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순매수·SK하이닉스 ADR은 하락 요인…"당분간 1500원 안팎"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원·달러 환율이 1500원 선을 두고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37거래일 만에 1500원을 밑돈 뒤 하루 만에 반등한 환율은 다시 소폭 내렸지만 이틀 연속 1500원대에서 거래를 마쳤다. 달러 약세와 외국인 국내 주식 순매수는 환율을 끌어내리는 요인이지만 1500원 초반에서 유입되는 수입업체 결제수요가 하단을 받치면서 당분간 높은 변동성이 이어질 전망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4.7원 내린 1501.4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지난 8일 환율은 37거래일 만에 1500원을 밑도는 1498.5원으로 마감했지만, 9일 1506.1원으로 반등한 데 이어 10일에도 1500원대를 유지했다.
달러화 자체는 약세를 나타냈다. 10일 오후 3시 31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00.76으로 전날 100.90보다 낮아졌다. 달러 약세가 원·달러 환율 하락 압력으로 작용했지만, 1500원 초반에서 달러 실수요가 유입되며 낙폭은 제한됐다.
환율이 1500원 아래로 내려오자 수입업체를 중심으로 저가 매수세가 유입된 영향이다. 통상 수입업체들은 매월 중반 결제대금 지급에 필요한 달러를 확보한다. 최근처럼 환율이 빠르게 내려올 경우 필요한 달러 물량을 미리 확보하려는 움직임도 강해질 수 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매월 중반 결제대금을 달러로 확보하는 수입업체의 거래 패턴을 고려하면 1500원 초반부터 달러 실수요가 대거 유입될 수 있다"며 "환율 수준이 낮아졌을 때 필요한 물량을 미리 확보하려는 움직임도 하방 경직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반면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수 전환은 원화에 긍정적인 요인이다. 외국인 투자자는 10일 이전까지 이틀 연속 국내 주식을 순매수했다. 앞서 외국인이 차익 실현과 포트폴리오 조정 과정에서 국내 주식을 대거 매도하고 원화를 달러로 환전하면서 환율 상승 압력이 커졌지만, 순매수로 돌아서면서 관련 달러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
SK하이닉스의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도 중장기적으로 환율 하락 요인으로 거론된다. SK하이닉스는 ADR 공모가격을 주당 149달러로 확정했으며, 공모를 통해 총 265억7100만달러를 조달한다. 조달 자금 가운데 일부가 국내로 유입돼 원화로 환전될 경우 외환시장에 달러 공급이 늘어날 수 있다. 시장에서는 대규모 환전 물량이 한꺼번에 나오기보다 일정 기간에 걸쳐 분산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국제유가 하락도 원화에는 우호적인 재료다.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지만 공급 차질 우려보다 세계 경기 둔화에 따른 원유 수요 감소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지난 9일 국제유가는 약 2% 하락했다.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유가가 오르면 무역수지와 물가 부담이 커져 원화 약세 압력을 받을 수 있다.

다만 환율이 단기간에 1500원 아래로 안착하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 통화정책과 중동 정세 등 대외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데다, 1500원 초반에서 수입업체 결제수요가 꾸준히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외환시장이 주중 24시간 거래 체제로 전환되면서 미국 경제지표와 해외 금융시장 변동이 즉각 반영되는 점도 단기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서 은행권도 자본적정성에 미칠 영향을 점검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최근 고환율과 원·달러 환율의 높은 변동성이 이어짐에 따라 주요 시장지표를 일 단위로 모니터링하고, 환율 변동이 자본적정성에 미치는 영향을 상시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
외환파생상품 등 환율 민감도가 높은 상품에 대해서는 한도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대외 변동성 확대에 대비해 위험가중자산(RWA) 증가 요인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보통주자본비율(CET1) 등 주요 자본적정성 지표를 견조한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한 선제적 관리체계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증권가에서는 단기적으로 1500원 안팎의 등락을 예상하면서도 연말로 갈수록 환율이 낮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 개선과 당국의 정책적 노력을 근거로 원·달러 환율 전망치를 2분기 1480원, 3분기 1460원, 4분기 1440원으로 제시했다. 다만 해당 전망이 나온 이후에도 환율이 1500원대를 유지하고 있어, 실제 하락 시점과 속도는 외국인 자금 흐름과 달러 강세 완화 여부에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1500원 수준에서 등락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그동안 외국인 주식 순매도 등 수급 불균형으로 원화 약세가 과도했던 부분이 있었지만, 증시 조정과 정부의 환율 안정 의지, 펀더멘털 개선 등을 반영하면 1500원 이내의 환율이 적정하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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