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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담합 시작은 3년 전 남양주 식당…조사 시작되자 "방 폭파한다"
4대 국내 정유사 유가 담합 사건 공소장 보니
"HD보다 30~40원 더"…1시간 뒤 SK에 가격 넘겨


3차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 첫날인 4월 10일 오전 서울 성동구의 한 주유소 안내판에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 가격이 표시돼 있다. /박상민 기자
3차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 첫날인 4월 10일 오전 서울 성동구의 한 주유소 안내판에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 가격이 표시돼 있다. /박상민 기자

[더팩트 | 설상미·김해인 기자] 미국·이란 전쟁 직후 유가를 폭등시킨 국내 정유사들의 담합이 3년 전 옛 직장동료였던 HD현대오일뱅크와 SK에너지 담당자의 입금가 정보 공유 합의에서부터 시작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가 들어오자 담당자들은 "방 폭파합니다"라며 메신저 기록을 삭제하기도 했다.

11일 <더팩트>가 확보한 정유 4사 유가 담합 사건 공소장에 따르면 이번 사건 모의는 2023년 1월 경기 남양주시의 한 식당에서 시작됐다. HD현대오일뱅크 시장운영최적화TF 팀장 A 씨는 이 자리에서 SK에너지 지사 책임매니저 B 씨에게 양사의 입금가 정보를 공유하자고 제안했고, 두 사람은 각 회사의 가격 결정 부서에 상대 회사의 입금가 정보를 보고해 가격 결정에 참고하기로 합의했다.

A 씨는 2020년 6월 SK에너지에서 HD현대오일뱅크로 이직했다. B 씨와는 SK에너지 재직 당시부터 알고 지낸 사이였다. 검찰은 두 사람이 경쟁사 입금가 정보를 공유해 각 사의 가격 결정에 활용한 것으로 판단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A 씨는 2024년 7월 25일 B씨에게 SK에너지의 입금가 정보인 휘발유 1710원, 등유 1230원, 경유 1575원을 전달받았다. 이 정보는 HD현대오일뱅크 소매전략팀에서 가격 결정 업무를 맡던 C 씨에게 보고돼 입금가 결정에 반영됐다.

C 씨는 이 정보가 A씨와 SK에너지 임직원이 서로 공유한 정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A 씨와 B 씨의 정보 공유는 2026년 2월까지 이어졌다.

A 씨는 또 다른 SK에너지 시장운영팀장 D 씨와도 가격 정보를 공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D 씨는 지난해 12월 시장운영팀장으로 승진한 뒤 이듬해 1월부터 A 씨와 양사의 가격 정책과 입금가 정보를 주고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SK-HD 정보 공유, GS-에쓰오일 따라와

미국·이란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한 이후 가격 인상 폭까지 조율한 과정도 공소장에 담겼다. 전쟁 이후 첫 영업일인 3월 3일 오전 9시21분 A 씨는 D 씨에게 HD현대오일뱅크의 입금가 정보인 휘발유 1840원, 등유 1435원, 경유 1865원을 전달했다. 두 사람은 SK에너지의 입금가를 HD현대오일뱅크보다 30~40원 높게 책정하기로 합의했고, 이후 D 씨는 SK에너지의 입금가를 휘발유 1880원, 등유 1480원, 경유 1900원으로 결정했다.

같은 달 5일에도 같은 방식이 이어졌다. A 씨는 오전 8시9분 D 씨와 SK에너지의 입금가를 HD보다 30~40원 높게 책정하기로 합의한 뒤, 오전 9시10분 텔레그램으로 HD현대오일뱅크의 예정 입금가인 휘발유 1955원, 등유 2515원, 경유 2185원을 전송했다. D 씨는 이를 토대로 SK에너지의 입금가를 휘발유 1985원, 등유 2545원, 경유 2215원으로 결정했다.

검찰은 SK에너지가 통상 가장 높은 입금가를, 에쓰오일이 가장 낮은 입금가를 책정하는 가격 구조가 형성돼 있었다고 봤다. 이에 SK에너지와 HD현대오일뱅크가 입금가 정보를 공유하면 GS칼텍스와 에쓰오일도 이에 맞춰 입금가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시장 전반의 가격 경쟁이 제한됐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나희석 부장검사)는 6일 공정거래법위반 등 혐의로 SK에너지·GS칼텍스·에쓰오일·HD현대오일뱅크 등 4대 정유사 법인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뉴시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나희석 부장검사)는 6일 공정거래법위반 등 혐의로 SK에너지·GS칼텍스·에쓰오일·HD현대오일뱅크 등 4대 정유사 법인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뉴시스

◆자영주유소 계약 위반 시 각종 불이익

이렇게 결정된 가격은 자영주유소에 그대로 통보됐다. 공소장에 따르면 4개 정유사는 최소 2021년부터 지난 4월까지 자영주유소와 계약을 체결한 뒤 타사 석유제품 사용 여부를 점검하고, 각종 불이익 조치로 의무를 강제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SK에너지가 엔크린 보너스카드(EBC) 포인트 적립 비율과 품질검사 등을 통해 위반 여부를 확인한 뒤 보너스카드 과다 적립금 환수와 화물차 우대 프로그램인 '내트럭플러스', 주유소 운영 지원 프로그램(PRM) 혜택 제외 등의 조치를 취한 것으로 판단했다.

GS칼텍스는 2개월마다 보너스카드 과다 포인트 발생 여부를 점검하고 보너스카드 제시율이 80%를 넘는 주유소를 관리했다. 이후 포인트 초과분을 환수하거나 보너스카드 가맹을 중단했다.

계약을 위반할 경우 해당 주유소의 반기 또는 분기 매출액의 10~30%에 해당하는 금액을 손해배상예정액으로 규정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공정위 조사 나오자 "방 폭파 합니다, 나가주세요"

공정거래위원회 현장조사를 앞두고 증거인멸을 시도한 구체적 정황도 드러났다. 공소장에 따르면 HD현대오일뱅크 법무실장 E씨는 지난 3월 5일 사내 영업기획팀장에게 "타사 가격 정보를 취합한 전산자료를 삭제하라"고 지시했고, 다음 날 공정위의 현장조사 계획을 파악한 뒤 같은 지시를 다시 내렸다. 이 지시는 영업기획팀장과 책임매니저, IT 담당자를 거쳐 실제 자료 삭제로 이어졌다.

GS칼텍스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확인됐다. M&M운영부문장 F씨는 2026년 3월 6일 공정위 현장조사 소식을 듣자 가격 결정 관련 사내 메신저 대화방에 "방 폭파합니다. 모든 멤버 나가주세요"라는 메시지를 올렸다. 이후 대화방 참여자들은 잇따라 대화방을 나갔고, F씨도 자신의 대화 기록을 삭제한 것으로 조사됐다.

snow@tf.co.kr

h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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