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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미국도 두려워하는 우리 공화국"…재일동포 사회와 '거리감'
[국경 밖 한반도⑭] <하> 조총련 의장 자서전 입수
"시대착오적 노선에 세력 약화"…재일동포 통합 과제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지도부가 북한 최고지도자에 대한 충성 서사만 내세우면 재일동포 사회 내부의 교류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일본 도쿄에 위치한 조총련 건물. /도쿄(일본)=정소영 기자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지도부가 북한 최고지도자에 대한 충성 서사만 내세우면 재일동포 사회 내부의 교류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일본 도쿄에 위치한 조총련 건물. /도쿄(일본)=정소영 기자

☞<중>편에 이어

북한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은 군사적 긴장, 비핵화 협상이라는 틀 속에서 종종 한반도 내부에만 머물러 있다. <더팩트>는 '국경 밖 한반도' 시리즈를 통해 한반도 바깥의 현장에서 포착한 북한의 모습을 조명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반도 평화를 위한 남북 협력의 실질적 대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도쿄(일본)=정소영 기자] 허종만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의장의 자서전에는 북미 관계와 핵문제, 국제정세를 바라보는 북한식 인식이 담겼다. 한국과 미국, 일본을 대립 구도로 규정하며 북한 체제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내용도 있다.

세대교체가 진행되는 재일동포 사회와 조총련 지도부의 인식 사이에 괴리가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미국, 조선과 협력해야"

허 의장은 자서전에서 북미 관계와 국제정세를 바라보는 북한의 인식을 상세히 담았다. 1997년 3월 28일 미국 상원 대표단의 방북 사례도 언급하며 당시 미국도 북한과 협력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주장했다. 테드 스티븐스 미국 상원의원을 단장으로 한 상원 대표단은 당시 평양을 방문해 김계관 북한 외교부 부부장과 북미 양자 현안을 논의한 바 있다.

"그해(1997년) 3월 말 공화국(북한)을 방문했던 미국회상원대표단 단장이었던 미국 공화당 소속의 한 상원의원은 일본에 있는 미군 요꼬다기지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회견에서 그는 방문 기간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위원회 명령에 따라 진행하는 군사훈련을 목격한데 대해 이야기하면서 조선은 정말 파악하기 어려운 나라라고, 그러므로 미국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조선을 존중하고 조선과 협력해야 한다고 했다. 이 글을 읽으며 나는 유일초대국이라고 자처하는 미국도 두려워하는 존엄 높은 우리 공화국의 해외공민, 해외일군이라는 자부심을 가슴 가득 받아안았었다." (p.260)

허 의장은 해당 발언을 북한 체제의 위상을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했다. 냉전 종식 이후 국제질서도 북미 대결 구도로 규정했다. 한국과 일본의 조총련 대응은 북한을 압박하기 위한 전략의 일부라고 했다.

"우리 공화국은 미제의 세계제패전략의 과녁으로 되였으며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자주력량(자주역량)과 지배세력 사이의 정치군사적 대결의 기본전선은 조선반도로 옮겨지게 되었다. 랭전(냉전)의 종식을 기점으로 쏘미(소련과 미국) 대결, 동서대결구도가 조미(북미) 대결구도로 바뀌게 된 것이다. 력사(역사)의 흐름에 역행하는 이러한 반동공세에 편승하여 일본 반동들과 한국괴뢰패당들은 공화국에 앞서 총련부터 허물려는 전략적 기도 밑에 총련 조직에 대한 전대미문의 탄압선풍을 일으켰다." (p.287)

허종만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의장은 자서전에서 해외 각국의 조총련 탄압이 북한 핵문제를 둘러싼 국제사회의 대응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2018년 5월 24일 북한 핵무기연구소 관계자들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를 위한 폭파 작업을 진행한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허종만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의장은 자서전에서 해외 각국의 조총련 탄압이 북한 핵문제를 둘러싼 국제사회의 대응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2018년 5월 24일 북한 핵무기연구소 관계자들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를 위한 폭파 작업을 진행한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핵문제, 총련 탄압 구실"

허 의장은 해외 각국의 조총련 탄압이 북한 핵문제를 둘러싼 국제사회의 대응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핵문제와 조총련 수사를 북한과 외부 세력의 대결 구도 속에 배치하며 조총련을 체제 수호의 전선으로 묘사했다.

허 의장은 1994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북한 핵문제를 구실로 일본 당국이 조총련을 전면 압박하려 한다고 지적한 일화도 소개했다.

"1994년 4월 24일이었다. 이날 조국의 한 일군을 부르신 위대한 장군님께서는 총련에 대한 적들의 탄압책동이 그 어느때 보다도 악랄하게 감행되고 있는 조건에서 그에 대한 대책을 잘 세우야 하겠다고, 이번의 강제수색은 우리의 ‘핵문제’를 걸고 정세를 극도로 신장시키면서 총련을 전면탄압하기 위한 구실을 마련하자는 것이라고 그 본질을 까밝혀주시였다. 그리고 단호한 반격을 가하기 위한 대책들을 즉시에 취해주시였다." (p.294)

허종만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의장의 자서전에는 북미 관계와 핵문제, 국제정세를 바라보는 북한식 인식이 담겼다. 사진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위치한 말레이시아 주재 북한대사관의 철조망 위로 인공기가 펄럭이는 모습. /AP. 뉴시스.
허종만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의장의 자서전에는 북미 관계와 핵문제, 국제정세를 바라보는 북한식 인식이 담겼다. 사진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위치한 말레이시아 주재 북한대사관의 철조망 위로 인공기가 펄럭이는 모습. /AP. 뉴시스.

◆'충성'만 남은 조총련 미래는

조총련 지도부가 북한 최고지도자에 대한 충성과 우상화 서사만 내세우면 재일동포 사회 내부의 교류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외동포청이 공개한 '2025 재외동포현황'에 따르면 일본에 거주하는 재외동포는 귀화자를 포함해 96만 970명이다. 재일동포는 일본 국적자와 한국 국적자, 조선적으로 나뉜다.

이와 관련, 조총련계 재일동포였던 이 아무개 씨(50대 남성)는 "재일동포 사이에서 조총련계는 줄어들고 있다"며 "최근 북측에서 조선학교 학생들을 초청하는 일이 빈번한데, 일본 사회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의 시각은 달라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북한 최고지도자 우상화와 체제 충성을 앞세우는 방식은 재일동포 세대 간 인식 차를 벌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재일동포 사회를 공동체 관점에서 연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조선학교에 다니며 10대 시절 방북 경험이 있는 박향수 Free2move 공동대표는 "조총련 의장이 재일동포 사회의 생활과 미래보다 본인의 명예에 빠져 있다"며 "재일동포들이 (조총련에) 등을 돌리는 이유를 정말로 모르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조총련은 북한의 지령을 받고 함께하는 조직"이라며 "어떤 형태로든 북한의 노선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과의 격차가 커진 상황에서 시대착오적인 북한 노선을 고수하면서 조총련의 세력은 약해졌다"며 "조선학교가 줄고 일본 사회에서 영향력이 축소된 것도 이같은 흐름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upjs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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