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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하도급, 처벌만으론 못 막는다"…'예방 중심' 전환론
전담 인력 부족에 단속 한계…李, 인력 증원 지시
전문가, 불법 하도급 판단 기준 모호성 지적
처벌 방점 기조…건설현장과 괴리


불법 하도급 문제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처벌 강화도 중요하지만 예방 중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사진은 이 대통령이 지난 21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뉴시스
불법 하도급 문제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처벌 강화도 중요하지만 예방 중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사진은 이 대통령이 지난 21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뉴시스

[더팩트|이중삼 기자] 이재명 정부가 불법 하도급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지만 처벌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일본처럼 참여 업체의 자격과 계약 투명성·공사대금 지급 구조를 관리하는 예방 중심 체계로 정책의 무게를 옮겨야 한다고 제언했다.

23일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이 발간한 '건설공사 불법 하도급 단속 실태·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이재명 정부는 지난달 16일 불법 하도급에 대한 행정처분 강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은 영업정지 기간을 현행 4개월~8개월에서 최소 8개월~최대 1년으로 늘리고 과징금을 현행 4~30%에서 전체 하도급대금의 24~30%로 상향하는 등 행정제재를 대폭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불법 하도급으로 얻는 이익보다 불이익이 훨씬 크다는 인식이 현장에 정착될 수 있도록 제재를 강화해 '불법 없는 공정한 건설 질서'를 확립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현장 단속도 강화하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 5월 11일부터 29일까지 수도권 내 불법 하도급 의심 현장과 대금 체불 신고 현장 등 75개 건설현장을 집중 점검한 결과 18개 현장에서 26개 업체의 불법 하도급 29건이 적발됐다. 유형별로는 무등록 업체에 대한 하도급이 20건으로 가장 많았고 무자격 업체 하도급 4건·재하도급 제한 위반 5건 순이었다.

특히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지난 16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불법 하도급 근절을 위한 전담 점검 인력 확보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요청했다. 현장 전담 인력이 턱 없이 부족하다는 판단에서다. 현장 전담 인력은 현재 10명에 불과하다. 약 1500개 현장을 관리해야 하지만 실제 점검 가능한 현장은 600개 수준에 그친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건설 불법 하도급 문제는 대형 산업재해와 부패·부실공사의 원인이기도 하다"며 "법에 정해진 경우를 제외한 불법 하도급은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단기적으로 (인력을) 투입하면 이후에는 (불법 하도급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보고서는 처벌 수위를 높이고 단속을 강화하는 방식만으로는 불법 하도급을 근절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무엇보다 건설공사는 수주산업 특성상 모든 인력·자재·장비를 직접 고용하기 어려워 공종과 전문 분야에 따라 다양한 계약 형태가 불가피한 만큼 처벌 중심 접근에는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 "불법 하도급 유형·기준 전반을 재검토할 필요 있어"

건정연에 따르면 일본은 불법 하도급 규제를 안전과 품질 확보에 초점을 맞춰 운영하고 있다. /뉴시스
건정연에 따르면 일본은 불법 하도급 규제를 안전과 품질 확보에 초점을 맞춰 운영하고 있다. /뉴시스

보고서는 이러한 한계의 원인으로 현행 제도를 꼽았다. 현행 제도는 하도급을 원칙적으로 1회만 허용하고 발주자의 서면 승낙을 받거나 신기술·특허를 보유한 업체 등에 대해 공사금액의 20% 이내 등 예외적인 경우에만 전문공사 하도급과 재하도급을 허용하고 있다. 보고서는 이 같은 경직된 제도가 다양한 시공 환경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고 분석했다.

특히 현행 단속 체계는 계약 단계와 계약 상대방을 중심으로 불법 여부를 판단하는 데 치우쳐 있다는 지적이다. 누가 누구와 계약했는지를 기준으로 삼다 보니 실제 시공능력과 안전관리 수준·공종별 협업 구조는 제대로 평가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동일하거나 유사한 계약이라도 단속기관의 판단에 따라 처분 결과가 달라지고 현장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 획일적인 행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진단이다.

불법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됐다. 보고서는 "인력·자재·장비업체와의 노무·설치·임대차 계약이 단속기관의 판단에 따라 불법 하도급으로 분류돼 처벌되고 있지만 그 기준을 정확히 이해하기 어렵다"며 "명확성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건설산업기본법은 불법 하도급의 유형만 규정하고 있을 뿐 해당 여부를 판단할 구체적인 기준은 미비하다"며 "정부의 '불법 하도급 예방을 위한 매뉴얼'은 국회의 위임 없는 행정편의적 기준으로 이를 근거로 불법 하도급 여부를 판단하고 처벌하는 것은 법률유보 원칙에 위배된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계약 형식보다 실제 시공 결과와 위험 요인을 중심으로 불법 여부를 판단하는 예방 중심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무자격 업체의 현장 참여·공사대금 미지급·안전관리 역량이 부족한 업체의 시공 등 사고와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요소를 중점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성과 시공능력을 갖춘 업체가 공종별로 참여하는 경우에는 계약 단계만으로 불법 여부를 단정하기보다 실제 시공의 적정성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이러한 방향이 해외에서는 이미 정착돼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일본이다. 일본은 불법 하도급 규제를 안전과 품질 확보에 초점을 맞춰 운영하고 있다. 영업정지에 앞서 사안의 경중에 따라 지시처분을 내리는 등 처벌보다 계도와 예방에 무게를 두고 있다. 재하도급을 허용하더라도 실제 시공업체의 자격과 계약 이행 과정을 체계적으로 관리해 부실시공 위험을 줄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홍성진 건정연 연구위원은 "불법 하도급 기준을 계약 주체 중심의 외형적 판단과 처벌 중심에서 벗어나 안전과 품질 확보를 위한 예방 중심으로 개선해야 한다"며 "단기적으로는 불법 하도급 기준에 주의 사항을 신설해 일정 부분을 단속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향으로 개선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전문공사 하도급과 재하도급을 포함한 불법 하도급 유형과 기준 전반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j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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