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생한방병원, 혐의 부인…과거 유사 고소 불송치 8건 '반박'

[더팩트ㅣ김정산 기자] 경찰이 자생한방병원을 압수수색한 가운데 보험업권의 이목이 쏠린다. 보험사기 혐의가 입증되면 경미한 교통사고도 한방병원을 찾아 치료하는 과잉진료 관행이 개선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 혐의로 자생의료재단과 자생한방병원 등 5곳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처방 기록과 원외탕전실 조제 기록 등을 조사해 보험사기 혐의 성립 여부를 수사할 예정이다.
이번 수사는 주요 손해보험사 4곳(삼성화재·현대해상·KB·DB손해보험)이 자생한방병원을 상대로 고소장을 접수하면서 시작됐다. 해당 손보사들은 자생한방병원이 교통사고 환자에게 사전에 제조한 한약을 무분별하게 처방해 수백억원대 보험금을 부당 수령했다고 주장한다.
보험업계는 이번 수사가 자동차보험 손해율 관리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본다. 보험사기 혐의가 인정되면 유사한 방식의 진료와 첩약처방, 보험청구 구조 등을 대거 손질한 근거가 생긴다는 의견이다. 특히 보험사와 합의를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고의로 한방병원에 입원하거나, 보험금 허위 수령을 돕는 비공식 '보험 코디' 행위를 차단할 절호의 기회라는 입장이다.
그간 손해보험업계는 자동차보험과 실손보험의 건전한 운영을 위해 손해율 인상 요인을 조사했다. 그중 정비비와 부품비 인상과 함께 한방병원에서 이용되는 첩약, 약침, 추나요법 등이 손해율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특히 자동차보험은 가해자의 보험증권을 통해 치료비를 지급한다. 환자 입장에선 치료비 부담을 체감하기 어려운 만큼 과잉진료가 발생하기 쉬운 구조인 셈이다. 업계가 자동차보험에 명확한 지급 기준 마련을 주장하는 이유다.
금융당국 역시 경상환자의 장기 치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관련 제도를 손질하고 있다. 약정 기간이 지난 이후에는 추가 치료의 필요성을 직접 입증하도록 하고, 경찰과 공조해 보험사기단을 적발하는 등 예방 장치를 마련했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여전히 과잉진료 관행이 잔존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번 수사는 단순히 특정 의료기관을 겨냥한 사건이 아니다. 그동안 금융당국과 손보업계가 해소하지 못했던 과잉 진료 관행을 뿌리 뽑을 기회다"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보험사기 혐의가 입증되더라도 넘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보장 범위를 축소하거나 지급 심사를 강화할 경우 소비자 반발이 불가피하다. 특히 보험 보장 축소는 소비자의 치료 선택권 제한으로 이어질 수 있다. 보험사기 근절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과 제도 보완도 함께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앞서 추진한 실손보험 개편 과정에서도 소비자단체와 의료계의 반발이 거셌다. 정부는 도수치료를 관리급여로 전환해 연간 이용 횟수를 15회로 제한했다. 아울러 5세대 실손보험은 비급여 주사제 등의 보장을 축소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보험업계는 보험금 누수를 줄이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하지만, 의료계는 필요한 치료까지 위축될 수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한의계와 보험업계 간 갈등도 재점화할 가능성이 크다. 그간 한의계는 한방 진료에 대한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 심사가 과도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8주룰'을 놓고도 환자의 회복 속도를 획일적으로 판단해 적절한 치료를 받을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고 비판한다.
자생한방병원도 이번 수사에 관해 입장문을 발표했다. 현재 압수수색이 진행 중인 것은 사실이며, 수사기관의 절차에 성실히 협조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교통사고 환자에게 미리 제조된 한약을 무분별하게 처방했다'거나 '수백억원대 보험사기 혐의가 있다'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한약은 환자의 증상과 체질, 병력, 진단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개별 처방전에 따라 조제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최근 언론에 소개된 일괄 제조·투약 방식은 실제 진료 과정에선 불가능하단 설명이다.
과거에도 유사한 신고가 있었지만, 모두 혐의가 인정되지 않았던 점도 환기시켰다. 다수 수사기관이 사실관계를 검토한 끝에 '혐의없음' 또는 '불송치' 처분을 내렸으며, 앞서 유사한 사건으로 총 8건의 불송치 결정이 내려졌다는 설명이다. 허위 주장에 관해서는 무고 등 법적 조치를 적극 검토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자생한방병원 관계자는 "아직까지 조사가 진행중인 사안인 만큼 입장문 이외에 공식적으로 업계를 대변하거나 밝힐 수 있는 내용은 없다"라고 말했다.
kimsam11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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