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플러는 78경기, 코다는 35경기 만에 수모
김주형, 유해란 본격적 우승 경쟁

[더팩트 | 박호윤 전문기자] 꼭 한달 전, 이 칼럼을 통해 남녀 골프 세계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미국)와 넬리 코다(미국)의 놀라운 평행이론을 소개한 적이 있다. 우승 숫자(20승-19승)와 메이저 타이틀(각 4승), 올림픽 금메달은 물론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향한 여정, 심지어 톱10 입상 횟수(83회)까지 소름이 돋을 만큼 닮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또 하나의 '평행이론'이 완성됐다. 두 선수 모두 같은 주 유럽에서 열린 대회에서 나란히 컷을 통과하지 못하며 이틀 만에 짐을 쌌다.
먼저 셰플러는 11일(이하 한국시간) 스코틀랜드 노스 베릭에서 열린 제네시스 스코티시 오픈 2라운드에서 2오버파 72타를 적어내 합계 이븐파에 그쳤다. 컷 기준인 2언더파에 두 타가 모자라 주말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무엇보다 충격적인 것은 그의 '철인 행진'이 끝났다는 사실이다. 셰플러는 지난 2022년 8월 페덱스 세인트주드 챔피언십 이후 무려 PGA 투어 78개 대회 연속 컷 통과를 이어왔다. 약 4년 가까이 단 한 번도 주말 경기를 놓치지 않았던 셈이다. 또 톱25 밖으로 밀려난 것도 2024년 BMW 챔피언십 이후 처음으로, 약 2년 동안 이어온 놀라운 안정감에도 마침표가 찍혔다. 외신들도 "4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며 일제히 이 소식을 주요 뉴스로 다뤘다.
셰플러는 경기 후 "생각보다 나쁘게 친 것 같지는 않았다. 다만 핀 가까이 붙이지 못했고 이 코스는 작은 실수도 쉽게 용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골프는 정말 작은 차이에서 결과가 갈린다"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실제로 셰플러는 아이언샷 정확도가 평소보다 떨어졌고 페어웨이를 충분히 지키지 못하면서 버디 기회를 좀처럼 만들지 못했다. 그는 "12번홀에서는 좋은 샷을 했는데도 25피트나 남았고, 13번홀에서는 바람이 불었다. 14, 15번홀도 마찬가지였다"며 뜻대로 풀리지 않았던 경기 내용을 설명했다.

불과 몇 시간 뒤 프랑스 에비앙에서 열린 아문디 에비앙챔피언십에서는 여자 세계랭킹 1위 코다도 같은 운명을 맞았다.
시즌 내내 명예의 전당 입성과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향해 순항하던 코다는 샷과 퍼트 모두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결국 컷 기준을 넘지 못하며 시즌 세 번째 메이저 대회를 조기에 마감했다. 코다가 LPGA 투어에서 컷 탈락한 것은 2024년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 이후 약 2년 1개월, 35개 대회 만으로 이 역시 매우 이례적인 결과다.
코다는 지난주까지 출전한 9개 대회(팀 경기 제외)에서 메이저 2연승을 포함해 4승과 준우승 3회, 전 경기 톱10이라는 압도적인 성적을 기록하며 독주 체제를 구축했다. 이번 대회에서 우승했다면 역사상 8번째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완성하는 동시에 사상 두번째 골든 커리어 그랜드슬램, LPGA 명예의 전당 입성 등 세 가지 역사를 한꺼번에 쓸 수 있었다.
코다는 대회 개막을 앞두고 "압박은 특권(Pressure is a privilege)"이라며 대기록을 앞둔 심리적 부담을 에둘러 표현한 바 있다. 결국 그 중압감을 이겨내지 못한 채 컷 탈락의 쓴맛을 봤다.
첫날 버디는 2개에 그친 반면 더블보기 1개와 보기 3개를 범하며 3오버파로 100위권으로 밀렸던 코다는 둘째 날에도 샷 감각이 완전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14번홀까지 3타를 줄이며 컷 통과선까지 올라섰지만, 파5 15번홀에서 1.5m 버디 퍼트를 놓친 데 이어 17번홀에서 결정적인 보기를 범하며 결국 컷 통과에 실패했다.

남녀 최강자로 군림하던 두 선수가 같은 주, 같은 유럽 무대에서 나란히 주말을 맞지 못한 것은 좀처럼 보기 드문 장면이다. 얼마 전까지 세계 골프를 지배하는 남녀 최강자의 닮은 행보가 화제였다면, 이번에는 예상치 못한 또 하나의 평행이론을 남기게 된 셈이다. 세계랭킹 1위에게도 예외는 없다는 사실을 골프는 다시 한 번 가장 극적인 방식으로 보여줬다.
한편 스코티시 오픈에서는 김주형이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조던 스미스(잉글랜드)와 함께 9언더파를 기록하며 공동 선두에 올라 우승 경쟁을 이어갔다. 김시우는 합계 3언더파 공동 38위로 컷을 통과했고, 임성재는 컷 탈락했다. 제네시스 포인트 특전으로 출전한 옥태훈과 최승빈, 김백준도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의 경쟁 속에서 아쉽게 예선을 통과하지 못했다.
에비앙 챔피언십에서는 1위 로티 워드(잉글랜드)가 11언더파로 단독 선두에 올랐고, 일본의 이와이 아키에가 한 타 차 2위로 뒤를 이었다. 한국 선수 가운데서는 유해란이 8언더파 공동 3위에 올라 메이저 우승 경쟁을 이어갔다. 임진희는 5언더파 공동 9위, 양희영은 공동 18위, 김세영과 윤이나는 공동 23위에 자리했다. 최근 국내 대회를 치른 뒤 에비앙으로 향한 선수들 가운데 김효주는 컷을 통과했지만 최혜진과 황유민은 예선 탈락했다. 아마추어 국가대표 양윤서는 공동 57위로 주말 라운드 진출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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