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위 규제보다 낮은 주가로 얻는 이익 제거해야"

[더팩트|윤정원 기자] 김민국 VIP자산운용 대표가 대주주 승계와 맞물린 기업 저평가 구조를 끊기 위해 주가누르기방지법을 조속히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낮은 주가가 최대주주의 상속·증여세 절감으로 이어지는 현행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도 어렵다는 지적이다.
김민국 대표는 지난 21일 국회에서 열린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주가누르기 방지법 입법과제 토론회'에서 "이 법안은 주가를 억지로 끌어올리는 규제가 아니라, 낮은 주가가 대주주의 절세로 이어지는 잘못된 유인을 바로잡는 제도"라고 밝혔다.
VIP자산운용은 최근 1년간 지수 상승이 사실상 반도체가 이끈 결과라고 봤다. 반도체 주요 5개 기업을 제외하면 코스피는 지난 21일 기준 6748포인트가 아니라 2787포인트에 그치고, 시가총액이 순자산에도 못 미치는 PBR 1배 미만 기업은 586곳으로 코스피 상장사의 73%에 달한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저평가가 이어지는 배경으로 상속·증여세 구조를 지목했다. 현행 제도는 기준일 전후 각 2개월, 총 4개월의 평균 주가를 기준으로 세금을 산정한다. 주가가 낮을수록 대주주의 세 부담도 줄어드는 셈이다. 김 대표는 "대주주의 건강 악화나 사망 소식이 주가 상승 재료가 되는 비극을 이제는 끝낼 때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주가누르기를 개별 행위로 처벌하기 어렵다는 점도 강조했다. 배당 축소, 현금 사내유보, 자사주를 활용한 우호지분 확보, 중복상장, 승계 전후 보수적 실적 관리, 소극적 IR 등은 대부분 경영 판단의 영역에 걸쳐 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시세조종처럼 불법적인 방법이 아니라, 경영 판단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주가를 낮게 유지할 수 있다"고 했다.
주가누르기방지법은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이 상장주식을 상속·증여할 때 주가가 세법상 순자산가치의 80%에 미달하면 비상장주식 평가방식을 적용하는 게 골자다. 이렇게 산출된 평가액도 순자산가치의 80%에 못 미치면 이를 하한으로 삼는다. 일반 투자자의 평상시 거래와는 무관하고, 최대주주의 상속·증여 시점에만 적용되는 평가 규정이라는 게 VIP자산운용의 설명이다.
김 대표는 "행위 규제는 두더지 잡기와 같다"며 "낮은 주가를 유지해 얻는 이익 자체를 없애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해법"이라고 역설했다. 주가를 아무리 눌러도 세금이 일정 수준 아래로 내려가지 않는다면, 주가를 누를 이유 자체가 사라진다는 취지다.
법안에는 최대주주 20% 할증과세 폐지와 상장주식 물납 허용도 담겼다. 저평가를 이용해 세금을 줄이는 길은 막되, 기업가치를 높여온 정상적인 기업의 승계 부담은 덜어주는 구조다. 상속인이 세금 재원 마련을 위해 주식을 대량 매도할 필요도 줄어 오버행 부담 완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김 대표는 "대주주와 소액주주는 같은 배를 탄 사람들인데 지금 제도는 서로 반대 방향으로 노를 젓게 만들고 있다"며 "주가누르기방지법은 그 동상이몽을 끝내고 모두가 기업가치 제고라는 같은 방향을 보게 만드는 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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