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주담대 축소 우려…실수요자 부담↑
"열심히 모아도 집값 상승 속도 못 따라가"

[더팩트|이중삼 기자] 서울에서 전세를 살며 '내 집 마련'을 준비하는 실수요자들의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아파트 매매가격이 전세가격보다 더 빠른 속도로 오르면서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과 전세가격 차이는 9억원에 육박했다. 여기에 매매·전세·월세가 동시에 오르는 '트리플 강세'에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한도까지 축소되면서 전세에서 매매로 갈아타는 문턱은 한층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17일 KB부동산 주택가격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5억8311만원·평균 전세가격은 6억9619만원으로 집계됐다. 두 가격의 차이는 8억8692만원에 달했다.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의 격차는 최근 3년간 가파르게 확대됐다. 2024년 6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과 전세가격 차이는 5억9781만원이었다. 1년 뒤에는 7억3474만원으로 벌어졌고 올해는 8억8692만원으로 9억원 문턱까지 높아졌다.
가격 차이 확대는 매매가격이 전세가격보다 훨씬 빠르게 오른 데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최근 1년간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7.6% 상승한 반면 평균 매매가격은 14.6% 올라 상승률이 두 배에 달했다.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강남권을 중심으로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는 점도 서울 전체 평균 매매·전세가격 격차를 키우는 원인으로 꼽힌다.
실제 격차는 강남권에서 두드러졌다. KB부동산에 따르면 강남권(한강 이남 11개 자치구)의 평균 매매가격은 지난해 6월 17억3223만원에서 올해 6월 19억6655만원으로 올랐다. 같은 기간 평균 전세가격은 7억4846만원에서 8억193만원으로 상승했다. 반면 강북권(한강 이북 14개 자치구)은 같은 기간 평균 매매가격이 9억8876만원에서 11억5609만원·평균 전세가격은 5억3340만원에서 5억7910만원으로 각각 올랐다.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의 격차는 강남권이 강북권보다 두 배 이상 컸다.
매매와 전세가격의 격차가 커진 상황에서 은행권 대출 규제도 내 집 마련의 문턱을 더 높이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최근 주담대 한도를 기존 6억원에서 3억원으로 줄였다. 이에 따라 전세에서 매매로 갈아타려는 실수요자의 자금 조달 부담도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강남권은 매매가격 자체가 높은 데다 집값 상승 폭이 전세가격을 크게 웃돌면서 전세가율이 낮게 형성돼 있다"며 "이 같은 구조에서는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의 격차가 쉽게 줄어들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서울에서 전세로 거주 중인 30대 직장인 A씨는 "열심히 모아도 집값 오르는 속도를 따라갈 수 없다"며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청년을 비롯한 실수요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주택 정책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 매매·전세·월세 '트리플 강세'…실수요자 부담 커져

매매가격과 전세가격 격차가 확대되는 가운데 서울 주택시장은 매매뿐만 아니라 전세와 월세까지 함께 오르는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에는 매매·전세·월세가 모두 1% 안팎의 상승률을 보였다.
지난 15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6월 전국 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1.21% 올랐다. 올해 누적 상승률은 5.07%를 기록했다. 전세와 월세 상승세는 더욱 가팔랐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1.37% 상승했다. 이는 2013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월세도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갔다. 아파트 월세가격지수는 1.15% 상승해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두 달 연속 경신했다.
부동산원은 서울 일부 지역에서 관망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대단지와 역세권 등 선호 단지를 중심으로 매매와 전월세 수요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주 여건이 우수한 단지를 중심으로 상승 거래와 임대차 계약이 이어지면서 전반적인 가격 상승세가 지속됐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흐름을 두고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재명 정부 부동산 정책이 시장 전반의 가격 상승을 이끌었다고 했다.
오 시장은 지난 15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오세훈TV'에 올린 '이재명 정부 부동산 지옥, 원인 분석 보고서'에서 "이재명 정부 출범 1년간 매매·전세·월세가 모두 오르는 트리플 강세가 나타났다"며 "전세는 11년 만에 최고 상승률·월세는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오름폭을 보였다"고 했다. 또한 6·27 대책 이후 서울 전체 거래의 78.1%가 15억원 이하 아파트에 집중되면서 비강남권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특히 "정부가 여섯 차례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지만 주담대 제한과 규제지역 확대·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등 수요 억제에만 집중했다"며 "대출 규제와 임대주택 공급 발표·투기과열지구 지정·세금 강화로 이어지는 흐름이 문재인 정부 당시와 닮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는 지난 14일 국토교통부를 시작으로 15일 금융위원회·16일 재정경제부 주관으로 공급·금융·세제를 주제로 한 부동산 국민 경청 토론회를 잇따라 열고 국민 의견을 들었다. 오는 23일 이 대통령이 주재하는 부동산 국민 대토론회에서는 앞선 토론회에서 제기된 사안들을 중심으로 정책 방향이 종합적으로 논의될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대토론회 이후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주거 안정 대책이 나올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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