다.
바이어들을 위한 편의성도 돋보였다. 바이어들이 디지털 룩북으로 상품의 핏과 스타일링, 세부 디자인을 확인한 뒤 별도 문서 작업 없이 수량 책정부터 발주까지 한 번에 해결하도록 AI 시스템을 구축했다.
최우일 헤지스 사업부 상무는 "헤지스는 최상의 퀄리티를 완성하기 위해 소재부터 세심하게 신경 쓰고 있다"며 "소비자에게는 좋은 소재로 만든 스토리텔링과 세련된 착장이 하나의 디자인으로 온전히 전달되도록 브랜딩에 공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 헤지스 1조 매출 절반이 중국…글로벌 전략은
헤지스는 지난해 LF의 단일 브랜드 최초로 연간 매출 1조원을 달성했다. 매출의 절반 가까이가 중국 시장에서 나왔으며, 해외 비중도 국내를 넘어섰다. 헤지스는 현재 중국, 대만, 베트남 등 전 세계 800여개의 매장을 마련했다. 중국에서만 600여개의 매장을 운영하며, 최근에는 러시아로 확장 전략을 펴고 있다. 올해 하반기 러시아 내 1개 매장을 추가로 개장하며, 내년까지 현지에서 총 3개 매장을 두겠다는 방침이다. 태국과 인도, 프랑스 등도 출점을 타진하고 있다.
특히 중국에서 고급화 전략을 전개해 SPA 및 인디 브랜드의 저가 공세에도 차별화된 경쟁력을 유지했다. 디자인과 소재도 최고급 원단을 내세웠고, 매장은 중국 고소득층이 주로 찾는 백화점이나 쇼핑몰로 들어섰다. 올해 초에는 중국 내 럭셔리 브랜드들의 격전지인 상하이 신천지에 플래그십 스토어 '스페이스H 상하이'를 출점했다. 매장 운영도 성인 컬렉션 중심의 500여곳 매장과 아동 컬렉션 중심의 100여곳 매장으로 이원화해 맞춤형 전략을 폈다.
그 결과 헤지스 중국 매출은 코로나19 엔데믹 직후인 2022년 3900억원에서 2025년 4900억원으로, 3년 새 약 26%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헤지스는 지난해 5월 글로벌 온라인 스토어를 개설, 1년 만에 전 세계 156개국의 누적 방문자 19만명을 확보했다. 글로벌 스토어는 영문몰과 중문몰로 마련됐는데, 중국을 제외한 해외 고객이 약 47%를 차지하며 저변을 넓혀가는 모습이다. 글로벌 사업도 영국 헤리티지를 기반으로 한국적인 감성과 콘텐츠를 접목해 K-패션 입지를 점차 구축하고 있다.
헤지스는 올해 SS시즌에서도 린넨 소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차별화를 뒀다. 남성 고객에는 냉감 기능성, 시어서커, 린넨 혼방 등의 다양한 여름철 소재로 만든 제품군을 강화했다. 그외 플리츠와 크로셰, 자수, 보태니컬 패턴 등의 소재로 확장해 일상복과 출근룩의 경계를 허물었다. 격식을 갖추면서도 무더위를 날 수 있도록 계절 특수성을 반영했다.
LF 관계자는 "글로벌도 바이어와 소비자의 접점이 동시에 중요해지고 있다"며 "수주회가 B2B 행사에 머무르지 않고 글로벌로 확산하도록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컬렉션을 AI 런웨이 영상과 캐릭터 콘텐츠로 구현해 언어에 관계 없이 브랜드 스토리를 직관적으로 전달하도록 이번 수주회를 기획했다"고 덧붙였다.
tellm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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