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엽, 진정한 주연으로 올라서야 할 타이밍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배우에게는 유독 다음 작품이 중요한 순간이 있다. 흥행보다도 자신의 가능성을 증명해야 하거나 그동안 따라붙던 평가를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그대에게 드림'은 배우 이혜리와 황인엽 모두에게 그런 의미를 갖는 작품이다.
ENA 새 월화드라마 '그대에게 드림'(극본 정은비, 연출 유선동)은 13일 밤 10시 첫 방송된다. 작품은 꿈을 이루고 돌아온 천재 영화감독 우수빈(황인엽 분)과 꿈을 잊은 채 살아온 생계형 리포터 주이재(이혜리 분)가 15년 만에 재회하며 펼치는 로맨틱 코미디다.
무엇보다 '그대에게 드림'은 웹툰과 웹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들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몇 안 되는 오리지널 작품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는다. 첫사랑과 꿈을 다시 마주하는 이야기를 담은 정통 로맨스로 이혜리와 황인엽이 주연을 맡았다.
두 배우에게는 '그대에게 드림'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의미의 시험대이기도 하다.
먼저 이혜리에게 tvN '응답하라 1988'은 축복이자 숙제였다. 성덕선이라는 캐릭터는 대중에게 큰 사랑을 받았지만, 이는 동시에 오랜 시간 그의 발목을 잡는 그늘이기도 했다. 이후 여러 작품에서 로맨틱 코미디를 선보였지만, 밝고 사랑스러운 이미지에서 완전히 벗어났다는 평가를 받기는 쉽지 않았다.
그 흐름을 바꾼 작품이 지난해 공개된 U+모바일tv '선의의 경쟁'이었다. 기존의 밝고 통통 튀는 이미지를 내려놓고 차갑고 위험한 인물을 그려내며 "배우 이혜리의 새로운 얼굴"이라는 평가를 얻었다. 작품 자체의 화제성과 함께 연기 역시 호평을 받으며 배우로서 또 한 번 전환점을 마련했다.
다만 '선의의 경쟁'은 장르적 특성이 분명한 작품이었다. 기존 이미지와 완전히 다른 결의 캐릭터였기에 변화의 폭이 더욱 크게 느껴졌고, 오히려 그 차별성이 강점으로 작용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다시 로맨스로 돌아왔을 때다. '그대에게 드림'은 이혜리가 익숙했던 로맨틱 코미디 장르다. 이번에는 단순히 사랑스러운 매력을 보여주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선의의 경쟁'을 통해 넓어진 연기 스펙트럼을 자연스럽게 녹여낼 수 있는지를 증명해야 한다.

주이재는 현실 앞에서 꿈을 포기한 채 살아가다 첫사랑을 다시 만나 변화를 맞는 인물이다. 밝은 에너지뿐만 아니라 현실의 무게와 상처, 다시 꿈꾸게 되는 감정의 변화까지 설득력 있게 풀어내야 한다. 배우 이혜리의 진짜 성장은 이번 작품에서 확인될 가능성이 크다.
황인엽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JTBC '여신강림'을 통해 라이징 스타로 주목받으며 자연스럽게 주연 배우 반열에 올랐다. 이후 SBS '왜 오수재인가', JTBC '조립식 가족' 등 꾸준히 주연작을 이어왔지만, 아직까지는 '황인엽의 대표작'이라고 부를 만한 작품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물론 작품 자체의 성적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왜 오수재인가'는 서현진 중심의 이야기였고, '조립식 가족' 역시 여러 인물이 함께 중심축을 이루는 구조였다. 황인엽의 존재감이나 역량이 100% 발휘됐다고 보기에나, 작품 전체를 자신의 힘으로 끌고 갔다고 평가하기에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그대에게 드림'은 다르다. 사실상 이혜리와 황인엽, 두 배우가 처음부터 끝까지 극의 중심을 책임져야 한다. 첫사랑의 설렘과 이별, 재회, 성장까지 로맨스의 모든 감정을 두 사람이 만들어가야 하는 만큼 황인엽에게는 주연 배우로서의 존재감을 입증할 가장 중요한 작품이 될 수 있다.
우수빈 역시 쉽지 않은 캐릭터다. 해외 영화제를 휩쓴 천재 감독이라는 화려한 성공과 첫사랑을 잊지 못한 순수함을 동시에 설득해야 한다. 자칫 평면적으로 그려질 경우 전형적인 로코 남주에 머물 수 있지만, 섬세한 감정 연기를 더한다면 배우 황인엽의 새로운 대표 캐릭터가 될 가능성도 있다.

여기에 작품이 올라탄 플랫폼의 분위기도 긍정적이다. 최근 ENA는 연이어 상승세를 타고 있다. 특히 '허수아비'가 8.1%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ENA 역대 시청률 2위에 오르는 성과를 냈다. 장르물에서 강세를 보여온 ENA가 다시 한번 경쟁력을 입증한 셈이다.
더 의미 있는 변화는 로맨스 장르다. 그동안 ENA는 로맨스 작품에서 유독 약한 모습을 보였다. '취하는 로맨스' '당신의 맛' '아이돌아이' 등이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직전 작품인 '닥터 섬보이'가 4%대로 출발해 최종 5.9%까지 상승하며 로맨스 장르도 성적을 내기 시작했다. 이처럼 자신감을 얻은 상황에서 '그대에게 드림'이 그 흐름을 이어갈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결국 '그대에게 드림'은 단순한 첫사랑 재회 로맨스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이혜리에게는 '선의의 경쟁' 이후 다시 로코에서도 달라진 모습을 증명해야 하는 작품이고, 황인엽에게는 자신의 이름으로 대표작을 만들어야 하는 작품이다.
ENA 역시 어렵게 만들어낸 로맨스 흥행 흐름을 이어가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배우와 채널 모두에게 중요한 분기점이 된 '그대에게 드림'. 제목처럼 두 배우가 이번 작품을 통해 또 한 번의 '꿈'을 현실로 만들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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