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문자 필요하지만, 구분해야"

[더팩트ㅣ이다빈 기자] 장마철을 맞아 침수와 산사태 등을 알리는 긴급재난문자 경고음이 연일 울리고 있다. 시민들은 안전 예방 차원에서 재난문자가 필요하지만, 밤이나 새벽 반복되는 경고음에는 피로감을 느낀다고 호소했다.
12일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9일 새벽 세종과 대전, 충남 공주·부여·계룡·서천, 충북 청주, 강원 평창, 경기 평택, 전남 담양 등에는 호우 긴급재난문자가 발송됐다. 재난문자를 받은 시민들 사이에서는 "피해 예방을 위한 조치"라는 의견과 "경고음이 잠을 깨워 피곤하게 한다"는 반응이 엇갈렸다.
백모(25) 씨는 "자다가 재난문자 소리를 듣고 깨면 심장이 벌렁거린다"면서도 "뉴스를 보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경고성 메시지가 될 수 있어 안전 예방을 위해 필요한 것 같다"고 전했다.
이에 반해 남모(54) 씨는 "새벽부터 무방비 상태로 울린 '삐' 소리에 두 번이나 깜짝 놀랐다. 아직도 귓가에 소리가 맴도는 느낌"이라며 "빠른 정보 전달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취지는 좋지만, 큰 경고음과 잦은 알림은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직장인 장모(25) 씨는 "재난문자 경고음 때문에 잠에서 깼는데, 문자를 확인한 뒤 어떻게 출근해야 할지 걱정이 됐다"며 "덕분에 큰 우산과 장화를 챙겨 신고 평소보다 일찍 출근했다. 침수 위험 지역을 미리 알고 출근길에 조심할 수 있어 도움이 됐다"고 했다. 다만 "새벽에 경고음이 울릴 때 임의로 끌 수 없어 불편하다"고 토로했다.

기상청은 1시간 누적 강우량이 50㎜ 이상이면서 3시간 누적 강우량이 90㎜ 이상이거나 1시간 누적 강우량이 72㎜ 이상일 경우 '호우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한다. 올해 5월부터는 1시간 누적 강우량이 100㎜ 이상이거나 1시간 누적 강우량이 85㎜ 이상이면서 15분 강우량이 25㎜ 이상일 때 '재난성호우 긴급재난문자'도 추가 발송한다. 진동과 함께 40dB 이상의 경고음도 울린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재난문자를 둘러싼 반응이 엇갈렸다. X(옛 트위터)와 네이버 맘카페 등에는 "재난문자가 계속 와서 오늘 외출해야 할지 고민된다", "새벽부터 재난문자로 인근 지역 침수 소식을 들으니 너무 무섭다. 비 피해가 없었으면 좋겠다" "출근길에 도로가 통제돼 조마조마했다. 폭우가 내려 지하차도 참사도 생각나 걱정됐다" 등 안전을 우려하는 글이 잇따랐다.
반면 "재난문자가 계속 시끄럽게 울려 잠을 설쳐 피곤하다", "경고음이 아침에만 4번 울렸다. 침수에 버스 운행 중단, 우회로 안내, 산사태 주의 아주 그냥 난리다", "비 때문에 재난문자가 이렇게 많이 온 건 처음이다. 지진이라도 난 줄 알았다" 등 반복되는 알림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이들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재난문자가 신속한 대피와 피해 예방에 중요한 수단이라면서도 반복 알림으로 시민들이 피로감을 느끼지 않도록 긴급한 상황과 일반적인 안전 안내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영주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재난문자가 남용돼 불편함을 끼치는 것은 지양돼야 하지만, 개인생활의 불편함을 이유로 문제 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폭우의 경우에는 야간이나 새벽에 갑작스럽게 내려 급히 알려야 하는 상황도 있어 재난문자의 필요성은 충분히 인정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매번 알람이 울려 중요한 문자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조심하라는 일상적인 내용이라 불편함을 느꼈을 수 있다"며 "재난문자가 제 역할을 하려면 즉시적인 조치나 행동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재난문자를 활용하고, 단순한 안전 정보나 유의사항은 안전안내문자로 보내도 충분하다. 재난문자 형태로 보내는 내용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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